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일 오늘의 책
듀나 | 제우미디어 | 2019.12
분류 : 예술/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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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즐겨왔던 '그 영화, 그 드라마들'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가려진 재미를 찾아주는 책 우리가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면, 저절로 다음 상황을 예상케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공포 영화에서 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는 얼마 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악당에게 드디어 주인공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면? 악당은 한심하게도 잠시 숨을 고르며 자신의 위대한 계획을 술술 털어놓는다. 또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억상실...
영화 속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클리셰’. 적당한 클리셰는 관객에게 몰입감과 친숙함을 주는 장치가 되지만, 진부하고 과한 클리셰는 ‘설마… 또?’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며 탄식을 자아낸다. 공포 영화나 좀비 영화에서 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한다. 주인공이 좇는 사람은 커다란 버스나 기차를 사이에 두고 사라지며, 살인마가 쫓아올 땐 꼭 2층으로 도망간다. 이 책은 영화 속 클리셰들을 모아 놓은 사전이다.
클리셰(cliché)는 프랑스어에서 나온 용어로 ‘상투성’, ‘진부함’을 뜻한다. 이 책의 저자인 영화평론가 듀나는 클리셰를 ‘예전에는 독창적이었고 나름대로 진지한 의미를 지녔으나 지금은 생각 없이 반복되고 있는 생각, 문구, 트릭 등’으로 설명한다. 특히 ‘자기 생각 없이’라는 대목을 많이 강조한다. 많은 제작자가 더 고민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클리셰의 특징은 ‘자기 생각 없이’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클리셰가 장르 안에서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진부한 작품 속에서는 진짜 정서와 아이디어 대신 공식과 규칙이 돌아다닙니다.”
클리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익숙한 설정이 여러 번 쓰였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들이 재미를 느끼고 원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소위 말해 어느 정도 중박은 보장한다는 얘기. 따라서 내용과 결말이 예상되지만 딱 예상되는 만큼 흥미와 안정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주는 것이 클리셰다. 아마 이러한 점 때문에 창작자들은 게으르고 진부하다는 비판이 소리를 감수하고, 클리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정말 창작자의 철학과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클리셰는 관객들에게 외면, 나아가는 조롱을 받을 뿐이다.
이외에도 클리셰는 또 다른 효과를 가진다. 예를 들면 영화를 비롯한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기억상실’은 로맨틱할 뿐만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한 탐구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추락하는 악당’ 장면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살인 없이 권선징악을 실행하는 쉬운 방법이다.
그동안 당신이 봤던 무수히 많은 영화 속에 있던 클리셰들. 그 클리셰들에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재밌게 고찰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꺼진 클리셰도 다시 보자.
오늘의 책을 리뷰한 '펜벗 10기 heroine'님은?
재미를 늘 첫머리에 두고 싶은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