'누가 뭐라든 이 책을 유클리드에게 바칩니다' 책의 첫 머리에 있는 이 글귀는 저자의 강한 의지 표명을 나타낸다. 누가 뭐래도 이 책은 수학책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수학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인 점과 선을 이용해 로맨스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을 정말 수학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일단 '그렇다'이다. 학창시절 지독히도 수학을 싫어하고 못했던 나에게 이처럼 어려운 수학책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어렵다 못해 철학적이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옛날에 '직선'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직선이다. 어느 곳 하나 모난 데 없고 구부러진 곳 없는 완벽한 직선. 그런 그가 사랑한 존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점'이다. 직선이 점에게 바치는 헌사는 기가 막히다. '너는 시작이고 끝이요. 모든 것의 중추이며 골자로구나' 하지만 점은 직선이 자신에게 펼치는 끝없는 구애를 항상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항상 뒤엉켜 있는 점도, 선도 아닌 '헝클이'였다. 아마도 점은 헝클이에게 직선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꼈던 모양이다. 이렇게 직선, 점, 헝클이의 삼각관계는 시작되었다. 점의 무관심으로 실의에 빠진 직선은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통이었다. 점점 수척해 가는 직선. 그런 직선을 본 친구들은 그에게 온갖 위로의 말을 전한다. '점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존재야. 넌, 얼마나 멋진 존재니. 점은 깊이가 없어.' 하지만 직선에게 있어 점은 정말 완벽한 존재였다. 36-36-36 이라는 황금 몸매를 자랑하는 점은 이 세상 최고의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직선은 이제 인고의 시간을 갖게 된다. 자신을 끝없이 담금질하여 점이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무수한 노력을 하게 된다. 대담무쌍하기로 소문난 자로서의 '선'을, 세계 문제들의 지도자로서의 '선'을, 두려움을 모르는 법 집행자로서의 '선'을, 예술세계에서 유능한 실력자로서의 '선'을, 국제적 운동자로서의 '선'을 생각하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끝내 선은 자신을 속이는 일에 싫증을 내고 포기하고 만다. 자발성과 열정이 부족하고, 자신을 맘껏 드러내고 표현할 줄 모른다는 자책에 빠진다. 그렇지만 직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끈임없이 자신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어느 날, 직선은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방향을 바꾸고 구불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직선은 이제 더이상 곧기만 한 막대기가 아니었다. 자신의 내부에는 수많은 각과 원이 생겼으며 복잡한 면과 도형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자유란 무질서의 허용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직선은 특별한 재능을 오로지 자신을 뽐내는 데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냥 꾸준히 노력할 뿐이었다. 그 결과, 어느덧 직선은 눈부시고, 재치있고, 심오하고, 신비롭고,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젠 그가 그토록 공을 들였던 점을 만나는 시간만이 남았다. 점과 헝클이 직선의 만남. 이 기묘한 삼각관계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 직선에게 있어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는 관계에 불과했다. 직선의 놀라운 변화에 점은 이내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그토록 기고만장 했던 헝클이도 직선의 아름다운 모습에 꼬리를 내리게 된다. 그동안 자유와 기쁨이라고 생각했던,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던 자신의 모습들이 사실은 무질서와 게으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끌어왔던 사랑싸움에서 스스로 백기를 들고 만다. 그 후 점과 선은 오랫동안은 아니더라도 제법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나라아빠'님은?
어려서부터 읽는 것이 무작정 좋았던 사람입니다. 제가 쓴 글들이 잡문의 성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읽고, 쓰고자 노력하는 평범한 두 딸의 아빠랍니다. 우리 딸들과 함께 평생동안 서로 좋아하는 책을 같이 읽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