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7일 오늘의 책
황정은 | 문학동네 | 2016.11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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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신작 소설집 오랫동안 기다려온 여덟 편의 이야기 2014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누가」 2014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상류엔 맹금류」 201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上行」 수록 “인간 삶에 도사리고 있는 유령적 순간을 날카롭게 묘파하는 황정은 소설의 압도적인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_이효석문학상 심사평 “이 작가는, 마치 어떤 맹수가 먹잇감을 점찍고 한참을 노려보다가 단 한 번의 돌진으로 대상을 정확히 가격하여 쓰러뜨리듯이,...
그 얼굴,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대신, 그렇게 보지 말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 식으로 보지 마. 사람 빤히 관찰하지 마. 너는 아무 잘못 없는데 내가 때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159쪽)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중에서
모든 사물과 사람들에게 지극히 무심해 보인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야기의 정밀함에 어이가 없을 정도다. 처음엔 심드렁하게 읽다가 어느새 눈이 번쩍 뜨였고, 점점 흥분했다가 나중엔 숭앙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황정은 작가는 정말이지 괴물 같은 작가다.
『아무도 아닌』은 냉소적이다 못해 불친절해 보이기도 한다. 흔한 인사말도, 으레 실리는 작가의 말도, 작품 해설도 전혀 없다. 회색 여백이 넓게 차지한 표지마저 무성의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상쇄해 버리겠다는 듯, 책에 수록된 8편의 단편이 죄다 좋다. 전반적인 느낌을 간추려 보자면, 우선 첫 3편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엇비슷하다. 「상행」의 오제, 「양의 미래」의 호재, 「상류엔 맹금류」의 제희. 마치 작가가 자모음만 바꿔 돌려쓴 것 같다. 그게 오히려 재미있다. 작가의 게으름처럼 느껴지는 한편, 철저하게 계획된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뒤쪽에 실린 마지막 2편의 소설 「웃는 남자」와 「복경」은 서로 제목이 뒤바뀐 것 같다. 이마저도 미리 축조한 기획처럼 여겨진다는 점. 아마도 작품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치밀한 정밀함 때문일 것이다.
고추밭에 고추를 따러 가자고 해서 가겠다고 대답했다. (11쪽)
「상행」 중에서
「상행」의 첫 문장이다. 대수롭지 않게 시작된 문장을 대수롭지 않게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 소름이 확 돋는다. 책을 읽으며 이와 같은 소름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중 「누가」와 「누구도 가본 적 없는」에서는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서늘함을 체험했다. 「웃는 남자」는 평범한 제목이 역설적으로 다가올 만큼 주제가 독창적이었다.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빈틈을 구석구석 잘 들여다봤을까. 작가의 시선이 닿은 곳마다 은밀한 곳에 돋아난 종기를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불순한 욕망이 현미경 아래 샤알레처럼 선명히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문장 안에 대단한 치장이 없다. 쉽고 간결하며 적확하다.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와 수사로 날렵하게 후벼파는 솜씨. 황정은 작가의 『아무도 아닌』은 정말이지 ‘아무도 아닌 것이 아니다.’ 2016년의 베스트 책이라 할 법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밍코'님은?
책을 읽고, 끄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삶을 들여다보고픈 평화주의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