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3일 오늘의 책
정진호 | 스콜라 | 2018.02
분류 :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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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 정진호의 최신작 평범한 보통의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그림책! 《3초 다이빙》은 볼로냐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하고, 한국 안데르센상과 황금도깨비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정진호의 최신작이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아이. 달리기도 느리고, 수학 문제도 잘 못 풀고, 급식 먹는 것조차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다. 누군가를 이겨야 하고, 남들보다 빨라야 하는 시대지만, 이 아이는 꼭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위로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수직선의 삶의 바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얼마나 될까? 살아오며 남긴 발자국들을 하나씩 이었을 때 하나의 선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그 선들이 항상 수직선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누군가와의 경쟁에서는 이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앞서 가야하고, 앞서 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가장 뒤처져서는 안되며, 만약 그 경주 가운데 뒤처지는 이들이 있으면 함께하지 말라고 배웠다. 같이 가 봐야 손해만 입으니까. 남들보다 느린 이들은 노력이 부족하거나 어리석은 이들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나한테 그 딱지가 붙는 게 무서워 그렇게 스스로를 그 누구보다 아프게 채찍질했다. 그렇게 해서, 남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수직선의 삶과 정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한 아이가 있다. 그림책 『3초 다이빙』의 자그마한 아이. 이 아이는 달리기에서도, 시험에서도 1등을 해 본 적이 없고, 밥 먹는 것도 느리다. 자기는 잘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아이. 그런데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잘 한다, 혹은 못한다는 평가는 늘 경쟁구도 속에서 만들어진다. 아이가 자기가 잘 하는 게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자기가 자발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그 환경 안에서 누군가로부터 “규정되었을”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늘 상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 경쟁에서 “진 쪽”의 누군가에게는 그 방면에서 “못한다”는 낙인이 붙는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만의 속도와 강도를 가지지만 타인과 비교 당하는 순간 고유성은 지워지고 더 낫거나 못하다는 평가만 남는다. 그런 타인의 평가는 우리가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 인정 욕구는, 우리가 벗어나고 싶어도 완전히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절대적으로 홀로 존재하며 자기를 형성해가는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비교하는 삶은 늘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한다. 위에 다른 이가 있는지, 어떻게 더 올라서야 하는지만 고민하게 된다.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아예 떨어져버린 누군가는 없는지, 나는 지금 만족스럽게 살아가는지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3초 다이빙』의 이 아이의 “잘 하는게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은 결코 자조적이거나 우울하지 않다. 아이는 오히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환경에서는 반드시 누군가 지는 아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승패가 갈리는 경주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3초면 풍덩 빠질 수 있는 다이빙을 좋아한다. 승리가 가져다 주는 우월감이 아니라, 오로지 시원한 물에 뛰어드는 그 기쁨과 재미를 모두 함께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이 아이는 수직의 삶이 아니라 수평의 삶을 살아간다. 단일한 나 하나만 간신히 포함한 수직선이 아니라, 나와 내 곁의 너들을 모두 품는 넉넉한 수평의 삶.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도 두리번거리고, 때로는 넘어져 있는 옆 사람을 보듬어 주기도 하는 그런 삶. 순서를 매기지 않고 모두 함께 평등하게 오롯한 자신의 기쁨을 누리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기 참으로 어렵게 만드는 상황과 늘 마주하면서도, 자기 마음을 지켜나간다는 건 얼마나 수많은 흔들림과 다독임이 필요할까.
아이의 이런 다정한 정의감을 마음에 심고 싶어 이 책을 샀다. 우월감이 내 나 자신을 잡아먹어 스스로 초라해질 때, 혹은 뒤처졌다는 마음이 들어 문득 불안감에 휩싸이는 순간은 앞으로도 자주 불쑥 올라올 테다. 평생 함께할 감정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럴 때 마다 이 아이가 인간이 가진 가장 고운 마음들을 부드럽게 가르쳐주지 않을까. 불안감 때문에 소심하고 쭈글해진 마음이 주욱 펴져서 옆으로, 옆으로 퍼져나갈 수 있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마음을 간직해 본다.
펜벗 7기 '고요'님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채로 지금, 이 곳에, 이렇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