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일 오늘의 책
유혜영 | 디자인하우스 | 2016.04
분류 : 가정/생활/요리
- 정가
- $27.00
- 판매가
- $14.85 (45%↓)
- 적립금
- $0.30 (2%P)
출판사 서평 스페인 어느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초보 부모의 육아 일기 ‘나는 이상한 노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림작가 ‘노랑’ 엄마, 시와 소설을 쓰고 바르셀로나의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토끼’ 아빠는 오늘도 네 살짜리 아들 ‘마르셀’과 전쟁을 치르느라 바쁘다. 초보 부모의 애 키우기는 쉽지만 않다. 4년 동안 부모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성장했지만, 초보 부모라는 딱지는 쉽게 떼질 것 같지 않다. 젖을 빨고 아...
100일을 계속 쓰면 육아 일기를 무료로 출판해주는 사이트가 몇 개 있다. 어떤 사람은 벌써 10권 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단 한 권도 성공하지 못했다. 일기 쓰는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내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작심삼일이다. 꾸준히 쓰기가 참으로 어렵다. 더군다나 아이를 온전히 끼우고 키우지도 않아서 아이의 모습을 매일 사진으로 남겨두지도 않았다. 이런, 생각에 빠질수록 육아 루저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온 우주의 힘을 빌려 혼신을 다해 키운 듯한 육아의 현장이 펼쳐지는 느낌의 육아서를 무척이나 꺼려한다. 말 그대로 ‘넘사벽’이라 자괴감만 커지고 몹쓸 정도로 미안해진다. 나에겐 '본'이 되는 육아서가 아니라 '위안'이 되는 육아서가 진짜다. 그런 점에서 『엄마 나이 네 살』은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세상살이를 위해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엄마도 네 살이 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음을 어떤 말보다도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태어난지 고작 4년도 안 된 '그녀'와 '그'가 부리는 갑질에 시달리다보면 가끔 나도 내 나이를 잊고 싸우고 싶어진다. '너만 성질 부릴 줄 아는 게 아니라고!' 하고 빽! 소리도 질려주고 싶다. (물론 나는 마음 속에만 담아두지 않고 실천도 잘 하고 있지만.)
처음이라 낯설고 서툴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더 잘해낼 것 같던 순간들, 누구에게나 있던 떨리고 설렌 처음의 날들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르셀이 우리 첫째와 같은 해에 태어난데다가 똑같은 우량아였던지라 그녀의 이야기는 어쩐지 나의 이야기 같았다.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다 보면 근래 떠올리지 않았던 그때의 기억들이 새삼 떠올라 좌절과 연민에 빠져있던 나에게 위안의 손길을 보내게 된다. 누구에게나 다 처음이 있었다.
『엄마 나이 네 살』은 그림 그리는 엄마 노랑이 이야기, 하늘과 바다를 품은 아이 콩이(마르셀) 이야기, 글 쓰는 아빠 토끼 이야기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의 이야기는 자전적 고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콩이 이야기엔 그림이 있다. 그 순간의 마르셀의 모습이 간결하게 그림으로 묘사된다. 시간에 쫓겨 책 한 줄조차 읽기 어려운 아기 엄마들이라면 콩이 이야기 부분만 먼저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왜 그리 남의 아이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고 흥미가 생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시 나만 아이에게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된 육아의 시간에서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위해 아이에게 필요악인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쥐어줘 본 적이 있다면 '적과의 달콤한 동침'이라는 수식어에 저절로 공감할 것이다. 동갑내기 사촌보다 무엇 하나 빠른 것이 없던 아이의 모습에 천불이 나서 붙잡아 앉혀놓고 말을 가르치려 들었던 나의 성질머리는 마르셀 엄마가 말하는 '햇병아리 부모의 개똥교육'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마다 가진 시간의 차이가 있고, 각 가정마다 할 수 있는 교육의 방식이 있는데 부모의 만족과 조급함은 아이를 힘들게 한다.
혼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가 굉장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었음을 아이가 있기 전에 상상이나 했을까. 아이로 인해 저절로 엄마가 되었지만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다. 아이가 겪는 모든 처음은 나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커진다. 그런 나의 마음을 그녀는 자신의 일기를 통하여 어루만져 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운 네 살’이 국경 저 너머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도 '앙팡 테리블'의 시기로 공존하고 있었다. 미운 네 살은 만국 공통이었어!
그녀의 이야기에 동지애를 느끼며 일기를 읽어갔지만, 그녀와 나의 원천적인 다름은 바로 그림이다.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그린 그녀의 그림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그려보아야 나올 수 있는 애정 가득한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부모는 나이를 먹어가는 건지도 모른다. 어느새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다섯 살을 향해 걸음을 뗐다.” (본문 중에서)
작년에 입던 옷이 맞지 않아 새 옷을 사줄 때, 번쩍 들어올려도 괜찮았던 아이를 끙끙대며 들어주어야 할 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가 느껴진다. 아이 나이만큼, 나도 새롭게 부모 나이를 먹는다. 부모 나이 열 살쯤 되면 초보 딱지를 뗄 수 있으려나.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배워가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선생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