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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2012년 11월 14일 오늘의 책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한창훈 | 문학동네 | 2010.09

분류 : 여행/취미/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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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온몸에 파도의 문신을 새긴 40년 생계형 낚시꾼, 21세기형 자산어보를 완성하다! 여기,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바다에 미쳐, 시원한 해풍과 입안에 감도는 짭조름한 기운에? 중독돼 평생 동안 바다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거문도에서 태어나 걸쭉한 남도 입담으로 바다와 섬의 이야기를 우직하고 집요하게 기록해온 작가 한창훈. 그러나 수권의 책을 펴낸 지금도 그는 식자 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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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보지 못한 자에게

 

음식 권하는 말을 할 때, “이거 좀 먹어볼래?”라든지 “이거 좀 맛볼래?”라는 식으로 왕왕 혼용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허나 사실 이들 말의 심상은 ‘냄새’와 ‘향기’만큼이나 다르다. 누군가가 맛보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음식을 양껏 손대기 어려워질 것 같다.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향기’로 남을 만큼 소량일 것이다. 반면에 먹어보라고 한다면 두 팔 걷어붙이고 기꺼이 응하리라. 음식의 ‘냄새’가 몸 구석구석에 흠뻑 밸 정도로 힘껏 입을 놀릴 수 있다. 먹는 일이 그런 것이다. 음식에의 몰입이고, 삶에의 몰입이다. ‘먹고살다’라는 말은 있어도 ‘맛보고살다’라는 말은 없듯, ‘맛보다’의 향기로운 미학에도 불구하고 ‘먹다’가 삶의 우위를 점하는 것은 인간의 필연이다. “하필 (…) 먹어야 하는 입을 가지고 태어났”(5쪽)기 때문에, 그것이 딱 한 가지 사는 길이기 때문에.

 

그런 인간의 허기를 달래주는 데는 바다만한 데가 또 없겠다. 1814년, 일찍이 이 점을 깨달은 손암 정약전은 선비의 몸으로 당시 가장 천하다 여겨지는 바다를 거닐었다. 또한 기록했다. 그리하여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자산어보》라는 어류학서다. 요즘 바다에 대해서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200년 전을 살았던 자가 입을 열 리 없다. 망망대해를 뒤지는 심정으로 ‘자산어보’라고 검색하니 문득 낚이는 책 한 권의 부제가 글쎄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다! 나는 곧 독서를 시작했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는 《자산어보》에 나오는 해산물 30종을 손수 낚고, 칼질하고, 먹어본 자의 이야기다. 글을 쓴 소설가 한창훈은 여수시 삼만면 거문도에서 태어난 섬 사내.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어떤 면에서 정약전보다 먼저 바다를 제 안에 두고 자란 사람이다. 한창훈의 기록은 그래서 ‘냄새’나리만치 생생하다. 우리네 삶에 가까이 들어와 있다. 벌써 군침이 돌 것이다. 서두르지 마시길. 거한 밥상을 받았으면 일단 구미가 당기는 놈으로 한 젓가락 먹어보자. 내가 고른 것은 가장 만만한 고등어다. 그런데 한창훈 하는 말, “뻔히 아는 것에 되치기당하는 맛”(73쪽)이란다.

 

  우선 회.
  예전에는 “고등어를 어떻게 회로 먹어요?”라고 주로 반응했다. (…)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 못 사먹는다면 방법은 하나. 낚아 먹으면 된다. (78쪽)

 

  간단하게 회 뜨는 방법은 이렇다.
  물기를 닦아내고 척추를 따라 한쪽 면씩 떼어낸다. 그것을 반대로 놓고 갈비뼈 쪽을 얇게 발라내고는 한 점씩 잘라낸다. 껍질이 남도록. 보통의 회처럼 껍질을 떼어내다보면 살점이 다 망가진다…… 이렇게 말로 설명하려면 한정 없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따라 해보는 게 가장 좋다. (83쪽)  

 

말해 뭐하겠냐 이거다. 나야말로 책장을 넘길수록 읽어 뭐하겠냐 싶은 기분이다. 그의 말대로 불쌍하기밖에 더하지 않겠는가? 손에서 놓고 만다. 이 책만을 붙들고 있는 한 맛보는 자에 불과한 것을. 몸 깊숙한 데서부터 허기가 돈다. 먹고 싶다! 제 삶을 아무리 부정한대도, 그로부터 멀리 도망쳤대도, 우리를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 돌려놓는 한 마디. 일터에서 돈을 버는데도 ‘돈벌이’가 아니라 ‘밥벌이’라고 부르는 이유. 먹지 않고 살 수 없고, 맛보고만 살 수도 없고, 결국 먹고살아야만 하는 이유. 먹고 싶다, 허기란 게 평생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고통임을 알면서도, 한창훈이 바다로 가는 이유일 것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b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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