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책오늘의책
  • 미디어 & 기관 추천책미디어 & 기관 추천책
  • 문학상수상작문학상수상작
  • 이럴때이런책이럴때이런책

24시간 시대의 탄생

2020년 9월 17일 오늘의 책

24시간 시대의 탄생

김학선 | 창비 | 2020.03

분류 : 역사/신화/문화

정가
$36.00
판매가
$19.80 (45%↓)
적립금
$0.40 (2%P)

1980년대 신군부의 해제와 통제의 시간정치 : ‘자율’이라는 통치규율의 이중성과 모순성을 지적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후 등장한 신군부는 ‘새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로서 자신을 자리매김하기 위해 이전 정권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야간통행금지제도를 철폐하는 등 개방정책과 자율화·자유화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신군부 정권이 국민에게 24시간의 자유를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저자는 신군부가 야간통금 해제를 통해 ‘자율...

상세보기 >

‘빨리빨리 민족’이 된 이유

 

“아, 시간이 왜 이렇게 없지?” “하루하루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뭐부터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어.” “시간 관리 똑바로 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도 많이 잡는다.” 등등… 시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표현은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학생일 땐 아침 일찍 등교해 밤늦게 하교하거나, 일찍 하교해도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수험생일 땐 하루 24시간을 쪼갠 계획표를 세워가며 시간 관리에 열을 올렸다. 일정이 틀어져 그날 하루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직장을 가지게 되어도 아침부터 밤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남은 시간에는 자기계발을 하느라 늘 부족한 잠을 눈꺼풀과 어깨에 지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노년이 되어서도 여가를 즐기기보다는 소일거리라도 하며 일상을 의미 있는 일로 하루를 채워가고자 노력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려고 기를 쓰고 3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왔는지 스스로 돌이켜볼 기회가 없었다. 나 자신에게 그 이유를 물을 생각조차 못 했으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유독 '빨리빨리 민족'이 된 이유가, 늘 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살아왔던 이유가 어쩌면 1980년대의 시간정치로부터 이어져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고자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해왔다고 믿었던 ‘시간 관리’가, 알고 보면 정치적·사회적으로 영향을 받아 수동적으로 결정된 산물일 수도 있다는 점이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1981년에 첫 번째로 시행된 ‘국민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대해 동아일보는 “우리나라의 시간자원은 10세 이상 인구를 2천 5백만으로 잡아 6억 시간”이라고 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시간을 국가적인 시간자원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와 대한민국 국민의 수면시간, 노동시간, 자유시간 등을 도표와 표로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일상시간이 다른 국가와 경쟁이 가능한 자원임을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각 개인의 시간은 마치 하나의 공공재처럼 ‘국민생활시간’이라는 시간자원으로 개념화되었고, 사적이고 질적인 시간 대신 공적이고 양적인 시간이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화적 지표를 대표하게 되었다. 동아일보는 처음 실시된 ‘국민생활시간조사’에 대해 국민이 시간의 중요성과 시간의 한정성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고 논평했다. 그리고 시간은 하나의 자원이므로 특정인의 사적 사용은 논의할 대상이 아니지만, 사회적인 총 시간자원은 사회 전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잘 활용해서 발전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19쪽)

 

이 인용문단에서 ‘시간자원’을 석유와 같은 ‘유형자원’ 등의 단어로 대체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1980년대의 국가는 국민의 전체적인 시간자원을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고, 다른 국가와 경쟁이 가능한 분야로 보았다. 1980년대의 ‘국민생활시간조사’에서 국가는 교육개혁조치에 의한 과외금지, 야간통행금지 해제, 서머타임제,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 등의 국가정책에 주목했는데, 신군부 정권은 이 정책들을 통해 국민의 공적인 시간뿐만 아니라 사적인 일상시간의 배열과 구조를 재구성함으로써 사회변화를 꾀했고 결국 국민생활시간조사는 단순한 통계를 위한 조사가 아닌 시간정치의 수단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배울 때 1982년의 야간통행금지 해제가 곧 국민의 자유가 신장되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단순히 해석하곤 한다. 나 역시 중학교 현대사 수업부터 이십 대에 수험을 위해 다시 현대사를 배울 때까지 열 번도 넘게 야간통행금지 해제 정책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지만 내 사고는 그 이면까지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의 첫머리부터 저자는 독자가 이 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통찰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요모조모 파고든다. 그 과정이 처음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저자가 함께 풀어놓는 관련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관점에서 1980년대 정치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된다.

 

야간통행금지 해제는 단순히 국민의 야간 시간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국민의 권리 신장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 해방된 시간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의 의지에 부합하도록 생산을 장려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가 그동안 올바른 길이라며 굳게 믿고 해온 시간관리에 대해 참신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서끼끼'님은?
반디앤루니스 월간 서평 이벤트 “8월의 리뷰어”에서 ‘참 좋은 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오늘의 책 메일링 서비스

오늘의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기

싸이월드 공감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덧글 [ 0 ]

등록하기

오늘의 책 전체보기

이전이전

2 0 2 6 1 0

다음다음

2026년 10월 오늘의 책 입니다.

GO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28

29

30

1


일상의 유토피아

2


평생 월급을 만드는 저수지 투자법

3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4


슬픈 행성

5


은둔

6


한국 교회 트렌드 2027

7


루미너스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

미디어&관련기관추천미디어&관련기관추천

more

문학상추천문학상추천

mor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