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3일 오늘의 책
최갑수 | 예담 | 2017.02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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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가 겹쳐져 한결 짙어진 부분을 사랑이라는 말로 부를까” 가장 모호하나 강렬하기에 내내 앓고 몰두하는 사랑에 관한 단상들 사랑에 관한 보편적인 주제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최갑수 작가의 연재 [사랑하는 문장들]을 책으로 엮었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예담 刊)은 시인이자 여행작가, 사진가인 최갑수 작가가 골라낸 사랑에 관한 문장들과 한층 농밀해진 사진,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에세이가 어우러져 절묘한 분위기...
여행을 떠나보면 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아름답고 선명하다는 것을. (116쪽)
고교 시절 국어 시간에 ‘10년 후의 내가 지금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과제가 있었다. 한창 이름모를 나라와 그 나라를 여행한 이들의 여행기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 과제에서 어느 사막을 여행하다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나를 그렸다. 그로부터 10년은 훨씬 더 흘렀고,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막에는 발을 들여놓은 일이 없었고 멀리 떠나왔다고 해서 가슴 먹먹할만큼 그리울 이도 없었다. 낯선 곳에서 해가 넘어가는 순간에 가슴이 저린 건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길을 잃을 것 같은 예감에서였다. 낯선 곳에서 삶이 영영 떠돌 것만 같아 눈이 시큰하기도 했지만, 그런 낯선 예감도 구글 맵을 켜면 잘도 물러갔다.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확인한 건 내가 물기가 바짝 마른 사람이라는, 그러니까 사막 한 가운데서 편지를 쓸 일이 없을 인간이라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최갑수 작가는 여행작가이자 시인으로, ‘여행하고 사랑하는 일’을 글과 사진으로 전한다. 책마다 변주되는 여행과 사랑의 테마를 볼 때면 이것이 언젠가 살고 싶던, 내 삶에서 영원히 연주하고 싶은 테마였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의 글을 볼 때는 가슴이 아릿하다. 마치 지금 어디 낯선 도시에 앉은 양, 지금 사랑하고 있는 양.
솔직히 말해, 나는 당신을 몰라요.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당신이 좋아하는 그림과 당신이 좋아하는 날씨를 알지만 나는 당신을 몰라요. 아직 몰라요. 당신을 알기 위해 당신이 좋아하는 꽃과 나무와 강의 이름을 알려고 하지만 나는 당신을 몰라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죠. 어쩌면 당신을 오해해서, 당신을 오역해서,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죠. (98쪽)
생각해보면 사랑한다는 건 오역과 같은 것인지 모른다. 독서의 과정이 창의적 오역이듯, 사랑 역시 당신에 대한 오역과 같은 것인지도. 돌이켜 보면 책을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이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온전한 착각이었다는 걸 알았을 무렵 사랑은 끝났다. 잘 안다고 생각한 건 깊은 오해였고, 그는 타인으로 세상의 많은 길 중 한 곳으로 사라졌다.
사랑이라 할 만한 감정을 겪은 것이 오래 전 일임에도 최갑수 작가의 글에 감성이 섞여 드는 건 그의 글이 가진 농밀함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여행에 관하여, 사랑에 관하여 그가 겪은 농도 깊은 감정이 글에 배어 자꾸 곱씹어지는 지 모르겠다.
사는 건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에요. 그 일들 속에 그나마 잘한 일은 여행을 떠나온 일. 그리고 오늘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Foolish Love>를 들은 일. (128쪽)
사는 건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이들의 연속이지만, 그나마 잘한 일은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 메마른 일상 속에서도 꺼내 보일 물기 어린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