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1일 오늘의 책
에펠리하우오파 | 들녘 | 2008.07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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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태평양 ‘날것’ 그대로의 풍자와 해학이 깃든 인류학적 소설! 『엉덩이의 입맞춤을』을 쓴 에펠리 하우오파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이자 학자이다. 통가인 선교사 부모 슬하에 파푸아뉴기니에서 태?어나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교육을 받고, 피지의 사우스 퍼시픽 대학교에서 사회경제대학장으로 일했다. 인류학을 전공하고 통가와 피지의 농촌마을에서 지내며 민속지학자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키웠다. 이 연구 기간은 남태평양 주민으로서 지적, 정서...
에펠리 하우오파.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 <엉덩이에 입맞춤을>을 쓴 통가 출신의 인류학자이자 작가이다. 1939년 파푸아 뉴기니에서 통가 출신의 선교사 부모님 슬하에 태어났다. 뉴기니, 통가 그리고 피지를 잇는 그야말로 남태평양 토종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그의 작품을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태평양 출신의 작가가 쓴 글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남태평양에 있는 가상의 섬, 티포타에 사는 오일레이 봄보키. 그리고 그의 엉덩이 질환이 주소재이다. 아니, 좀 더 에펠리 하우오파 스타일로 까발리자면 ‘똥구멍’이 문제라는 거다. 하지만 비위가 약하신 분들도 있을 터이니 앞으로는 ‘엉덩이’로 통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남태평양에 둥둥 떠 있는 조그만 섬 티포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유명인사인 오일레이가 남부끄러운 병에 걸려 고생하게 됐다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전력은 전 헤비급 챔피언으로, 철저한 남성우월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 정말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됐건 병이 났다면 바로 고쳐야 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티포타 사람들 모두 현대식 병원에 가기를 꺼린다. 그건 바로 병원에 가서 병이 낫는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우수한 의료진과 약품의 부족으로 담당의사인 타우비 메이트마저 병원에 오는 것을 마다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치료사 혹은 치유사라고 불리는 엉터리 주술사들이다. 하지만 어느 의사들도 그리고 ‘도토레(치료사와 치유사들에 대한 고상한 표현이랄까)’들도 오일레이의 엉덩이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티포타 사람들은 어찌나 남의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지, 그렇게 쉬쉬했건만 오일레이의 엉덩이에 대한 비밀은 비밀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전국적인 소문이 되어버렸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정말 포복절도할 만큼 재밌고 신나는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다.
지은이 에펠리 하우오파는 인류학자답게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남태평양 사람들의 삶에 대한 분석을 곳곳에 나열해 보여주고 있다. 그 핵심은 작은 공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타인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관심과 걱정에 있다. 핵가족화가 심화되어 전통적 지역공동체의 개념이 파괴된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이 그네들의 삶 가운데에서 절절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술이 아닌 전통신앙에 의존한 치료사 혹은 치유사들에게 병 치료를 구하는 모습도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먹을 것조차 변변하지 않은 남태평양 사람들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이 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단지 현대의학이 못 미더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값비싼 진료비와 그에 상응하는 약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뭐, 이제 이런 문제는 마이클 무어의 <식코>에서 확인되듯 제3세계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주인공 오일레이가 부인 마카리타에게 청혼하는 과정 또한 남태평양의 풍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름도 널리 알려진데다 지역유지로서 돈 많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은 오일레이가 우연한 기회에 미래의 와이프 마카리타를 만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마카리타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딸을 달라고 하자, 마카리타의 부모님은 엉뚱한 오해를 하면서도 과히 싫지 않은 내색을 한다. 에펠리 하우오파의 재치와 유머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작가는 왜 하필이면 신체의 많은 부분 중에서 ‘엉덩이’를 소재로 삼았을까? 우선 어느 정도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에 의거한다고 한다. 4년간 엉덩이 질환으로 고생한 그는 자신의 엉덩이가 다 낫는 시점에 엉덩이를 소재로 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는다.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천대받는 엉덩이를 위해서 말이다. 그것은 바로 세계사적 국면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남태평양 아일랜더(섬나라 사람)들을 은유적으로 지칭한다.
그들의 삶의 터전인 남태평양 바다는 강대국들의 핵 실험장이 되고, 참치 사냥을 위한 낚시터가 되고, 부유한 관광객들을 위한 휴양지가 될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네들의 삶의 연속성은 계속된다. 엉덩이가 아프고, 그 아픈 엉덩이를 낫게 하기 위해서 굿판을 벌이고 침을 맞고 별의별 짓을 다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가난과 고통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3세계인들은 몸부림을 치지만,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하우오파의 해학 속에는 이런 반의적이면서 고의적인 ‘숨김’들이 존재한다. 확실히 <엉덩이에 입맞춤을>은 읽기에 재미있는 책이다. 하지만, 한 꺼풀만 살짝 벗겨보면 21세기를 살아가는 남태평양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런 뛰어난 작품을 만나게 된 행운에 입맞춤을.
오늘의 책을 리뷰한 '레삭매냐'님은?
사학과 멀티미디어학을 전공했고, 현재 화장품 쇼핑몰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책을 좋아해서 여러 북카페에서 활동 중이며, 다산북스와 위즈덤하우스의 서평단 활동도 한다.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에 관심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