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6일 오늘의 책
마르그리트 뒤라스 | 미디어창비 | 2020.08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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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년 에르네스토가 엿본 신과 인생의 비밀 필연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는 한순간에 대한 찬가 “어머니는 교사의 의견에 동의했고 마침 잘 되었다고, 동생들이 에르네스토의 부재에 익숙해져야 하며, 언젠가는 그들이 에르네스토 없이 지내야 할 것이고 게다가 언젠가는 모두 서로와, 영원히 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들 사이에 머지않아 이별이 하나씩 생겨날 거라고. 그다음엔, 남아 있는 이들이 자기 차례가 되면 사라져갈 것이라고. 그것이 바...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저는 아직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름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이런 말을 하려던 거구나!’라고 하기에는 제가 이해하지 못할 장면과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작품을 추천한 이유는 소설 속 대목 대목에서 쉽사리 지나가지 못하고 시선과 마음이 머물렀던 장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점점 굳어지고 있는 편협한 제 마음에 또 다른 신선함을 주었기 때문이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모든 것들에 비껴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 않고 학교도 보내지 않은 채 방치해버리지만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아이들 중 두 남매는 죽음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서로를 원하고 욕망합니다. 에르네스토는 글을 따로 배운 적도 없는데 스스로 글을 깨우쳐버리고, 학교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이상한 곳’이라고는 더 이상 가기를 거부합니다. 가족 간에 근친은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글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스스로 깨우칠 수 없는 것이고, 학교는 내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누구나 꼭 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이 알 수 없는 상황들을 맞닥뜨리며 불현듯 깨닫습니다.
‘그런데 내가 믿고 있었던 것들이 다 옳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오히려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이게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제가 평소에는 절대로 고려하지 않았을 사상을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으로 환기 시켜주는 거죠.
너무 일찍 깨져버린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과 심지어는 자신의 자식들에게까지 무심해져 버린 에르네스토의 어머니의 모습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흐드러지게 핀 체리 꽃의 봄날을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고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재단’할 수 없다고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모두 저마다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슬픔이 있고 타인은 그런 감정을 함부로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요. 야간열차에서 만났던 사랑에 대해 중년이 되어서도 ‘아직’이라고 아직 완전히는 아니라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완전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몸을 떨면서 말하는 그녀에게 우리가 도대체 무어라고 ‘상식’을 운운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제가 가졌던 한 틈의 시선으로만 비트리에 살고 있었던 에르네스토와 그의 가족들을 쉽게 ‘파악’하려 하였고, 그만큼 작품을 손쉽게 오독하려 했습니다.
물론 아직 작품을 모두 다 알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의 언어처럼 암시와 은유가 가득한 이 소설의 서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에르네스토의 침묵이 신이자 동시에 신이 아닌 것처럼, 삶에 대한 열정이자 동시에 죽음에 대한 갈망인 것처럼 쉽사리 읽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을 독자가 모두 관통했다고 해서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저는 충분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낯선 비트리에 잠시라도 닿을 수 있었고, 제 마음속에 한 편의 통풍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펜벗 11기 달흔'님은?
결국 사라져서 없어지게 될 것들을 지키기 위해 글을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