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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2020년 5월 15일 오늘의 책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준만 | 인물과사상사 | 2020.04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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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정치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지난 2010년 이마트 등 일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즉석 피자가 소비자들의 큰 인기를 얻자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과 네티즌 사이의 설전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한 네티즌이 “신세계는 소상점들 죽이는 소형 상점 공략을 포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영업자들 피 말리는 치졸한 짓입니다”라는 글을 쓰자 이에 정용진이 ‘소비자의 선택’을 강조하면서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나?”라고 대꾸한 것이다. 정용진의 반론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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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신화를 깨부수는 정치적 소비주의

 

책 제목이 무척 의도적이다. 진보 독자의 신경을 건드리겠다는 저자의 의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시민운동과 신사회운동을 지지해오던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내심 격한 반발이 일었다. ‘뭐야,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알고 보니 이 제목은 영국의 정치적 소비자 운동가들의 슬로건이라고 한다. ‘소비자 운동에 웬 정치 꼬리표?’ 하지만 강준만 교수는 이런저런 마음의 반발을 가라앉혀주면서 동시에 기존의 선입견을 확실히 부숴주었다. 그동안 내가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시민 신화’의 허구성을 깨닫게 해주었던 것이다. 시민과 시민운동의 가치는 높이 사면서 소비자와 소비자 운동은 낮추어 보았던 내 오랜 편견을 허물어주었다. 그 편견이 사실은 매우 허접한 정치적 진보의 가식이란 것도 성찰시키면서 말이다. 책을 덮고 나면 확신이 생긴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왜 아니겠는가.

 

그동안 우리의 일상적 소비 행태가 갖는 이념적·정치적·윤리적 문제를 너무 소홀히 했다는 뼈아픈 자각이 몰려온다. 솔직히 시민으로 산 순간보다 소비자로 산 시간이 더 많았으면서 말이다. 따라서 시민과 소비자를 구별할 게 아니라 오히려 ‘시민 소비자’ 개념을 본격적으로 이 땅에 정착시켜야 한다. 투표든 소비든 모두 참여로 귀결된다. 투표가 전형적인 정치적 참여의 대명사라면, 소비는 전형적인 경제적 참여의 대명사다. 역설적이지만, 보다 활발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통해서, 그동안 투표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믿었던 ‘소비자’라도 소비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어 보는 ‘시민 소비자’로 거듭날 수 있다면 좋겠다. 적어도 툭하면 적과 동지를 편 가르는 정치의식이 과열되어 분열과 대립을 부르는 비좁은 한반도에선 이런 ‘참여의 전환’이 더욱 필요하다. 어쩌다 한 번의 투표보다 하루하루의 소비가 주는 의미를 더욱 되새겨보는 우리가 되자.   

 

“‘정치의 시장화’와 ‘시민의 소비자화’는 이미 오래전에 이루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시민과 소비자는 전혀 다르며 정치는 소비영역과는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는 ‘시민 신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소비와 소비자의 중요성에 상응하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쇼핑을 주로 비판적인 문화 비평의 대상으로만 삼아온 그간의 관행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본격적인 정치비평과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연구 과제로 삼으면 좋겠다.” (221쪽)

 

일제강점기의 물산장려운동, 1991년 두산 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행위에 따른 두산 제품 불매운동,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2017년 촛불 혁명, ‘신물산장려운동’으로 불린 최근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것이 바로 정치적 소비주의, 일명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다. 스웨덴 정치학자 미셸 미셸레티에 따르면,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크게 특정 상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보이콧팅(불매운동), 특정 상품의 소비를 지지하는 바이콧팅(사주기 운동), 논변적 운동,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으로 대표되는 라이프스타일 운동 이 네 가지 형식이 있다. 용어가 좀 생소하지만, 논변적 운동의 대표적 사례는 말과 글, 퍼포먼스 등으로 반소비주의적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문화 방해’가 있다. 이런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동력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연대를 배척하지는 않는 이른바 포용적 개인주의와 ‘약한 연결의 힘’이다.

 

불매운동과 사주기 운동은 나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고, 윤리적 소비나 환경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 운동엔 적절히 동참하는 편이다. 하지만 논변적 운동 형식과 문화 방해에 대해선 솔직히 좋은 인상을 갖지 못했다. ‘이거 영미 포스트모더니즘의 또 다른 장난질 아니야?’란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적 문화 현상이란 내겐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이데올로기적 공모자 혹은 반정치적 부역자와 그리 다를 바 없었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이 정치에서 시장으로, 생산에서 소비로 이동한 것에 따른 시민사회의 자구책으로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200~201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zixia'님은?
5월 1주 주간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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