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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2015년 8월 11일 오늘의 책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 민음사 | 2014.07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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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보잘것없는 것을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농담과 거짓말, 의미와 무의미, 일상과 축제의 경계에서 삶과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더욱 원숙해진 시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21세기 생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밀란 쿤데라의 신작 소설 『무의미의 축제』가 출간되었다. 2000년, 『향수』가 스페인에서 출간된 이후 14년 만의 소설이다. 알랭, 칼리방, 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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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가 곧 지혜의 열쇠

 

무기력해지고 싶지 않아서, 아무 의미 없이 살아가는 듯한 주변 환경에 물들고 싶지 않아서 지나치게 몸부림치는 요즘이다. 단지 극단적 행복의 지속을 위해서 나는 어떤 의미를 내 시간에, 내 행위에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나는 지나치게 심각해진다. 나는 심각해지고 싶지도 심각해 보이고 싶지도, 심각한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심각하게 어떤 것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진정 행복해지는데 있어서의 첫 걸음인 것일까.'라는 생각. 지나치게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세상에서 그것이 진정 행복이라는 것과 연결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나는 다시 심각해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하지만 내 눈에는 우리 장난이 힘을 잃었다는게 보인다. 너는 기를 쓰고 파키스탄어를 해서 흥을 돋우려 하고 있어. 그래 봐야 안 돼. 너는 피곤하고 지겹기만 할 뿐이야."


생각해 보면 어차피 내가 생각했던 것이 실현된 적은 많지 않았다.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만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도 과거에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지금 아무 계획이 없었던 것들을 하고, 그것들과 마주하고 있으며 계획에 없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계획에 없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그들과 싸우고 웃기도 한다. 내가 있는 공간은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상상 밖의 공간이고 나는 그곳에서 내가 세운 계획에서 완벽히 벗어난 일들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 계획대로 된 일이 100중에 10이 안 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현재의 나는 온전한 100% 내 의지대로 만들어진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 신이라는 존재가 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별 힘이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힘이 빠졌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해졌다. 이러한 내 생각에 밀란 쿤데라의 한 마디, "이런 삶에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라고 말했고, 이 한 구절을 계속 되새기며, 어쩌면 행복에 대한 열쇠가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이 아닌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다는 보장이 있던가?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속에도, 참혹한 전투속에도 ,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


좋아하는 라디오 DJ가 예전에 이 책 읽고 한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모든 사람이 대단해 보였어요. 모든 것들이 이상하게 아름답게 보였어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책을 두 번 정도 반복해서 읽은 후에 나는 그녀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 그녀가 경험한 것들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경험의 시작은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이라는 구절에서 시작되었다.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은 의미 없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은 내가 그것을 보는 것보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보여졌을 때 훨씬 사랑받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있었던 것 같다. 무의미한 존재들, 즉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에 대하여 그것을 바라보는 눈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간혹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 이유 없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해 질 녘 노을을 보며 이유 없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고, 노을 아래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때 이유 없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모닥불을 지펴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걱정 가득한 친구의 얼굴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고, 어떤 것을 이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조용히 Carla Bruni의 음악을 들을 때 지나치게 아름다울 때가 있고, 산과 바다, 강과 하늘이 이유 없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모두 무의미한 것들이었던 것 같다. 무의미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단지 의미가 없다는 것이며 어떠한 의미도 부여도 하지 않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그것을 순수하게 아름답다고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은 사람만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밀란 쿤데라가 나에게 주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것을 아름답다고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것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갑자기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에 젖어있는 사람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낄낄대는 학생,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어떤 여자, 노인석에 앉아 잠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들…. 창밖에 보이는 당산 대교와 한강에 떠 있는 작은 섬, 그 위에 앉아 있는 하얀 새들, 그리고 비가 올 듯 말 듯한 우중충한 하늘….

모두가 괜히 아름다워 보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LONELY MAN '님은?

패션과 문학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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