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2일 오늘의 책
전성태 | 난다 | 2015.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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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옛맛 그대로 우려내고, 손맛 그대로 주물러낸 타고난 얘기몰이꾼 전성태의 새뜻한 이야기백과 『세상의 큰형들』 관록의 작가 전성태의 유일한 산문집 『세상의 큰형들』을 다시금 세상에 꺼내놓습니다. 5년 전에 출간되었던 것의 제목을 바꾸고 화가 윤종석의 세심한 드로잉으로 새 입을 갈아입혀 꺼내놓은 이 책은 애초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던 것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과작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전성태, 그래서 더 믿고 기다리던 그의 ...
시간이 흐를수록 지나왔던 일들은 바랜 기억으로 남지만, 어떤 것은 흔적으로 남아 아름답게 간직되기도 한다. 기억을 잡아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어느 시기를 함께 보낸 사람들과 모여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억을 붙잡고 자신의 생각을 함께 적은 글만큼 선연하고 정확한 수단은 드물 것이다.
더욱이 오랜 시간 글을 써온 작가라면, 그 글에는 작가가 삶의 족적을 남기면서 만들어간 향취마저 배어 있다. 나는 전성태 작가의 산문집 『세상의 큰형들』의 글들이 거쳐간 시간과 장소를 누비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오랜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김민정 시인의 도움으로 기존의 원고들을 모아 새로 펴내게 되었다는 이 책은 그만큼의 무게와 깊이를 담고 있었다.
작가의 유년 시절은 오래전 어느 시골의 정경을 담고 있다. 시간상이나 공간상으로도 나는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풍경이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주 묘했다. "사람이 항상 발복하는 건 아녀. 성할 띠도 있고 쇠할 띠도 있거덩. 사람도 천지가 다 간직하고 있으니게. 인간이 너무 성했어. 시상을 너무 마이 차지했다 이거여. 앞으로 잘살라믄 잘해야 써. 남 신경쓰고 살 것까장은 없제만 내 맘은 잘 다스려야 쓰는 거여. 참 고약한 세상이야."(266쪽) 맛깔나게 구수한 방언은 정감있고 따스하다. 글로 그려지는 풍광들은 분주했던 삶을 떠나 여행을 온 것처럼 낯설면서도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이 더하여 아름다웠고 편안했다.
요사이 마주치는 글들은 아주 빈틈 없이 날이 서 있거나 바짝 곤두서있다. 가볍게 의견을 나누다가도 문득 기분이 상하면 자신의 불쾌함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공격성을 과시하는 일도 잦다. 또는 더 빠르게 살아갈 것을 종용하면서 자신의 나태함을 돌아보게 하지만, 때로 죄책감과 불편함마저 심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산문집의 글귀들은 문장들의 죔쇠를 느슨하게 풀어두고 넉넉함을 가득 품고 있었다. 날카로웠던 신경이 잠시나마 이완되는 느낌이다.
책이 출간된 문학동네 임프린트 출판사 난다에서는 시인이나 작가의 산문집을 주로 펴내는 듯하다. 난다에서 출간된 서효인 시인의 산문『잘 왔어 우리 딸』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 또한 지나가는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고 풍성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후 이 책을 또 읽게 되니 난다에서 출간하는 에세이의 방향성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마침 내 서가에 꽂혀 있는 『밤이 선생이다』도 언제고 꼭 읽어보고 싶다.
사내는 파리한 여자의 얼굴에서 불현듯 세계가 낯설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잇따라 무언가에 대해 영원히 알지 못하리라는 슬픔이 밀려온다. 그것은 마치 미풍처럼 이는 호감을 고백 못한 채 헤어지는 인연들의 슬픔과 같은 것일다. (161쪽)
평범한 삶을 이야기하는 듯하다가도 끝 무렵 찾아 드는 반전처럼 전환된 분위기에서 남아있는 작가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각인되는 것 같았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언제고 나도 이만한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다 한없이 아득해졌다.
연한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삽화처럼 아스라한 분위기 가운데 편안한 아름다움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처럼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오랜만이다. 필요할 때 다시 만나려고 접은 귀퉁이를 찾는 일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고, 속삭이는 기록장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