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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2020년 7월 16일 오늘의 책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김선지 | 은행나무 | 2020.06

분류 : 예술/대중문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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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예술 문법에 질문을 던진 여성들 가부장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우다 여성이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었던 시절, 척박한 환경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운 미술가들이 있었다. 프로페르치아 데 로시는 르네상스 시대 최초의 여성 조각가로서 그림과 시, 회화, 음악 등 다양한 공부를 했으나 특히 조각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여성은 있어도 조각을 하는 여성은 없었다. 조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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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순간이 투쟁이었다

 

여성들의 미술사. 미술 관련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왜 화가나 조각가들이 전부 남자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니, 역사를 배우면서 왜 중요하고 유명하고 이름을 알린 사람들은 죄다 남자뿐인지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 책은 철저하게 남성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 속에서 잊힐 수밖에 없었던 여성미술가(개인적으로 이 말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1인에 대해 소개한다. 21인의 삶은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녀들에겐 삶의 모든 순간이 투쟁이었다는 것이다.

 

여성이 하는 예술이라는 편견, 여성이기에 가질 수 없었던 기회, 여성이기에 받을 수 없었던 교육… 특히나 남성중심의 분야였기에 누구보다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을 가졌음에도 그들은 투쟁해야만 했다.

 

책에 나오는 다수의 여성들은 그나마 집안이 부유하고, 아버지가 화가라거나 하는 배경이 있었기에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버지의 이름이나 남편의 이름하에 가려져야 했다. 물론 밑바닥부터 올라와 당대의 주류를 거슬러 해당 분야의 개척자로  살아서 이름이 알려진 자도 있으나, 결국 사후에는 여성이기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거나, 그녀의 작품이 아버지나 남편의 이름으로 둔갑해버리고만 경우도 많았다. (물론 오늘날에 이르러 다시 평가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 수많은 예술가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분은 “젠틸레스키”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동료이자 자신의 그림 스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길고 힘든 재판을 거쳐야 했다. 그녀의 재판 기록 속에서 그녀는 피해자임에도 손가락 고문까지 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고 힘든 재판을 거쳤으나 가해자는 얼마간 실형을 살았을 뿐이라니, 그 때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성폭행이 아닌 다른 죄들이 밝혀져 실형을 받은 것이라 한다. 맙소사.)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작품에서 여성은 여리하고 부드러운 모습이 아니라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강인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책에 수록된 그녀의 그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라는 그림에 잘 나타나 있다. 같은 주제로 그린 남성 화가의 그림에서 유디트는 유약하거나 팜므파탈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 유디트는 항복하려는 원로들을 꾸짖고 계략을 세워, 적장의 목을 베는 강인한 여성이다. 근데 왜 남성 화가들은 유디트를 그리 유약하게 또는 성적 암시를 보이는 모습으로 그렸을까. 이런 부분이 당시의 시대상을 나타낸다. 하지만 젠틸레스키의 그림은 그렇지 않았다. 단호하게 적장의 목을 노리는 강인한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성폭행 피해자로써 그림을 통해 스승에게 복수했다는 해석이 있다지만, 나는 그녀가 자신의 힘든 삶을 돌이켜보며 그림에서라도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할 수 없이 상처가 되는 일을 겪고도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의 강인함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챕터였다.

 

젠틸레스키 말고도 ‘정말 대단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은 종이오리기 작품을 만든 ‘요아나 쿠르턴’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인생보다 그녀의 작품이! 아무리 봐도 종이를 오려 만들었다는 느낌이 아니다! 손으로 그렸다 해도 이렇게 정교하게 그릴 수 있나 싶은데, 종이를 오린 작품이라니. 아쉽게도 작품의 특성상 그녀의 작품은 현재 15점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이야말로 꼭 삽화가 아닌 실제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 들었다.

 

이 책은 여성의 미술사로써만이 아니라, 역사 속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수장고 속에 또는 개인의 손에 있더라도 역사의 한 부분이었던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당신은 한 여자의 영혼에서 시저의 정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131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thddus'님은?
반디앤루니스 월간 서평 이벤트 “6월의 리뷰어”에서 ‘이달의 테마 리뷰어’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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