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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혈투

2012년 5월 2일 오늘의 책

사랑은 혈투

바스티앙 비베스 | 미메시스 | 2011.08

분류 : 만화

정가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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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프랑스 신예 만화가인 바스티앙 비베스 !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의 애틋한 순간들, 사랑과 반목,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을 절묘한 스케치로 포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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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치명적인 사소함'에 대하여

 

“사랑은 무거운 생을 송두리째 들어 올리는 축제의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한 시간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도주하는 에너지 같은 것. 세상의 모든 축제는 일시적이고, 얼마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축제는 그 안에 방탕과 폭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때로 그것은 죽음과 맞먹는 삶의 폭발적인 낭비를 의미한다.” (이광호, 《사랑의 미래》, 문학과지성사, 2011, 107쪽)

 

축제의 시간을 즐기듯 남녀가 춤을 추고 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감싸 안은 서로의 몸이 미끄러지듯 흐르고 있다. 그래, 흐르고 있다. 남자와 여자, 두 개의 몸 사이를 이으며, 어떤 감정이 흐르고 있다. 사랑이다. 사랑이라 이름 하는 순간이다. 그래, 사랑은 흐르고 있다. 만화가 바스티앙 비베스가 우리를 그 흐름 안으로 초대한다. 《사랑은 혈투》의 장(場)에 온 걸 환영한다! “걱정마라. 잘 될 거야. (…) 그래도 몸 조심해라. 저 밑에서 엄청난 살육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
어디가 시작이었을까. 바로 그, 단 한 사람, 너의 의미가 생겨난 그때. 모두가 ‘아’라고 읽는 걸 ‘어’라고 읽기 시작했다. 사소한 습관과 말투가 특히, 그랬었다. 그러니까 그때부터 너는 나에게만 읽히는 고유명사, 대체될 수 없는 하나의 의미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또 너에게, 그런 널 알아봐준 눈 밝은 사람이었고. 그러나 아직은 서로가 멀던 그때. 우리 사이, 놓여져 있던 거리만큼 설레고 궁금하고, 그래서 더 그리웠다.  

 

 

#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널 보았다. 가깝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이제 조금은 더 너를 안다고 믿었고, 조금의 거리감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그런 것처럼 너 또한 나와 같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너는, 날 이해하지 못하는 너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너는, 나에게 상처가 되었다.

 

별 사건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 일상을 함께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대화를 나누고 버스를 기다리는, 별스럽지 않은 순간들이다. 그러나 우린 알고 있다. 그림 속의 커플에게만큼은 그 별스럽지 않은 순간이 별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서로가 서로에게 갖던 의미는 거기로부터 생겨난 것임을, 기억하고 있다. 간결한 선으로 그려진 장면마다 지난 시간이 겹치고 기억이 흐르는 이유다. 지극히 사소해서 지독히 치명적이었던 ‘사이’의 역사가 다시, 흐르고 있다.

 

“그들 사랑의 역사에서 수없이 사소한 이별들이 반복되었다. 그 이별의 순간들마다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시간들이 검은 구멍처럼 그들을 집어삼켰으나, 실낱같은 재회의 예감은 언제나 그들에게 붙어 다녔고, 그 뿌리칠 수 없는 예감이 그들을 오히려 힘들게 만들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보다는, 이 사랑 때문에 조금 더 많은 괴로움이 남아 있을 거라는 어두운 예감이 더욱 무거웠다. 이별은 단 한 번의 칼끝으로 우리의 숨을 거두어가지 않기 때문에 잔인하다. 그들의 하루하루는 이별의 흉내였으며, 최종적인 이별에 대한 기다림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가장 눈부신 날에도 작은 이별을 연습했고, 아득한 황사처럼 숨막히는 날에도 미래의 이별을 다시 기다렸다.” (이광호, 같은 책, 229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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