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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2014년 8월 20일 오늘의 책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이광호 | 난다 | 2014.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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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난다의 새 시리즈 》걸어본다《 첫 책!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걷고, 보고, 쓴, 용산!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에서 새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걸어본다’라는 소박하지만? 또렷한 목적 아래 매일같이 예술로 사는 작가들의 매일 같은 발걸음을 좇아보자 하는 의도로 시도되는 기획이지요. 예술가들에게 산책이란 곧 사유로 이어집니다. 사유는 곧 거리두기를 보태 예술이라는 무한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지요. 여행이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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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었지



멀리서 보면 장소는 무심하고 자명하며, 가까이서 보면 장소는 비밀스럽고 남루하다. 생의 매 순간 우울과 설렘 속에서 자리 잡은 특별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장소가 문득 지울 수 없는 뉘앙스로 마음에 새겨질 수 있다. 익숙한 풍경이 낯선 시선 속에서 특별한 장소로 전환되는 순간, 하지만 그 순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으며,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무감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는 고유한 장소가 남아 있을까? (10~11쪽)

 

어느 시절 서울은 내 삶의 일부였다. 길지 않는 날들이었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기 위해 도착한 서울은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병원이라는 거대한 공포도 서울에서만 이뤄지는 소중한 이들과의 만남 앞에서는 무감해졌다. 병원과 터미널 주변이라는 제한된 공간이었지만 우리는 짧은 만남의 긴 이별에 대해 아쉬움을 애써 드러내지 않았다. 어떤 장소는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어떤 장소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광호의 말처럼 내게 서울이란 공간이 그러하다. 용산을 담은 이 책이 나에게는 서울로 대치된다. 그래서 이광호가 부여하는 용산의 의미를 고스란히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제까지 몰랐던 용산의 역사와 아픔에 한발 가까이 다가선다. 비로소 나는 여행자가 된다. 선명하고 담담한 말투의 용산 안내자 이광호를 따라서.

 

어떤 장소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그곳의 시간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 너의 장소를 벗어난다 해도 너의 부재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88~89쪽)

 

글의 골목을 따라 마주한 용산에는 묘한 슬픔이 감돈다. 용산역의 화려함, 동부이촌동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가려진 그곳에 여전히 눈물로 얼룩진 삶이 있다. 어쩌면 그 슬픔은 용산의 지금을 쌓은 수많은 상처 조각일 것이다. 황정은의 소설 《백의 그림자》 속 전자상가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이태원, 남산, 한남동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진다.

 

이광호의 애련하고도 청아한 문장으로 태어난 용산은 슬픔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피어난 곳이다. 용산에는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용산은 어떤 삶의 부재를 증명한다. 용산을 걷다가 어쩌면 불현듯 떠오르는 특별했던 공간과 해후하게 될지도 모른다. 설령 이제는 평범한 장소로 전락했더라도. 분명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과 오롯이 마주한 나처럼.

 

어떤 지독한 기억은 이 생애가 끝날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지만 반드시 망각의 순간이 도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아름답고 참혹한 얼굴도 마침내 지워지는 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최후의 순간에도 망각은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거한다. ‘너를 잊게 된다는 것’은 ‘네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다. (152~153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선인장'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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