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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권력의 탄생

2018년 7월 12일 오늘의 책

선한 권력의 탄생

대거 켈트너 | 프런티어 | 2018.05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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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의 권력 연구로 밝혀낸 권력의 선한 얼굴! 이 시대에 필요한 ‘선한 권력’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권력에 대한 혁신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책! _ 삶에 숨겨진 새로운 패턴을 들여다볼 렌즈를 제공하는, 수십 년간 출간된 책 중 가장 중요한 책! _대니얼 골맨 권력이란 무엇일까? 권력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16세기 마키아벨리가 저술한 《군주론》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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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권력

 

사전적으로 함의한 내용과 하등의 상관 없는 이미지가 연상되는 단어가 몇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재벌, 공산주의, 권력 등. 가만히 이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에 덧붙여 부정적 인식이 뒤따른다. 이를테면 헤드라인으로 ‘재벌 총수 일가’가 찍힌 기사를 접했을 때, 전후 사정 막론하고 곱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그러하다. 오늘은 앞서 거론한 단어들 가운데 유독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권력은 어쩌다 부정의 대표 격이 됐을까?

 

최근 아주 흥미롭게 읽은 책이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 교수, 대커 켈트너가 쓴 『선한 권력의 탄생』이다.  “1%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권력 사용법”이 이 책의 부제다. 모두를 위한 권력 사용법이라…….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나누거나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공익에 우선한다면 해결될 일 아닌가 하고 지레짐작할 수 있기에 그리 흥미를 꾸는 문구는 아니었다.

 

문제는 표지에 새겨진 그 다음 문구다. “나눌수록 커지는 권력의 역설”. 역설은 기존의 선례 혹은 보편적 사고를 뒤엎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여 호기심을 끌기에 이보다 효과적인 단어는 없다. 권력이란 1인 혹은 소수가 움켜쥐어 독점할수록 막강해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그러기에 권력을 맛본 자들이 정적을 제거한답시고 피비린내 나는 암투까지 서슴지 않는 독재자로 변해갔던 것이며, 먼 과거의 우리 선조들조차 귀족과 관료들에게 힘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자 왕권강화에 그토록 힘쓰지 않았던가. 한데 이 책 표지에선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으니, 이른바 “권력의 역설”, 그 근거가 자못 궁금하다.

 

권력은 곧 강압이자 힘이자 지배력이었다. 권력을 강압과 관련지어 바라보는 시각은 마키아벨리의『군주론』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쓸 땐, 상해사건, 살인사건, 성폭생, 고문 등 폭력이 빈번하게 자행됐던 시기였다.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폭압을 휘둘러야 했다. 다시 말해 강압과 권모술수로 사람들을 지배해야 했다. 『군주론』은 그런 폭력시대에 걸맞는 권력 철학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마키아벨리식 강압에 기반한 권력은 과거의 유물이나 허구에 가깝다. 이제 우리는 다른 양식, 다른 시각으로 권력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권력이 악명 높은 독재자, 유명 정치인 등 소수인, 소수 상황에 쓰였다면, 대커 켈트너가 정의한 권력은 모든 사람 그리고 모든 일상 속에 존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여성 참정권 채택, 시민 입법, 언론 자유 운동 등은 힘 있는 정치인이 아닌, 미약한 군중에 의해 이루어졌다. 세상을 바꾼 힘이 결코 강압적인 그 무언가가 아니었다.

 

세상을 바꾸는 능력을 지닌 권력! 그 권력을 낡은 정의에서 벗어나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보자. 오늘날 사회연결망 속에 있는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권력을 정의할 수 있다면, 우리는 권력 역설의 문제를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 연인, 친구, 회사 동료에게도 권력은 타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매개체며,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이때의 권력은 근엄하고 위엄있고 닿을 수 없이 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지극히 친숙하고 보편적인 것이다.

 

타인에게 연민을 품고 그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자 할 때 권력의 참모습이 드러난다. 가령, A가 B에게 존경심을 지니는 것은, 궁극적으로 A가 B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B를 존경하는 A는 , B의 말과 행동 혹은 가치관에 영향을 받아 -B를 스승이라 할 수도 있고 롤모델이라 할 수도 있다- 개인의 긍정적 변화를 꾀할 것이며, 개개인의 변화가 모여 사회 전체의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능력이 바로 이것이며, 이것이 새로이 정의되는 권력의 제1 특징이다.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부여받는 것! 그리고 사회연결망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킴으로써 자연스레 얻게 된다는 것! 공동체는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독재자보다 공동의 선(善)과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에게 권력을 부여하며, 부드러운 리더십이 공포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보다 더 강력하다는 의견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과거에 논하던 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 일상에서 어떤 식으로 권력이 형성되는가를 알기 어렵다. 히틀러, 스탈린, 후세인 등 악명 높은 독재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권력으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부모 자식 연인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권력이 미치는 양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을 극단적 제압 행위로 본다면 창의성, 이성적 추론, 윤리적 판단, 애정, 감정과 같은 일상 행위에 권력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도리가 없고, 우리는 권력을 곡해하여 결국 권력 역설의 문제도 다룰 수 없다. 권력 역설의 골자는 이렇다. 우리가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면, 처음에는 우리가 권력을 획득할 수 있게 만들어준 바로 그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권력을 취한 자는 권모술수, 폭력, 비윤리적 행동을 일삼는 권력 남용의 늪에 빠져 자의 혹은 타의로 몰락하게 된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던 먼 옛날 ‘권력 획득 → 권력 남용 → 권력 되물림 → 권력 획득…’이라는 고정된 사이클이 존재했다면, 21세기 현재에는 ‘권력 남용 → 권력 상실’로 구시대의 고리가 얼마든지 끊어질 수 있다. 불과 2년 전에 대한민국 온 국민이 이를 똑똑히 목도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민들 스스로가 직접 구시대의 고리를 끊어내며 이를 입증했다. 대한민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대통령, 대통령이 권력과 권한을 남용 오용한 죄목으로 국민들은 탄핵을 외쳤으며, 결국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가 발발했다. 이제 더 이상 이 땅에 ‘무소불위의 권력’은 가당찮은 말이 되었으며, 구태의연한 권력은 퇴보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는 권력 문제와 관련해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성들이 고착화된 성불평등을 뿌리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설파하고 있으며, 흑인 인종 차별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세계 굴지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전 세계인의 질타를 한 몸에 받기도 하였다. 이밖에도 사회에서 소극적 자세를 보여왔던 장애인, 희귀병 환자, 동성애자도 차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다.

 

나에게 ‘권력’ 두 글자는 ‘쟁취하는 힘의 논리’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너무 오래, 너무 깊이 자리해서 이 책에서 말하는 ‘선한 권력의 탄생’을 일순간에 받아들이기엔 아직은 무리다. 반면 이 책을 여러 번 정독하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못난 아집을 차츰 꺾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의 사고가 달라졌으며, 그에 따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때론 통제하는’ 권력의 의미 또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악한 권력의 몰락, 그리고 ‘선한 권력의 탄생!’ 그 출현을 쌍수들고 환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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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겸 '문화가 있는 날' 정책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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