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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한국사

2013년 10월 2일 오늘의 책

식탁 위의 한국사

주영하 | 휴머니스트 | 2013.09

분류 : 가정/생활/요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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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100년간 무엇을 먹어왔을까? 근대인의 밥상에서 현대인의 식탁까지, 메뉴를 통해 살펴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한식(韓食)은 한국인의 일상인 동시에 한국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한국 음식은 조선시대부터 변함없이 이어온 문화유산일까? 이에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음식을 역사로 만들고 역사를 정답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토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한국 음식의 원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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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을 먹여살린 주역들

 

역사에 남는 이름은 주로 사람의 이름이다. 사람의 기록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실 지난 시간을 수놓는 이름은 보다 무궁무진하지 않나. 동·식물의 역사랄지 특정한 사물의 역사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미시사는 사람의 역사를 다시 읽게 한다. 또 다른 해석의 여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 단서 중 음식만큼 오래된 것도 없다. 날 때부터 살고자 뭔가를 먹는 사람과 죽 동행해왔을 테니까. 음식을 붙들면 예컨대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불에 음식을 익히기 시작한 때는 진화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인류 최초의 국수는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를 다시 그리기도 하며, 차(茶)와 커피의 발견은 세계사를 흔들어 놓기도 했다. 우리네 음식에도 고유한 역사가 있다.

 

음식의 역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음식의 역사만큼 거시사와 미시사를 아우르는 것도 없다. 사람은 잘났건 못났건 누구나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사회활동도 정치활동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개인이나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를 알면 그 사회의 역사가 보인다. 특히 20세기 세계 체제에 편입된 대한제국의 '한국'과 식민지 시기, 그리고 대한민국의 '한국'이 겪은 음식의 역사는 거시사와 미시사의 절묘한 조합이다. (8쪽)

 

20세기. 100년 간 이 땅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개항, 일제강점과 해방, 한국전쟁, 도시화…… 그 가운데서 사람들이 먹고 마신 음식은 변화를 거듭했다. 이 변천사를 담은 책이 《식탁 위의 한국사》다. 저자인 주영하는 20세기를 "포식의 시대"(20쪽)라고 정의한다. 먹을거리의 전 지구적 교환이 행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도 조선 개항과 동시에 신문물이 들어왔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그 유입이 가속화되었다. 중국 음식점, 서양 음식점, 일본 음식점 등으로 "1910년대 들어 서울 사대문 안은 그야말로 근대적 음식점의 전성시대가 도래"(55쪽)했다. 조선 음식의 운명은 이에 영향을 받아 저마다 다른 길을 걸었다. 원래 모습을 잃어버렸는가 하면 적응하여 살아남은 것도 있다. 지금 즐겨 먹는 음식 중에는 그러한 당대의 산물이 적지 않다.

 

결국 식민지 시기 한반도에서 일본 청주는 생산량과 품질에서 조선 약주를 밀어냈다. 심지어 한반도에서 생산된 일본 청주가 '내지' 일본을 넘볼 정도에 이르렀다. (…) 1965년 약주를 쌀로 빚지 못하도록 한 입법조치 이후 12년이 지난 1977년, 다시 쌀로 빚은 약주가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맛은 약주를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 간사해진 사람들의 입맛은 결코 10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값싸고 독한 희석식 소주에 길들여진 결과이기도 했지만, 일본 청주 정종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했다. (266쪽)

 

전주에 간다면 비록 지난 100년 사이에 조리법과 맛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콩나물국밥을 먹어야 한다. 그것도 남문시장에 자리 잡은 식당에서. 실제로 전주시가 자랑하는 한옥촌은 조선시대 유산이 아니라, 식민지 시기의 유산이다. 탁백이국의 식당 메뉴화 역시 식민지 시기에 시작되었다. 다들 '전통'을 강조하지만 음식에 한해서 보면 그 탄생 시기가 결코 조선 후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탁백이국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이어지는 이 음식의 역사에서도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349쪽)

 

정종이며 콩나물국밥과 같이 지난 100년을 먹여살린 음식은 이처럼 각종 문물이 뒤섞이는 근대의 흐름 속에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특산품인 줄 알았던 명란이 실은 조선에서 전해진 것이고, 한국에서 발달한 줄 알았던 김밥의 원형이 사실 일본에 있다는 사실 등등. "한국 음식을 둘러싼 '만들어진 전통'과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 그리고 '자문화 중심적인 해석'"(522쪽)이 이뤄지는 오늘날에 "한국인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이른바 한국 음식이란 것도 알고 보면 이 혼종 과정을 겪은 것"(523쪽)을 새삼 실감한다. 저자는 "20세기 100년 사이에 한국 음식점과 메뉴들은 어떤 역사적 경험을 했을까?"(524쪽)라는 생각에서 《식탁 위의 한국사》를 썼다고 한다. 같은 질문을 21세기를 먹여살리는 음식에도 던져 보게 된다. 그것의 이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의미하게 기록되고 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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