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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2021년 5월 20일 오늘의 책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채혜원 | 마티 | 2021.04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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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5년간 페미니스트 그룹 ‘국제여성공간’(International Women* Space)에서 일하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가 관찰한 베를린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한 사람의 경험이 베를린의 전부처럼 읽히지 않도록 자신의 감상은 살짝 걷어내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더한다. ‘베를린 국제주의 페미니스트 연합’과 ‘국제여성공간’에서 활동한 이야기를 서두로, 책은 27꼭지의 젠더 이슈의 현재를 전해준다. 모두 실제 사건과 현장을 취재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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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아래서


‘외로움’은 한 존재가 관계 맺지 못함을 통해 느끼는 감정이다. 그것은 흔히 ‘함께 있지 못함’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공동체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분위기 안에서 외로움이 시대의 분위기를 형성할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 걸 보면, 지금 가장 사회에 만연한 감정은 외로움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외롭다는 건 비단 혼자 있을 때만 드는 생각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불현듯 혼자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낀다. 심지어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내가 혼자라는 소외감이 찾아온다. 외로움은 물리적 관계로 인해 생기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심리적인 관계가 멀어짐에 따라 발생한다. 개인주의나 파편화가 외로움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쓴 채혜원 작가는 ‘여성의 외로움’에 초점을 둔다. 여성은 왜 종종 혼자라는 생각을 할까. 그 답은 사회 공동체적 무관심에 있다. 공감과 위로를 얻지 못하는 나날이 늘어갈수록 외로움은 더욱 진해진다. 최근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객관적인 수치와 지표를 들지 않더라도, 차별이나 혐오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지금, 여성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 책은 상당한 시의성을 띤다. 특별히 어떤 여자도 혼자가 아니다 (No woman* is alone)”라는 서문의 제목은 마음의 울림을 준다.

 

 

“This book is dedicated to ‘International Women* Space’ and all my sisters in Germany and Korea.”
(사랑하는 International Women* Space 동료와 독일 & 한국에 있는 나의 모든 자매들에게 바칩니다.)

 

 

‘자매들’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따뜻하다. 그리고 괜히 뭉클하다. ‘혼자라는 감각’에 가득 둘러싸여 살던 이들에게는 울컥, 무언가 올라오는 연대감을 주기도 한다. 여성으로서의 연대는 여성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여성의 범위를 정하는 일은 ‘나는 여성이고 너는 아니야’라는 식의 폭력이 아니다. ‘너도 여성이고 나도 여성이니 우리 함께하자’라는 뜻이다. 여성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아닌 ‘확장’하는 데에서 연대는 출발한다. 자신이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집단이라니. 나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모임이다. 그리고 이것은 외로움에서 한 걸음 멀어지는 시작이다.

 

 

우리 중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매일 혼자라는 감각에 침잠하는 사람들을 구조하듯, 책 안에서는 공동체가 주는 특별한 감정을 강조한다. 가볍게 손 내밀거나 스쳐 지나가는 문구가 아니다. 허상의 누군가가 다수를 향해 읊조리는 위로도 아니다. 내 옆에 실체의 사람이 항상 있고, 그가 상황과 여건에 상관없이 내 편이라는 사실은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된다. 그 사람은 나와 함께 발맞추어 걸어가고 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때로 주저앉는 나를 위로하면서.

 

 

이 책의 표지는 다양한 색의 띠가 가로세로로 교차하는 패턴을 사용했다. 어느 책의 표지보다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누구의 색이라도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를 나타낸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와 너가 교차하고 때로 마주치는 한 지점에서 연결은 이루어진다. 그것이 무수히 많이 생성된다면 ‘연대’가 되고 연대가 지속되는 사회는 그 공동체를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껄끄러운 사람들이 가득한 ‘억지의 공동체’가 아닌, 모두를 환영하고 포용하는 차별 없는 공동체가 등장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 책은 오래전에 이미 나왔어야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넓고 느슨한 무지개색 공동체’의 형성에 하나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독자로서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흔히 좋은 글이 가득 담긴 책을 보면 ‘형광펜으로 모든 면을 색칠하고 싶다’라는 표현을 쓴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그런 책이다. 어느 문장 하나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내가 부자라면 잔뜩 책을 사서 여기저기 뿌리고 싶은 책이다. ‘이거 읽어 보셨어요? 참 좋은데.’라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고 싶기도 하다. (좀 이상해 보이려나) 결국은 책을 읽은 이들과 함께 비로소 손잡고 혼자라는 감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이 읽는 내내 마음을 채운다. 아마도 독자들 모두가 이런 생각을 은연중에 하리라고 생각한다.

 

 

공동체에 속하는 것, 그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 연대의 시작이다. 우리, 지금부터 연대를 하자. 그리고 여전히 사회에 만연한 여성을 향한 차별에 대항하지는 못하더라도, 차별이 없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자. ‘아무 이유 없이’ 나를 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개인은 ‘혼자’에서 멀어진다. 나를 지키며 집단으로 스며드는 일. 나를 지키는 집단으로 스며드는 일은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번 책을 소개해주신 '제야'님은?
대학입시 사이트 성적 산출 프로그램의 점지에 따라 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전업 독자 겸 대학생. 가끔 블로그에 서평을 올린다. 온라인 소설연재 플랫폼 브릿G에서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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