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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킨의 드로잉

2011년 10월 13일 오늘의 책

존 러스킨의 드로잉

존 러스킨 | 오브제 | 2011.08

분류 : 예술/대중문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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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존 러스킨의 드로잉』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예쁘고 보기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테크닉 북이 아니다. 드로잉을 통해 자연과 그 자연을 마주하는 인간의 자세 그리고 창조적인 노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찰하게 만드는 탁월한 고전이다.”(옮긴이의 말) John한 권으로 만나는 드로잉의 고전 존 러스킨의 그림 철학 존 러스킨은 화가이기에 앞서 예술평론가이자 사회개혁가였다. 그가 활동했던 19세기의 영국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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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우리는 분명 뭔가를 보고 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지하철을 가득 메운 사람들, 스마트폰 액정 화면, 길거리에 줄지어선 상점과 간판들, 광고 이미지, 컴퓨터 모니터 등. 부러 눈을 감지 않는 한, 인간의 눈은 잠시도 쉬는 법이 없다. 일반적으로 눈으로 들어온 모든 것은 인식을 거쳐 기억으로, 대게는 망각으로, 간혹은 지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눈은 소비의 욕망에 봉사하기 일쑤이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좀 더 자극적인 이미지를 찾는 현대인의 손길은 언제나 바쁘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그곳엔 누군가의 돈벌이가 연결돼 있다. 

 

잠시도 쉬지 않는 눈들이 끊임없이 소유의 대상을 물색한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대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의 노력이나 앎에 대한 욕구가 담기지 않는다. 설사 지식의 재료가 되는 시각적 이미지가 있다 해도 그것은 쓰임이라는 실용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따름이다. 그런 눈으로 이제껏 우리는 자연을 보아온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시대에 대한 반성으로 자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요사이에는 정말로, 인위적인 것들을 버리고 자연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 조차 자연을 보며 그 속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은근히 품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제는 자연을 대상화하던 인간의 시각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존 러스킨의 드로잉>에서 찾을 수 있다. 미술 전공자들이나 읽을 법한 이 책에서 그런 내용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분명, 드로잉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는 드로잉 책이 맞다. 연필로 선을 그리는 방법부터 야외의 풍경을 스케치하고 색을 입히는 채색까지, 드로잉에 필요한 실제적인 기술들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안에는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에 앞서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진중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는 관찰에 의한, 사물과 자연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노력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 러스킨은 “자아를 버리고 오직 ‘자연’에만 복종”하길 주문한다. 다시 말해, 그간 인간이 잃어버린 ‘눈의 순수성’을 찾아 ‘스스로 그러한’ 그대로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모든 사물을 정확한 선으로 묘사하는 데에 드로잉의 우아미와 ‘절체절명의’ 진실이 존재한다. 내가 이를 ‘절체절명의’ 진실이라 부르는 이유는 사물을 묘사하는 데 축이 되는 이 선이 사물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 사물을 관찰할 때는 그 사물이 지나온 과거 그리고 미래에서 비롯된 가능성 안에서 성장한 선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19-120쪽)

 

책 속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사물과 자연에 대한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전까지 눈으로 보아왔던 나뭇잎, 나뭇가지, 돌, 구름, 하늘 등을 돌이켜 생각해본다. 그리곤 깨닫는다. 그 모든 것들을 오래도록 잠자코 지켜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스치는 시선으로 ‘이것은 자연이다’라고 ‘생각’했을 뿐, 시시각각 주변의 영향을 받아 미세하게 그 빛깔을 달리하는 본연의 모습은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실물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차라리 관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보았으나 보지 못했고 그러므로 알지 못했다.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다. 자아를 버리지 않는 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군림하려는 이에게, “자연은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여태 아무것도 허락받지 못한 나와 같은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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