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 오늘의 책
함정임 | 작가정신 | 2018.07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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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데뷔 28년차 소설가 함정임이 몸과 마음으로 터득해낸 진언(眞言)들 “쓴다,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작가정신의 ‘슬로북(slow book)’은 ‘마음의 속도로 읽는 책’으로,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능동적인 삶의 방식이자 일상의 혁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된 에세이 시리즈다. 함정임의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는 ‘슬로북’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괜찮다는...
책과 창은 닮았다. 네모 모양으로 생김새도 닮았고, 열거나 닫을 수 있는 것도 비슷하다.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창밖과 책 속을 보는 것도 같다. 창을 통해서 어딘가를 바라보는 ‘시선’, 책을 선택하고 글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나의 ‘의식’. 재미있게도 시선과 의식 모두, 지향성이 있다는 것도 참 많이 닮았다.
함정임 작가의 에세이집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는 창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창을 좋아하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의 집은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있는데, 서재 창으로 해운대 푸른 바다가 보인다고 한다. 함정임 작가는 기차를 탈 때, 그리고 카페나 식당에 가서도 창의 위치와 창밖의 풍경을 살피는데, 이런 의식과 행위에는 ‘빛’ 혹은 ‘지향성’이 관계되어 있다고.
이 에세이집에 실린 글들은 함정임 작가가 좋아하는 장소, 문장, 소설가, 그리고 지금 향하고 있는 곳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들, 그 작가들이 생전 머물렀던 장소, 현재 함정임 작가가 교류하고 있는 이들과 인연 있는 장소, 문학 선배 작가들이 걸어간 길, 현재 한국 문학이 흘러가는 곳 등등이다. 문장은 책 속에 결박되어 있는데, 끊임없이 책을 벗어나 떠난다. 이곳 아닌 저곳으로, 지구 반대편으로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다시 무언가를 응시하며 떠나는 이야기들. 외국의 다양한 풍경과 국내 풍경들이 펼쳐진다.
함정임 작가가 불문학을 전공한 만큼, 이 책에는 프랑스 작가와 프랑스 관련 지명이 많이 언급된다. 머리가 띵할 만큼 강렬한 햇빛이 내리는 카뮈의 알제, 러시아에서 귀화한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니스, 사뮈엘 베케트와 외젠 이오네스코가 서 있던 언어의 변경, 롤랑 바르트의 셰르부르 등. 나는 한 번도 간 적 없는 곳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글 속의 풍경이 나만의 풍경이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4년 전에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원어로 읽고 말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로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Monsieur Hamil, est-ce qu'on peux vivre sans amour)” 이 문장을 처음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자기 앞의 생』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 마지막 문장, “사랑해야만 한다.(Il faut aimer)” 까지 도달했을 때는 내 생애 불가능해 보였던 깃발을 뽑은 것 같았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와 “사랑해야만 한다.”는 이 두 문장에 대한 목적, 방향성이 나를 『자기 앞의 생』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닿게 한 것이다.
나는 그 2년 동안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위의 두 문장이 나에게 빛이 되어주고, 길이 되어 주어 목표한 데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걸 이뤘지만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삶을 계속 채워나가야 한다. 그래서 두 문장은 내 마음의 등대가 되어 내가 가야 할 곳, 그 길을 비춘다.
어쩌면 함정임 작가도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뭇 작가들을 흠모하며 여행하는지도 모르겠다. 바라보는 곳, 가닿고자 하는 곳의 지향성. 이것만 있어도 우리 삶은 덜 외롭다. 당신이 가닿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오늘의 책을 리뷰한 'keloo08'님은?
책과 더불어 사는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