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4일 오늘의 책
W. G. 제발트 | 을유문화사 | 2009.03
분류 : 소설
- 정가
- $24.00
- 판매가
- $13.20 (45%↓)
- 적립금
- $0.26 (2%P)
출판사 서평 21세기 독일 문학이 내놓은 가장 감동적인 소설의 하나! “오늘날에도 위대한 문학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제발트의 소설에 들어 있다.” - 수전 손택 전미 비평가 협회상, 브레멘상, 「인디펜던트」 외국 소설상 수상 「LA타임스」, 『뉴욕』,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2001년 최고의 책 정통 세계문학을 지향하는 을유세계문학전집의 열아홉 번째 책은 독일 작가 W. 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로, 2001년에 발표되어 ...
‘아우스터리츠’는 체코 동부 모라비아의 아우스터리츠에서 일어났던 전투에서 나온 이름이다. 나폴레옹은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고지를 먼저 점령하는 전술을 쓰는 대신,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의 연합군이 먼저 고지를 점령하도록 유인했다. 그리고 배후를 공격하여 전세를 역전시켜 프랑스에 승리를 안겨 주었다.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이름을 빌려온 W. 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8부터 1939년 영국의 주도로 진행된 ‘어린이 수송(Kinder transport)’에 관한 이야기다. 나치 지배하의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지의 유대인 대표들은 1938년 11월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에게 유대인 어린이를 받아 달라고 은밀하게 요구했다. 1939년 8월, 전쟁 발발 전까지 영국에 도착한 어린이는 모두 1만 명에 달했다. 대부분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이들 중 전후 부모와 상봉한 어린이는 극히 일부였다. 부모가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년 아우스터리츠는 1939년 여름, 어린이 특별 수송 작전에 영국으로 건너간 1만 명의 아이 중 한 명이다. 아이들은 삶을 얻은 대가로 부모와 격리됐다. 평생 자신들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심연의 고독과 마주해야 했다.
어린이 수송 작전은 누구를 위한 계획이었을까. 제발트의 말 대로라면, 인간이 계획하고 발전시킨 모든 것들은 아주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 속에 핵심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한 번에 붕괴하거나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의 흐름을 아우스터리츠가 들려주는 이야기 곳곳에 등장시킨다.
안트베르펜의 요새는 외부 세력이 침입할 때마다 보호벽의 위치를 옮겨 방어했다. 요새는 전투의 핵심 방안이었다. 자연적인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사람들은 보호벽을 유지하기 위해 집요하게 매달렸다. 그러나 대포들은 오히려 적을 불렀고, 별 모양의 요새는 적이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쟁 후, 취약점으로 드러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도시를 둘러싼 기다란 보호벽을 다시 세우기로 하지만, 30년의 긴 세월 동안 금속 산업과 상업이 발달한 만큼 적들의 무기 또한 좋아졌다. 오랫동안 보수를 하면서 유지해 온 요새는 제1차 세계 대전에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야 말았다. 완벽함을 추구했던 인간의 계획은 한계를 맞았다.
무용지물이 된 건축물은 아우스터리츠 이야기 속 국립 도서관으로 다시 등장한다. 국립 도서관의 책임자들은 때때로 책에서 눈을 들어 기분 전환에 필요하다며 인공적인 잣나무를 늘리고 다람쥐를 곳곳에 풀어놓았다. 그러나 울창해진 숲에서 다람쥐들은 길을 잃었고, 새들은 도서관 유리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져 죽는 사고가 번번이 발생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었다. 도서관은 생명 없는 건물이 되어버렸다고 아우스터리츠는 얘기한다.
형식과 내용 사이의 충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계획들은 정말로 누구를 위한 계획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아우스터리츠는 우리를 향해 이야기한다. 비둘기는 고도의 항해 능력이 있어서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해에서도 힘이 닿는 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데, 비둘기보다 완벽해 보이는 인간은 이러한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의 고지 점령, 나치의 폭압으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어린이 특별 수송 작전, 적의 공격에 대비해 지어진 요새의 유지와 보수, 도서관의 안락을 위해 숲길을 만들려는 인간의 완벽한 계획들은 사실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어서 불안했고,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만 완벽해 보이는 건물을 지으려는 인간들의 부단한 노력은 비단 건축에만 아니라 삶과 역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삶은 완벽해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흘러 가 버린다.
'아우스터리츠'는 역사의 비극을 간직한 사람이다. 비극적인 사건에 관하여 언제든 말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는 언제나 주변 사물에 즉흥적인 감정을 잇는다. 즉흥적인 이야기들은 미세하고 흐릿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제발트가 심어놓은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사진 한 장조차 불필요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비극적인 이야기의 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 마련된 세부적인 장치였음을 소름 끼치도록 깨닫게 된다.
아우스터리츠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난 후 프라하의 테레진 상점으로 다시 가 본다. 장식품과 각종 도구들이 헤아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며 아우스터리츠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사물의 흔적이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우스터리츠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아우스터리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이 하나의 건축물에 비유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절박하게 깨닫는다. 완벽한 삶을 위해 계획을 짜고, 자신만의 문과 창문, 계단을 만들며 하나하나 건축하지만, 건축물에 비유된 삶은 때로 편견에 갇히게 된다. 부조리, 역사의 시간 속에서 출구 없는 미로가 되어 붕괴 직전의 건축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재현하려고 애쓰지만, 애를 쓰면 쓸수록 시간의 부재만을 느낄 뿐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 이미 완성되어 새겨진 그림들을 다루는 것으로, 진리가 어딘가 다른 곳에서 누구에 의해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장자리에 놓여있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그림들을 응시할 수밖에 없다.' 제발트의 말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역사는 죽은 사람들의 먼지로 뒤덮여 있다.
‘누구를 위한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인간의 삶과 죽음, 역사와 건축이 이토록 함축적으로 표현된 《아우스터리츠》를 긴 호흡으로 느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진리가 있다는 걸 나는 기억하려 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muo’님은?
삶의 모든 흔적 때로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간직하고 있지 않는 듯한 책들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