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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vs. 패션[2판]

2018년 8월 13일 오늘의 책

패션 vs. 패션[2판]

박세진 | 워크룸프레스 | 2018.03

분류 : 예술/대중문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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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어떻게 무의미해지는가 『패션 vs. 패션』은 패션을 렌즈 삼아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패션이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런 말을 미끼로 던지고 반전을 꾀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최근의 패션은 예전만큼 흥미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예전'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조금 더 넓게 보자면 2차 대전 이후부터 21세기 전까지를 말한다. '흥미롭다'는 말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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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목적을 고민하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옷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 수단이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옷을 활용하는 사람은 현대사회에 거의 없다. 멋지고 예쁘게 보이고자 옷을 산다. 소개팅을 하거나 데이트를 갈 때만 그러는 게 아니다. 면접을 앞두고도 고민한다. 신뢰감 있게 보이기 위해서다. 사실 그뿐만이 아니다. 현대인이라면 매일 고민하는 것이 바로 패션이다. 집 근처 마트를 갈 때도 복장이 적절한지 걱정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은 뭐 입을까’를 고민하는 현대인들이 미(美)를 추구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적인 아름다움은 제쳐두고 혹은 자신의 본래 몸을 사랑하지 않고, 옷을 통해 허황된 미를 추구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옷에 관심을 가지는 방식 자체가 미의 추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패션vs.패션』의 저자 박세진은 스타일로서의 옷, 코스프레로서의 옷이 있는데 현대인은 대부분 코스프레로서의 옷을 입는다고 말한다.

 

잡지와 책, 방송에 등장하는 상황에 따른 코디네이션 요령은 다 이런 종류로 수많은 코스프레의 예가 제시된다. 사람들은 그것들 중 자신에게 너무나 어울리지 않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을 제외하고 실현할 수 있는 걸 채택하게 된다. 이런 목적 지향적인 패션의 취사선택은 우리 교육 사정, 사회 사정에도 잘 들어맞는다. 패션을 사랑하고 자신의 감각이 특출하다고 믿는 이들의 옷이 다 비슷비슷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데서 온다. (99쪽)

 

두말할 것도 없이 면접용 패션, 무난한 정장을 입고 앞머리는 넘기는 것은 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암묵적인 룰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개팅 패션은 어떨까? 외모적으로 호감을 얻기 위한 옷 입기이니 미를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면접용 패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호감 가는 첫인상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따른다는 점에서 코스프레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미(美)라고 하는 것이 애초에 사회적인 맥락에서만 발생한다는 생각도 든다. 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은 바뀌어왔다. 외모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적인 아름다움 역시 그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현대 패션이 미의 추구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브랜드의 다양성이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패션vs.패션』의 저자 박세진은 현대사회가 발전하면서 패션에서 디자이너보다 경영자의 역할이 커졌으며, 패스트패션의 시대가 된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의 불안정도 패스트패션의 성장에 한몫했다고 이야기한다. 비싸지만 오래 입는 옷을 선택지로 두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소득이 미래에도 이어질지도 미지수고, 주거도 불안정하니 많은 옷을 보관하기도 어렵다. 그때그때 필요한 옷을 저렴하게 사서 입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됐다.

 

‘전신 유니클로’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몸에 걸친 옷이 모두 유니클로 제품이라는 뜻이다. 유니클로의 강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한국에서 유니클로의 확장은 체감으로도 느껴진다. 매장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평균적으로 다른 매장보다 손님도 많다. ‘전신 유니클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 옷장을 떠올려보니 유니클로 옷이 꽤 있어서 전신 유니클로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뒤이어 손보미 소설가의 『디어 랄프 로렌』이 떠올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랄프 로렌을 입는 거야. 그게 내 계획이야.”

 

소설 속 ‘전신 랄프 로렌’과 현실의 ‘전신 유니클로’가 비교됐다. 물론 맥락상 ‘전신 랄프 로렌’도 스타일이 아닌 코스프레에 가까운 것이기는 하다. 그래도 왠지 씁쓸했다. 실용성 때문일지라도 유니클로가 전 국민의 유니폼처럼 되어가는 사회를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는 인류의 역사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고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질 않지만,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보면 폭력이 가장 적은 시대라고도 한다. 미(美)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미를 추구한 것도 그러한 시대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는 매우 짧았던 것 같다. 혹은 소수에게만 가능한 일 같다. 누구든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회,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펜벗 7기 '북찬희'님은?
소주 2병 대신 위스키 한 잔을 마십니다. 가성비에 함몰되지 않는 삶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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