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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2020년 6월 19일 오늘의 책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고재욱, 박정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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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끝에 선 치매 환자들에게서 배운 삶과 행복의 가치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로서, 저자는 지난 7년간 100여 명의 노인들을 떠나보내며 그들의 마지막 나날들을 글로 담았다. 고집 세고, 상식 밖의 행동을 하며, 과거의 어느 순간만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치매노인들. 자신의 이름도, 자식의 얼굴도 잊어버린 이들에게 남은 것은 지난 세월의 가장 강렬했던 기억과 감정뿐이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 절망적인 후회, 끝까지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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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치매 요양보호사의 진솔한 기록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주인집 할머니는 이런 말을 썼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장면에서 여러 관객이 울컥했을 거다. 죽은 줄 알았던 화분에 정성을 쏟고 물을 주고 햇볕을 쫴주며 살려내는 할머니.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딸도 꽃이 피는 이 나무처럼 다시 돌아오면 어떨까 바라는 한마디였다.

 

이 책은 마흔 살에 자살을 결심하고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던 고재욱 씨가 경기도 양평의 요양원에서 봉사하며 새 삶을 찾아가던 중 할머니들에게 얻은 지혜와 감동의 엮어낸 이야기집이다.

 

세상에 사랑은 없다고 믿었던 고재욱 씨에게 힘듦만 안겨주었던 ‘사람’이 힘이 되어주고, 잃어버린 사랑을 찾게 해준 곳.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이 시시각각 멀어지고 있는 요양원이었다. 삶과 멀어지는 사람들을 만나며 고재욱 씨는 삶의 하루하루 소중함을 바투 잡게 된다.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지나버린 어제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오늘이라는 희망은 모든 이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희망이라는 것을.”_54쪽

 

조금씩 천천히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 치매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 성별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고약하게도 가장 최근 기억부터 멀어지는 탓에 가족들이 가장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병이기도 하다. 따라서 치매를 터부시하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처럼 위중한 환자가 아니고서야 지역 사회에서 함께 돌보며, 치매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 생활 속에서 함께 돌보는 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환자를 길거리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가 없다. 이는 한국의 치매 환자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어서가 아니다.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요양원에 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치매 관련 예산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으로 요양원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무분별한 요양원의 건립이 2008년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이후라고 말한다. 치매 환자가 돈벌이가 된 요양 시설의 폐해인 것이다. 세금을 악용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요양원도 있다. 일본처럼 치매 노인을 지역사회에 흡수하는 정책을 갖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의 높은 벽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늙어가고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지금 당장, 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계속된다면 누구도 그 자리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노인들이 요양원에 가기를 꺼려한다.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나 나올 수 있다는 선입견이 크기 때문인데, 이는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니라고 한다. 가정에서 보살필 수 없어 보낸 요양원이지만, 요양보호사 한 명이 노인 수십 명을 돌본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개개인에 맞춘 세심한 요양보호가 가능할까. 이런 현실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환기도 되지 않는 곳에서 기저질환이 있고 나이가 많은 요양원 환자들이 전염병에서 대거 스러져갔던 과거를 기억하길 바란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을 발견했다. 무엇보다도 치매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요양 보호사의 인식 개선도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치매 환자의 대소변을 정리하고 말벗과 식사를 챙기는 실질적인 가족이기도 하다. 요양원은 죽음을 앞둔 치매 노인들이 삶을 연명하는 곳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돌보고 치매 환자 가족의 책임을 사회적으로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의 책을 읽고 무작정 가졌던 요양 보호사와 요양원의 편견을 많이 희석시킬 수 있었다.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는 특별할 것도 없이 반복되는 치매 환자의 일상을 따스하게 그려낸 책이다. 읽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살아온 인생이 곧 한 권의 책이며 영화인 노년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할머니들은 대부분 아주 예전의 기억을 들려주신다. 그 이야기는 천일야화고 한 곡만 계속 반복되는 LP의 노래 가사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의 한 부분이며 개인의 대서사시다. 돌고 도는 고전이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느끼게 해주는 자기 계발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doona09'님은?
6월 2주 주간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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