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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워크

2011년 11월 10일 오늘의 책

굿 워크

E. F. 슈마허 | 느린걸음 | 2011.10

분류 : 경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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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동',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사람? 없진 않다. 그런데 그 사람, 노동하는 사람 없이 먹고 살 수는 없다. 그가 노동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만드는 건 그를 대신해 노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를 채우고 있는 대부분이 바로 이런 노동자이다. 게다가 지금은 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현대사회가 아니던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다른 이의 노동으로 지금과 같이 먹고 자고 입고 산다. 노동이 노동을 사고(買), 노동으로 산다(生). 그러니까 노동은 먹고 사는 모든 사람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매순간 절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당면한 삶의 문제 말이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 -알베르 카뮈

 

<굿 워크 GOOD WORK>는 E. F. 슈마허가 1977년 미 대륙을 횡단하며 펼친 강연을 묶은 책이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좋은 노동’에 관한 것으로, 이는 그가 평생에 걸쳐 연구했던 현대문명과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에 근거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거대산업과 첨단기술에 힘입은 경제성장과 이를 가능케 함은 물론 유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가치체계, 이렇게 이룩된 현대문명은 “인간의 노동을 가장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만들며, 인간의 총체적인 본성 중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사용하여, 인간의 삶을 타락시”켰으며, 하루 빨리 이 같은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 ‘좋은 노동’을 통한 인간의 삶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문명에 대한 위기의식은 ‘석유’로부터 출발한다. 한정된 자원인 석유가 급격하게 고갈의 지점으로 향해가면서, “대량의 저가 석유의 직접적인 결과로 가능했던 모든 것(즉, 흙 속의 미생물과 생물학적 농법, 유기농업을 대신해 화학물질과 인공비료에 의존하는 현대식 농업시스템, 거대하게 팽창된 도시의 출현, 자본집약적인 대량 생산방식 등)이 이제 그런 경제적 토대가 점차 후퇴하면서 붕괴되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38쪽) 주지하다시피 석유라는 자원의 고갈은 언제고 인류가 부딪혀야만 하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위기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에게는 이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직접적인 ‘행동’만이 남겨져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슈마허가 주목하는 것은 ‘기술’이다. 이는 그가 거대하고 복잡하고 자본이 많이 드는 지금의 기술형태가 이 사회체제를 만들어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기술은 인간적인 규모 이상으로 커”져 버렸고, 이에 따라 인간의 노동은 수적으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타락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애초에 돈이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으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본이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숟가락을 들어 소외에 동참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최우선이 되는 것은 체제의 변혁이 아닌 기술의 변화이다.

 

관건은 어떻게 “이 기술을 다시 인간적인 규모로 되돌릴 수 있는지”이다. 다시 말해, “약자들이 자기 힘으로 생산함으로써 지금보다 더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새로운 형태의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지금보다 작고 단순하고 돈이 적게 되는 기술을 통해,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일을 하며 소질과 재능을 발휘하고 자기 발전을 해나갈 수 있는, 그렇게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노동’의 기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동’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각자의 마음속에서 확신과 결심,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쌓아가는 일입니다. (…) 문제를 이해한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압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70-71쪽)  

 

그 사례를 직접 만들어 증명한 이가 바로 슈마허이다. 그러므로 그런 그의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상황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마음속에서 확신과 결심,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쌓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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