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4일 오늘의 책
켄트 하루프 | 뮤진트리 | 2016.10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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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왜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행복을 찾은 방식대로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가.”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와 줄 수 있어요? 섹스는 아니고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거 말이에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유려하고 달콤 씁쓸하면서도 희망적인, 켄트 하루프의 마지막 소설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가 보다는, 남은 인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긴 노년을 어떻게 늙어야 할지가 더 중요해진 요즘, 노년의 삶을 주제로 한 책들에 관심이 간...
올해로 구순이 되신 할머니는 밤마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신다. 온 가족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 자정 무렵, 할머니 방에서는 갖가지 기척이 부스럭 덜커덕거리며 집 안의 조용한 공기를 가른다. 몸을 뒤척거릴 때마다 이불이 서걱거리는 소리, 화장대 서랍장을 밀고 닫는 소리, 옛 앨범을 찾으려 옷장을 열었다 닫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옆방에 누운 나는 눈을 감고도 할머니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할머니와 나의 밤은 이토록 길고도 멀다.
그래서였을까, 우연히 펼쳐 든 신문의 신간 도서 소개 코너에 실린 켄트 하루프라는 작가의 『밤에 우리 영혼은』이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살던 두 노인 남녀가 밤마다 한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운다는 줄거리를 읽자마자 할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밤사이 할머니가 내는 갖가지 기척이 밤은 길고, 자신은 외롭다는 신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게 될 고독의 순간들에 우리가 진정 그리워하게 될 것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있다.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낸 후 홀로 지내던 루이스에게 어느 날 역시 오래전 남편을 잃은 이웃 노인 에디가 찾아온다. 그녀는 루이스에게 기이한 제안을 하나 한다. 바로 밤마다 자신의 집에 찾아와서 밤을 함께 보내자는 것이다. 루이스는 당황하지만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국 에디를 찾아가게 된다. 그들은 한 침대에 누워 몇 가지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다 잠이 든다. 그렇게 몇 번의 어색한 밤이 지나고 조금씩 루이스는 에디와 함께 보내는 밤에 적응해나간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도 더욱 깊고 넓어진다. 이루지 못한 꿈, 뜻대로 되지 않았던 부부 생활, 자녀들에 대한 걱정까지. 그들의 사이를 두고 이웃들은 수군대지만 이미 루이스와 에디에게 서로가 없이 홀로 지새워야 하는 밤은 상상할 수가 없게 되어버린 뒤이다.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결국, 그들이 찾고, 또 서로에게서 발견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마음을 데워줄 누군가의 온기였다. 이대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적 교류 말이다.
사실 책 초반에 에디가 루이스에게 밤을 함께 보내자는 제안을 할 때는 나도 당황스러웠다. 이성적인 관계가 상상이 되기도 하고 괜스레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며 두 노인의 대화 속에서 그들의 인생을 더듬어 쫓아가다 보니 점점 그 너머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헤쳐 온 인생의 막바지, 가족들은 죽거나 뿔뿔이 흩어지고, 그렇게 홀로 되어 마주하는 밤에는 갖가지 상념과 회한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헤집어 놓을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 옆에서 자신의 두서없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손을 꽉 잡아준다면, 그래도 이만하면 행복한 인생이었다며 안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 게 아직 남아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든 사람들은 모든 감정에 초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든 사람이 무언가에 대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라도 하면 ‘저 나이에 무슨…’이라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러나 나이가 적든 많든 사람의 감정은 마르지 않는다. 살아있는 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에디의 아들 내외의 불화로 손자 제이미가 에디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세 사람은 마치 한 가족처럼 시간을 보낸다. 함께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며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그리고 루이스와 에디의 사이도 급격한 진전을 이루어 이제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의 전개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오히려 그들을 지지하게 한다. 홀로된 생의 끄트머리에서 자신의 곁을 지켜줄 누군가를 찾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앙상하게 말라버린 고목처럼 비참하고 고독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둘은 결국 자식들의 반대에 헤어짐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전화로나마 가끔 연락을 이어나간다. 이러한 결말에 너무도 마음이 아팠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이기에 더 큰 여운이 남았다.
책을 읽는 동안 할머니를,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할머니가 될 나를 생각했다. 내가 할머니의 나이가 되어 홀로 밤을 보내야 한다면, 잠을 쫓아버리는 과거에 대한 회한과 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칠까 싶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깨달았다. 할머니 방에서 나는 기척 소리에 한 번도 제대로 응답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밤에 할머니의 영혼은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오늘 밤에는 내가 할머니의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가야겠다. 작은 할머니에겐 너무 큰 침대를 나의 온기로 가득 채워드려야겠다.
| 펜벗 인터뷰
1. 할머니와의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7년 전쯤 아파트 승강기 안에 갇힌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 집은 12층이었고, 그날은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던 터라 집을 나서서 막 승강기에 올라탄 참이었습니다. 승강기 문이 닫히고 조금 내려가는가 싶더니 승강기가 12층과 11층 사이에 멈춰서 버렸습니다. 당황한 저는 다급히 비상벨을 눌렀고 다행히도 안전 관리인과 연결이 되었지만,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가족이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휴대 전화를 꺼내어 단축 번호 1번을 길게 눌렀습니다. 집으로 연결된 전화를 받으신 분은 할머니였는데 저는 다짜고짜 울음을 터뜨리며 승강기에 갇혔다고, 너무 무섭다고 하소연을 쏟아냈습니다. 저보다 더 놀라신 할머니는 경비원에게 바로 알려야겠다며, 당시 여든이 다 되신 나이셨는데도 불구하고 양말만 신은 채 12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뛰어 내려가셨습니다. 결국 저는 십 분 만에 도착한 설비 기사의 조치로 곧바로 승강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승강기 문이 다시 열리던 순간 문 앞에서 사색이 된 얼굴로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계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 ‘고독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고독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독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고독하지 않을 삶’이란 가능할까요?
고독의 문제는 젊고 늙음을 막론하고 전 세대의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 가운데서도 고독함을 느낄 수 있고,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분의 고독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고독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주위에 있어도 그들이 우리의 고독을 섣불리 판단하고 성급한 참견과 위로를 표현할 때 더 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두 나무 사이에 바람도 불고 햇볕도 지나갈 공간이 있어야 두 나무가 함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서로의 고독을 존중하되 소통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노년의 사랑에 대해 조명한 영화나 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삶을 정리하는 시기로 노년을 보았다면, 이제는 노년도 우리 삶의 연장 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bravegirl7님께서 생각하는 노년이란 어떤 시기인가요?
저는 청년과 장년, 노년처럼 삶을 구분 짓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구분이 세대마다 무엇을 해야만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부담 또는 제한을 지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이 자신의 지위와 나이를 따지지 않고 늘 있어야 할 곳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듯이, 우리도 매 순간 진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가닿게 된다고 믿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bravegirl7'님은?
읽고 싶은 책과 쓰고 싶은 글이 있기에 오늘도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애서가입니다.
bravegirl7 님의 테마북 [인생이 저물어 갈 무렵]
| 펜벗 큐레이션 Vol.17 '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