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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2020년 5월 22일 오늘의 책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외 | 민음사 | 2020.03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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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수년간의 폭행 끝에 남편이 아내를 죽이면 폭행 치사죄, 맞고 살던 아내가 남편을 죽이면 살인죄가 되는 것일까 이 책을 여는 1부는 영화 「가스등」, 「적과의 동침」, 「돌로레스 클레이번」을 통해 보는 가정 폭력 삼부작이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용어, 가스라이팅이 무엇이고 영화 바깥의 현실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가부장제 속의 남편이 어떻게 아내에게서 자기 주도권을 빼앗고 장기간 폭력을 행사하는지, 그리고 한국의 법이 가정 폭력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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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영화는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없다

 

범죄 영화 장르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범죄 영화에 숱하게 등장하지만 대부분 피해자로 소비되다 마는 여성이나 아이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의향이 있다. _본문 中

 

사회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방송사마다 존재하기에 가급적 빠지지 않고 시청한다. 세상엔 참 별별 일이 다 있다고 느끼면서도 왜 저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걸까. 도대체 개선이란 게 불가능할까? 비전문가인 내 눈에도 문제가 많아 보이는데 저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은 왜 그리 가벼우며 이렇게 처벌이 가벼워서야 죄가 사라질까? 라는 생각에 분노했던 적이 많았다.

 

우리에게 ‘이수정 박사님’의 이미지는 아마도 ‘무한 신뢰’ 아닐까? 범죄 해석, 심리 해석과 관련해서 박사님의 평을 들으면 항상 고개가 절로 끄덕이게 되지 않았던가. 이 책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의 띠지에 인쇄된 교수님의 얼굴을 본 순간 눈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였던 손. 아, 당연히 내가 봐야 할 책이었다. 흥미 반 두려움 반으로 읽기 시작했던 마음이 곧 답답함으로 바뀌어 가슴을 치게 했다. 결국 이 책에서 박사님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집어내 주셨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은 영화 저널리스트이자 《씨네21》 기자 ‘이다혜’가 묻고 ‘이수정’ 교수님이 답을 하는 형식으로, 범죄를 소재로 한 16개의 영화를 분석한다. 목차에 가득한 내가 아는 영화 제목들을 보니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정폭력/비판의식 결여/성범죄/계층 문제/미성년자 보호라는 다양한 주제를 두고 나누는 두 분의 대화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소개된 영화들
#가스등 #적과의동침 #돌로레스클레이번 #사바하 #컴플라이언스 #곡성 #미저리 #걸캅스
#살인의추억 #기생충 #숨바꼭질 #조커 #번지점프를하다 #꿈의제인 #믿을수없는이야기 #팔려가는소녀들

 

단순히 흥미로 보았던 영화들이 이수정 박사님을 통해 재해석 되면서 장면 장면들이 더 끔찍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점들이 쉽게 개선되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 제도적 문제, 법적 문제, 기타 등등의 문제들 때문에!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테두리는 선량한 피해자만이 아니라 악랄한 범죄자까지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인해 피해자는 더욱 아프고 더욱 두려운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아픔과 고통이 대물림되리라는 것을 방치한 채 범죄는 또 다른 범죄를 낳고 피해는 자살 등의 더욱 끔찍한 피해를 낳았다.

 

1986년 시작되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말 그대로 공포였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지금의 봉준호 감독을 있게 한 작품 〈살인의 추억〉은 그 끔찍했던 사건을 주제로 한다. 그때 당시만 해도 화성 인근에는 가지도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사건이다. 얼마 전에도 다시 보았던 영화인데 이수정 박사님이 이 〈살인의 추억〉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최근 ‘이춘재’의 자백으로 사회가 한바탕 요란했던 것은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초동 수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강압 수사’와 ‘부실 수사’가 엉뚱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사이 이춘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범행을 더해 갔다. 이미 시효가 지난 지금 진범을 잡는다 한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어찌할까.

 

부실 수사와 현실적 제도의 한계 앞에 가슴이 먹먹했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의 발달이 가져다준 DNA 법 관련 이야기는 매우 희망적이기도 했다. 과연 완전범죄가 가능할까? 시간이 지났어도 정황, 증거물 기타 등등의 진범을 가려내는 기술이 발전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에는 영화 이야기 중간중간 익명의 청자가 보내온 상담 이야기를 실었는데, 그 내용이 가슴에 매우 짠하게 남았다. 폭력의 범위는 넓고, 넓은 만큼 상처를 크게 만들어 피해자가 남은 생을 살아가는데 깊은 트라우마와 고통을 줄 것이다. 이에 박사님은 “상처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책은 제도와 법에 대한 문제를 고발한다. 아마도 이 책이 영화 이야기와 해석만으로 채워졌더라면 이만큼의 가치와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다. 흥미 면에서도 최고였고, 생각할 거리가 풍성했다는 점에서도 최고였다.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닌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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