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1일 오늘의 책
최민석 | 아르테 | 2019.09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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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상처에서 인생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는 욕망의 여정 피츠제럴드를 찾아가는 여행은 할리우드에서 출발한다.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연상시키듯 저자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피츠제럴드가 비참하게 추락한 후반부의 인생을 먼저 맞이한다. 아내 젤다의 정신병, 알코올중독, 막대한 빚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피츠제럴드가 유령 시나리오 작가로서, 마흔네 살의 ‘이미 죽은 작가’로서 살았던 할리우드 시절이다. 재기를 꿈꾸...
얼마 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었다. 처음엔 ‘로맨스’로 읽혔던 『위대한 개츠비』는 완독 회차를 거듭해가며 ‘시대정신’으로 읽혔고, 클래식 클라우드의 신간 『피츠제럴드』를 생생하게 접하기 위하여 최근 마지막으로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열패감과 콤플렉스로 얼룩진 피츠제럴드 자신이 바라본 흐릿한 그린라이트로 읽혔다.
물론 『위대한 개츠비』에 자본주의나 계급주의 사회, 물질 만능주의 사회가 그려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 시대정신에 입각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클래식 클라우드 『피츠제럴드』편을 읽고서 후련할 만큼이나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해석이 쉬워졌다. 피츠제럴드는 계급주의에 대해, 자본주의에 대해, 물질 만능주의적 사회에 대해 시대정신을 발휘하여 써 내려갔지만 결국 그 끝에 개츠비가 위대해질 수 있었던 것은 화자 닉 캐러웨이에 의해서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위대한 개츠비』의 장례식 장면을 떠올렸다. 개츠비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올랐는가. 결국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가 콤플렉스로 만들어낸 파편의 모음인 것이다.
개츠비의 순애보는 그 자체로 피츠제럴드의 삶을 조명한다. 첫사랑 젤다와의 사랑이 어긋난 피츠제럴드가 첫 장편소설 『낙원의 이편』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며 다시금 젤다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결국 결혼으로 이어진 스토리부터 이후 젤다와 함께 상류층 사교계의 중심으로 살며 시대의 아이콘이 된 피츠제럴드의 삶은 그의 태생적 한계로부터 생겨난 열등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결국 그는 개츠비와 같이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삶이 허락한 마지막 날까지.
세인트폴에서는 곱상한 외모로 괴롭힘을 당하고, 뉴저지에서의 청소년기는 상류층 자제들에 의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던 피츠제럴드에게 『낙원의 이편』의 성공과 이어지는 젤다와의 결혼은 밤바다 저 멀리로 보이던 그린라이트였다. 그러나 신은 언제고 우리에게 관대한 것은 아니다. 피츠제럴드의 삶 역시 그랬다. 화려한 불꽃이었던 그 시절의 피츠제럴드란 지푸라기를 태운 꼴이었다. 부는 오래지 못했고, 문학가로서의 영혼 역시 서서히 소멸되어 갔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피츠제럴드』가 단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피츠제럴드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작품이 『위대한 개츠비』라고 생각하기에 오늘은 유난히 비운의 작품(출간 당시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쏟아낸 것 같다.
책의 저자 최민석 작가는 피츠제럴드의 행적을 좇아 할리우드와 볼티모어, 프린스턴과 뉴욕에 방문했다. 피츠제럴드의 공간엔 그의 삶이 녹아있고, 그대로 그의 작품에 녹아있다. 피츠제럴드는 한평생 자전적 소설을 써온 사람이니 그의 공간, 그의 흔적이야말로 그가 남긴 소설로 이어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엔 언제나 수많은 사진으로 주인공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그에 더해 작가의 고유한 글로 주인공을 조명한다.
피츠제럴드는 내 독서 인생에서도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속 순위가 바뀌긴 하지만, 언제나 그는 최상위 그룹에 속해있다. 살아서는 이루지 못했던 상위 그룹을 죽어서는 이루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 잠시간 그를 위로해 본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모두 재미있게 읽었고 무엇보다 나름의 가치가 있는 시리즈라고 생각하여 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피츠제럴드』편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끝으로 『피츠제럴드』와 함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개츠비가 화자인 닉에 의해 위대해지듯, 피츠제럴드도 결국 우리에 의해 위대해진 것을 생각하면 그의 일생은, 아니 죽어서도 그는 작품과 닮아있다. 비로소 위대한…
오늘의 책을 리뷰한 'earlvint81'님은?
지성의 쾌락을 위해 오늘도 독서하는 김근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