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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2018년 7월 20일 오늘의 책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 문학동네 | 2018.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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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답고 눈부시게 슬프며 놀랍도록 담담한 요리책이라니, 침샘과 눈물샘이 동시에 젖는다.” ― 서효인 | 시인 어떤 사람은 레시피를 읽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읽는 책 암 투병중인 아내를 위해 남편이 요리를 시작한다. 아내는 병이 깊어 어떤 음식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서툰 솜씨라도 남편이 마음을 다해 만든 음식만 겨우 입에 댈 뿐이다. 남편은 독서와 글쓰기가 직업인 인문학자, 요리라고는 라면을 끓여본 것이 거의 전부인 남자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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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


슬프다 말하지 않아도 슬픈 글, 아프다 말하지 않아도 아픔이 느껴지는 글을 읽을 때면 그 슬픔이, 그 아픔이 다가오는 속도와 깊이가 배가 된다. 

 

그는 왜 그런 글을 쓰는 걸까? 

이 질문은 저자가 프롤로그에 적은 글의 제목 “나는 왜 이런 글을 쓰는 걸까?”를 살짝 다르게 적어 본 것인데, 그러니까 저자가 이런 글을 쓴 까닭에 대해, 독자의 입장에서 잠시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남편이 만든 음식만 넘길 수 있는 아픈 아내를 위해, 저자는 부엌으로 들어가 처음엔 자꾸 잊게 되는 레시피를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마음이 담기고, 글 속에 의미들이 담기면서, 그의 글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가 적는 레시피 속에서 옅은 슬픔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책 속에 담긴 레시피는 단순히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읽히지 않는다. 요리책을 많이 읽어 온 독자의 입장에서 그림도 없고, 계량법도 없는 이 레시피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성이 담긴 레시피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 ‘설탕 한 스푼, 간장 한 스푼’ 같은 레시피 말고, 마음을 담고 정성을 담아 나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고 싶어졌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레시피는 그 어떤 요리책보다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낸다. 강창래의 글은 그 어떤 문장보다 사랑스러운 편지가 된다. 이 책의 레시피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의식으로서의 요리가 아니다. 이 책은 차라리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사람을 위한 레시피이다. 또한 언젠가 훗날에 홀로 남아 있을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이다. 이토록 아름답고 눈부시게 슬프며 놀랍도록 담담한 요리책이라니, 침샘과 눈물샘이 동시에 젖는다. 맛난 음식과 좋은 문장의 슬픔과 기쁨을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서 맛보았기 때문이다. - 서효인 시인, 추천의 말
 
서효인 시인이 적은 추천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이토록 아름답고 눈부시게 슬프며 놀랍도록 담담한 요리책”에 방점을 찍는다. “홀로 남아 있을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이라는 말에서는 잠시 고개를 숙인다.

 

이 책 속에서는 아픈 아내의 병명도, 자세한 투병기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저자가 아내를 위해 부엌에 들어가 요리하는 정성스러운 음식들이 등장할 뿐이다. 행간에서 묻어나는 슬픔이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엔 마음속에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버렸다. 읽는 동안 여러 번 읽기를 멈추기도 했다.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내 옆의 누군가가 떠날 수도 있다는 슬픔, 그리고 남겨질 누군가에 대한 안쓰러움 같은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일들까지 떠올리느라 읽는 속도는 점점 더 더뎌졌다.

 

아내가 주변 정리를 시작하면서 남편에게 부탁한다.
“그동안 간호한다고 고생 많았어. 당신이 해준 밥을 이렇게 오래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맛있을 거라고는 더욱더. 내가 없어도 밥은 제대로 해 먹겠다 싶어서 마음은 편해. 
(중략)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살 건지 알고 싶어. 당신이 가장 잘 하는 일,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해. 이제 더 이상 거칠 게 없을 테니까. 죽기 전에 당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건지 분명한 그림을 보고 싶어.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줘.” - 17쪽
 
이렇게 어여쁜, 마음 시린 연애편지가 있을까. 혼자 남겨질 사랑하는 남편에게 건네는 죽음을 앞둔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찔렀다. 이제 이 책을 읽기 시작인데, 처음부터 이러면 어째, 이런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겼다.

 

첫 시작의 짧은 문장에 비하면, 이어지는 글들은 담담했다. 앞에서도 말했듯 그 담담함이 주는 먹먹함이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었지만.

 

“대패삼겹살 몇 점만 먹고 싶어.”라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아무런 양념 없이 그냥 고기를 잘 굽기만 했다. 함께 먹을 아들을 위해서는 마늘과 신 김치를 조금 섞었다. 아내는 대패삼겹살을 겨우 두 점 먹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고소한 맛을 음미하면서. 나는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돼지고기를 저렇게 맛나게 먹는 걸 본 적이 없다. 다시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에 가슴이 저미게 아팠던 게 겨우 이 주쯤 전이다.  - 125쪽

 

그냥 참을 수밖에 없는 사소한 절망을 느끼는 날 부엌이 빛난다. 집안일을 맡아서 하고 음식을 만들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절벽을 느끼는 순간 슬픔의 둑이 터지면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구나.  (중략)  사람은 모두가 한 개의 섬이고 그 사이를 오가는 배가 있다. 연락선이 수시로 떠나긴 하지만 부탁한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경우가 드물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아예 선착장에 그대로 버려진 것도 눈에 띈다. 서로의 사랑이 비껴 지나간 수십 년의 세월, 섭섭하고 미워서 화를 내고 떠나려 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니.
그 연락선은 지금도 여전히, 아마도 영원히 믿을 만하지 못하다. 그렇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참 쓸쓸한 일이다.  - 227쪽

 

아마 한동안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은 음식을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날 것 같다. 잡채를 만들다가도, 대패삼겹살을 굽다가도, 감자전을 만들 감자를 갈다가도 문득 마음이 울컥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더 사랑하는 일밖에는.

 

오늘의 책을 리뷰한 'poohcey'님은?
두 아이의 불량 엄마. 책 읽고, 글 쓰고, 혼자 노는 거 좋아해요. 직장생활, 육아로 종종 삐걱거려요. 그래도 대체로 맑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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