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9일 오늘의 책
프레드릭 배크만 | 다산책방 | 2019.01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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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뉴욕타임스 1위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신작 장편소설! 2019년,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소설! 프레드릭 배크만 작품의 특징은 유려한 문체와, 옳은 것과 그른 것, 두려움과 용기, 사랑과 증오, 우정과 의리의 중요성과 한계 등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통찰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세계적인 문호들 가운데 우뚝 선 거인이고 문학계의 이 거인은 지금도 계속 성장하는 중이다. _...
케빈이 망가뜨린 사람은 그녀였다. 하지만 무너진 사람은 그들이었다. (322쪽)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우리와 당신들』은 『베어타운』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점차 몰락해가고 있는 마을, 베어타운은 오직 마을의 명물인 하키 때문에 버티고 있는데 그 하키가 더 지속할 수 없을 만한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다. 하키팀 감독 페테르 안데르손의 딸 마야가 하키팀의 주장이자 최고의 선수인 케빈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베어타운은 하키팀의 명성에 기대어 마을을 부흥시키려는 사람들이 케빈을 두둔하며 마야가 당한 끔찍한 범죄를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하거나 오히려 마야가 잘못이라는 말도 안 되는 비난과 부조리한 박해에 맞서 페테르 일가가 힘겹게 정의를 구현해 나가는 줄거리였다. 결국 케빈이 마야를 성폭행하는 걸 지켜본 아맛의 증언으로 진실은 밝혀지고 케빈의 가족은 마을을 떠나게 된다.
간신히 정의를 실현하긴 했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마야의 상처가 씻긴 것도 아니었으며 마야의 불행으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한 페테르와 미라의 관계가 봉합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마야의 남동생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누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런 누나를 무자비하게 비난한 마을 사람에 대한 분노 때문에 열 두 살의 레오는 그 누구보다 심한 마음의 질풍노도를 겪는다. 『우리와 당신들』은 그렇게 시작한다. 어둠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채로.
사람들은 성폭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과거 시제를 쓴다. 그녀가 ‘피해자’였다고 한다. 그녀가 ‘고통을 받았다’라고 한다. 그녀가 그런 일을 ‘겪었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지금도 겪고 있다. 그녀는 성폭행을 당했던 게 아니라 지금도 당하고 있다. 케빈에게는 몇 분 만에 끝난 일이었겠지만 그녀에게는 끝나지 않는 일이다. 매일 밤 그 조깅 트랙이 꿈속에 등장할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매번 거기서 그를 죽인다. 그러다 눈을 뜨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쥐고 입속에 비명을 머금고 있다.
불안, 그것은 보이지 않는 지배자다. (364쪽)
비단 페테르 가족만이 아니다. 이제 베어타운 전체가 새롭고 불길한 어둠에 휩싸인다. 케빈의 몰락과 함께 베어타운의 자존심이던 하키팀도 망했다. 페테르 또한 감독 자리에서 쫓겨날 처지다. 그런 때, 페테르와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자 정치인 리샤르드 테오에게서 유혹의 손길이 뻗쳐온다. 유명한 기업을 베어타운의 하키팀 스폰서로 붙여줄 테니 마을의 훌리건 같은 이들을 내쫓는데 협력하라고. 훌리건, 그들은 하키팀에 자신의 삶을 전부 건 자들이다. 그들에겐 오직 하키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인은 장차 하키팀을 뜻대로 운영하기 위해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낼 그들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불화의 씨앗이 또 하나 베어 타운에 심어진다.
그런데 그 금이 더욱 벌어지는 일이 또 일어난다. 하키팀의 늙은 코치, 수네가 코치직에서 쫓겨난 것이다. 수네를 대신해 들어온 새 코치는 여성이었고 레즈비언이었다. 레즈비언이라는 사실 때문에 사켈은 마을 사람들에게 무시와 배척을 받는다. 하키는 정치의 영역이 되고 마야 사건을 겪었으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멋대로 판단한다. 하지만 사켈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베어타운엔 또 한 명의 동성애자가 있다. 바로 벤이. 그가 가진 선수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알아본 사킬은 하키 팀의 주장으로 그를 선발한다. 벤이는 다른 사람들의 무시와 질시에 아랑곳하지 않고 코치가 시키는 대로 묵묵히 훈련에 임하여 결국 팀 전체의 신뢰를 얻는다. 그러나 어떤 이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으로 그가 동성애자라는 게 밝혀지고 이는 마을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간다. 그러다 옆 마을 헤더와 알게 모르게 쌓인 갈등이 발화점에 이르고 결국 베어타운의 중심과 같았던 술집 ‘펠센’이 누군가에 의해 화염에 휩싸인다.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는 베어타운에게 과연 회생의 길은 있을까? 그 길은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여전히 뛰어난 문장과 흥미로운 지점들로 가득한 『우리와 당신들』은 이런 이야기다. 다양한 갈등들이 베어타운보다 전면에 나서 작품이 가진 사회적 함의가 보다 넓어지고 깊어졌다. 소설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하나의 축이 있다면 그건 바로 ‘리더’에 대한 것이다. 어떤 공동체를 이끈다는 것. 그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이끌어야 현명한 것일까? 거기에 대한 사색들이 이야기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단 한 사람의 작은 상처도 허투루 보지 않고 내 일처럼 돌봐주는 것. 『우리와 당신들』을 읽는 나는, 얼른 그것이 가장 현명한 리더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읽는 사람 저마다 대답은 다를 것이다. 소설의 제목은 마지막 문장에서 나왔다. 마지막 장면의 연출을 보면 더이상의 속편은 없을 것 같다. 베어타운의 얘기를 앞으로 더 못 만나본다는 게 서운하긴 하지만 그래도 유종의 미를 잘 거두었기에 만족한다.
펠센이 불탔을 때, 베어타운 사람들은 그동안 존재했던 무수한 편가르기에도 불구하고 모두 뛰쳐나와 하나의 몸처럼 그 불을 진화했다. 이것으로 저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우리 앞에 놓인 갈등이 어느 순간 얼마나 사소한 것이 될 수 있는지 보게한다. 일면에선 전부인 것 같아도 다른 쪽에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쉽진 않다. 저마다 자기만의 입장과 이익을 고집하고픈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키가 순수한 경기가 아니라 정치와 얽힐 때, 누구도 즐겁게 만들 수 없는 스포츠가 되었듯이 사회도, 삶도 그러하다. 나의 행복은 독선이 아니라 공존 가운데서 얻어진다. 『우리와 당신들』은 그걸 아주 호소력 짙게 전하는 작품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카모스'님은?
반디앤루니스 월간 서평 이벤트 “2월의 리뷰어”에서 ‘참 좋은 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