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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공화국

2008년 8월 13일 오늘의 책

아파트공화국

발레리줄레조 | 후마니타스 | 2007.02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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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국 사회가 온통 아파트의 나라가 되었는데도,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은 없었다. 최근 몇 권의 책이 출간되었지만 사실관계에서부터 많은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언제 등장했는지, 아파트와 아파트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부터가 혼란스러웠다. 크게 보아 이 책은 세 주제를 다룬다. 첫째는 한국 아파트의 역사와 유형분류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해 아파트가 대량으로 양산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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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아파트에 사십니까?


‘클라이맥스를 산다’, ‘그곳에 가면 꿈이 현실이 된다’, ‘그녀가 보는 것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귀에 익은 문구들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 문구들의 출처가 어디며 목적하는 바는 무엇인지. 때문에 <아파트 공화국>의 표지는 기막히다. 재미있고, 압축적이며, 풍자적이기까지 하다. 저자의 의도를 그야말로 ‘한 큐’에 꿰어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아파트 공화국>은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한국의 아파트단지를 연구대상으로 하여 쓴 논문집이다. 그가 한국의 아파트에 주목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란다. 대단지 아파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프랑스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질 법한 관심이다. 한국에서는 왜 대단지 아파트 건설이 급격하게 이루어졌는가? 아파트를 향한 한국인들의 열광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태초에 아파트는 없었나니

대다수 사람들이 땅은 좁은데 인구는 많다는 점에서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의 필요불가결성을 인정한다. 하나 그것은 지극히 표면적이고 후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이 책에 따르면,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1970년대에 시행된 도시정책.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통제에 따른 필요에서 주택건설촉진법(1972)이나 도시재개발법(1977) 같은 법적 장치들이 만들어졌고, 그것을 토대로 군사 작전을 펴듯 신속하게 무수히 많은 아파트가 세워졌다.

다시 말해 한국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정부가 주도한 개발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토면적과 인구증가율에 따른 단순한 결과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1970년대를 돌아보자. ‘잘 살아 보세’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그때, 한국은 독재정권 체제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를 권위적으로 추진했다. ‘개발독재’란 말은 당시의 정황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한국의 아파트는 분명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이 맞물려 생겨난 복합적 산물이다.

대규모 주택은 외형상으로 발전의 상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가 이룬, 한편으로는 당시 성인 계층의 노동으로 일군 성장모델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면서 여러 가지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군대 막사처럼 획일적으로 지어진 집에서 감시와 통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형태의 집에서 살아가는 삶은 좀처럼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중간계급 혹은 주택 구입능력이 있는 계층을 위주로 한 도시정책에 합의함으로써 국가에 의한 재분배나 임대주택 건설을 논하는 것은 껄끄러운 일로 전락해버렸다. 너도 나도 아파트를 소유하려 하게 되면서 그것은 개인의 주거사를 축적하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수단, 나아가 가장 빠르고 쉽게 재산을 불릴 수 있는 투자의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주거 공간을 넘어 부의 상징으로

저자는 정부와 대기업 간의 유착관계까지 파헤친다. 그 내용 정리가 일목요연하면서도 날카롭다. 한국 정부는 대기업을 장려하는 한편 통제함으로써 노련한 성장일꾼으로 키웠다. 성장목표를 달성한 기업들에는 다양한 보상을 해주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는 불이익을 주었던 것이다. 두 주체 간에 이러한 협력관계가 형성된 것은 정부의 대규모 주택정책과 대기업이 추구했던 이윤논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산층의 욕구까지 결합하여 아파트는 하나의 상품이 되었으며, 지금껏 독보적인 부의 상징이자 투자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로 깨끗함, 안전함, 편리함 등을 꼽는다. 하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거기에는 아파트 소유 자체가 곧 재산증식으로 연결되는 주택시장의 현실도 포함된다. 저자가 방문조사를 통해 만난 사람들 역시 각기 다른 동네에서 다른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살고 있음에도 하나같이 그러한 시장구조에 동의했다. 이는 한국인의 의식 속에 ‘집은 개인의 소유물이자 재산’이라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한국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주거권, 그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수준은 이런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아파트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경제발전의 성공모델로서, 개인적 차원에서는 부와 투자의 지표로서 존재한다. 아파트는 분명 오늘의 서울을, 한국을 달리게 하는 기반시설 중 하나다. 문제는 그 성격이 지나치게 단선적이라는 데 있다. 언제나 뜨거운 화두인 ‘재개발’을 생각해보자. 재개발은 도심을 현대화하기 위해 혹은 무허가 주택과 저소득층 주거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원주민들은 선매권을 갖지만 정작 건축이 끝나면 가격이 대폭 상승하여 아파트에 입주할 수가 없다. 재개발 지역에 계층 변화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하층인 원주민이 희생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어진 아파트가 영구히 남아 있을까? 답은 뻔하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이다. 건물이 노후할 것은 분명하지만, ‘새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호는 쉽사리 변하지 않을 테니까. 결국 정치적인 선택이든 경제적인 선택이든, 아니면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서든 ‘기존 주택을 불도저로 밀어낸 후 소단지를 이식하는 외과적 수술’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 개발은 미래의 주거문화나 범사회적 연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양과 속도만 맹신한다는 점에서, 일시적이고 단절적이며 획일적이다.


아주 어렸을 때 양옥주택에 살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쭉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문제의식을 가져 본 적이 없으니 민망할 따름이다. 유럽풍 아파트니 아메리칸 스타일 가구니 하는 광고 문안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시점에 외국인 학자의 연구결과를 빌려 우리의 현주소를 가늠하고 있다.

사실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의 시민이기에 가질 수 있는 시선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의 관찰과 지적 속에서 우리의 졸부근성, 한탕주의, 허례허식 같은 폐단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작은 나라 코리아를 한국인보다 더한 열정으로 연구한 그에게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는 현재의 아파트 문화가 결국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 것이라 결론지었다. 하나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진 않았다. 아쉽기야 하지만 대안마저 그에게 맡길 순 없는 노릇. 그것을 찾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60년대 어른들의 땀방울로 일으킨 서울이고 한국이기에. 지금은 개발에 미친 한국, 아파트 공화국이지만 하루살이로 스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있는 대로 투덜거리면서도 맘먹은 것은 해내고야 마는 특유의 근성이 있으니까. 그러니, 이제 불도저와 포크레인을 쉬게 하고 좀 돌아볼 때가 되었다.
 

 

 

 - 컨텐츠팀 에디터 고은경(mybandi@bandi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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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1 ]

  • 근대의 산물인 아파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2010.05.01 01:03:55 ]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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