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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2020년 3월 11일 오늘의 책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 문학동네 | 2020.01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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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세대의 허무와 절망을 투명하게 그린 위대한 문장가 헤밍웨이의 기념비적 작품 미국의 새로운 문학은 1910년대에 시작돼 1930년대에 개화기를 맞았고, 이 시기 미국문학을 리드한 것은 1차세계대전이 야기한 사상적 각성의 시련을 거친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의 작가들이었다. “잃어버린 세대”란 전쟁을 통해 종교와 도덕과 인간정신의 피폐를 목격하고 허무와 절망에 빠졌던 미국의 젊은 작가들을 일컫는 말로, 그들은 이십대에 실제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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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운 기세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시기인지라 바깥 활동을 마음 놓고 하기 어려워졌고, 쉬는 날 집에서 마땅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책을 많이 사서 보게 된다. 그렇게 이번 주에 본 책은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무기여 잘 있거라』. 헤밍웨이는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거장일 것이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그의 소설은 읽기 쉬운 편은 아니다. 그의 대표작 중 가장 유명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과 바다』만 해도 이게 소설인지, 어업 도감인지 싶을 정도였고 문체나 글의 구성도 요즘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 편한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고 싶은 생각은 그다지 없었는데, 다른 책에서 언급된 그의 작품에 대한 소개에 눈길이 가 찾아보니 최근에 문학동네 세계문학 시리즈로 『무기여 잘 있거라』가 발간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문학동네 세계문학 시리즈는 해설과 각주가 잘 되어 있어서 읽기 편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라 이 책을 읽어 보기로 쉽게 맘먹을 수 있었다.

 

‘무기여 잘 있거라’, 원제로는 ‘A Farewell to Arms’. ‘무기’와의 이별이자 ‘한 사람의 품인 팔’과 이별이기도 한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이 제목은 이 소설의 두 가지 주제인 ‘반전反戰’과 ‘사랑과 이별’을 담고 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던 이탈리아 북부 도시의 한 전장을 배경으로, 스스로도 왜 이 전쟁에 참전했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미국인 장교 ‘프레데릭 헨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솔직히, 책의 내용 중 전쟁 부분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주인공이 전방을 지원하는 구급후송대 소속 장교이기 때문에 특별히 전투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인물들 간의 극적인 이야기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가끔 내용을 건너뛰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적보다도 전투에서 후퇴하려고 할 때 후방에서 사살 위협을 가하는 아군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장면 등 전쟁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이 곳곳에 보였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던 전장 장면과는 달리 도입부에서 폭탄에 맞아 입원하기까지를 그린 1부와, 탈영한 이후 캐서린 바클리와 함께 스위스로 도망치고, 그곳에서 그녀와 함께 평온한 삶을 살게 되지만 아이를 낳다 결국 사망하게 되며 결말을 맞는 마무리까지 이르는 부분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특히 죽음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영한 이후 사랑하는 여인 캐서린과 재회해 밤에 호수에서 보트를 필사적으로 저어 가며 스위스 국경을 넘어가는 장면은 긴박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다. 이 장면은 실제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을 이루는 ‘마조레 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구글 지도에서 소설 속에 등장한 도시를 찾아가며 읽다 보니 과연 이 도시에 이 소설과 관련된 명소가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의 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프레데릭 헨리와 캐서린 바클리(미스 바클리). 저자인 헤밍웨이가 스스로 “이 소설은 나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라고 표현했을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희극과 비극으로 이어진다. 처음 전장에서 프레데릭이 캐서린을 봤을 때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했지만, 캐서린이 임신을 하게 되고 프레데릭이 탈영 후 그녀와 함께 밀라노에서 호수를 건너 스위스로 건너가는 등 삶의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며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안정감을 찾아가게 된다. 스위스의 휴양 도시 몽트뢰에서 평온한 삶을 보내는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 영락없는 신혼부부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이를 출산하러 병원에 갔다가 난산으로 인하여 아이와 산모 모두가 사망하게 되는 비극을 맞게 되는데, 이와 같은 과정을 마지막 결말부에서 그려 낸 묘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비극적인 결말을 감정은 오히려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히 서술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슬프게 느껴진다.

 

“간호사들을 내보내고 문을 닫고 전등을 꺼보아도 아무 소용없었다. 마치 조각상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병실 밖으로 나왔고 병원을 뒤로한 채 비를 맞으며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 (본문, 406p)

 

이 책에 대한 대략적인 요약이나 평가는 문학동네 버전 해설에 잘 나와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참고를 위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헤밍웨이 소설 중에서는 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이기도 하거니와, 반전이라는 확실한 메시지와 더불어 사랑과 이별이라는 만국 공통의 소재를 잘 녹여 낸 작품이기에 읽는 재미와 보람이 분명했다. 시간이 날 때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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