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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그리다 - 그림 속으로 들어온 가족의 얼굴들

2010년 4월 15일 오늘의 책

가족을 그리다 - 그림 속으로 들어온 가족의 얼굴들

박영택 | 바다출판사 | 2009.12

분류 : 예술/대중문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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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가족의 탄생과 재구성!!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섬세한 눈길로 어루만지는 한국 근현대 미술에 반영된 가족의 얼굴과 숨결 “우리 미술 작가들에게 가족은 무엇이며 그들은 가족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이중섭의 그림에서 가족은 핵심이다. 그는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지내는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그림에 담았다. 박수근은 한국전쟁 이후 살아남은 가족의 이미지를 그렸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닮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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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진’ 가족에서 나를 보다


언제나 나는 ‘가족’이라는 말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얼마 되지 않았고, 해야 할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특히 ‘엄마’에게 그랬다. 그렇게 나는 지나온 세월만큼의 희생과 설움을 가슴에 품고 오늘에 이른 엄마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슬퍼지는 “어린 짐승”에 불과하다. 매번 과거로부터 퍼 올리는 것 같은 엄마의 반복되는 푸념과 눈물 앞에서, 그 눈물의 원인으로 오늘에 당도해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미안해요’ ‘고마워요’라고 위로되지 않는 위로를 거듭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이제는 좀 훌훌 털어 버리시라’는 입바른 소리로 엄마의 어제를 아는 척하거나, ‘난 엄마처럼 안 살 거야’라며 엄마의 어제를 부정하는 매몰찬 소리 모두, 내 몫이 아니다.

나에게 엄마를 ‘엄마’이게 하는 가족은 “굴레나 천형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 굴레 안에서 욕심껏 배우지 못한 엄마의 바람대로 이제껏 욕심나는 대로 머리에 쌓아둔 지식은 무기력해진다. <가족을 그리다>의 저자 박영택이 지적하듯 요사이 “가족은 회의와 의심의 대상, 나아가 부정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 부정이라는 것이 내 가족을 향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내 가족이 조선시대의 유교적 이념에서 출발해, 근대 자본주의의 가족이데올로기를 통과하고, 지금은 개인적 행복을 추구한다는 탈근대의 해체라는 과정을 거치며, 대문자 ‘가족의 역사’를 답습하고 있다 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결국 나에게 가족은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게 만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감정의 웅덩이가 돼 버린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가족을 그리다>의 세세한 내용보다 이 책이 품고 있는 감정의 웅덩이가 먼저 보인다. 역사가 만들어 놓은 전형적 가족의 이데올로기, 즉 서구의 근대 가족 개념에 기반해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반영된 가족 이미지를 찾아나가는 박영택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가부장의 권력에 저당 잡힌 우리 엄마들의 자아와 미래가 더없이 절절해지고,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가족의 위기와 가부장의 무능력으로 부가된 엄마들의 밥벌이가 서글퍼진다. 그러다 결국 그 밥벌이의 치열함으로 서서히 떨어져 나갔던 내 가족의 유대, 그 상실의 흔적이 아프게 다가온다.

<가족을 그리다>는 언제나 말하고 싶었지만 쉬이 말해지지 않았던 내 ‘가족’의 수많은 모습들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그 안에서 저자는 나와 같은 감정의 웅덩이를 보이며 내면화된 가족이데올로기의 재현, 그 비판의 시선을 멈추고 가족의 따뜻한 품으로 향하는 작가의 마음을 그들의 개인사와 함께 읽어낸다. 그러므로 다소 분열된(감정이입과 비판) 듯 보이는 저자의 태도는 누군가의 가족인 동시에 가족을 대상으로 그리는 자가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양가적 면모이다. 이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버리고 억압하고 황폐화시키”는 동시에 “유일하게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고 변치 않는 사랑을 주는 대상이기도”한 가족의 양가성과 닮아 있다.

그림을 말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그가 말하는 그림 안에서,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는 내 안에서 가족의 역사가 남겨 놓은 상처가 드러난다. 나에게 말을 건다. 그 말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나는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월간 우리교육 3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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