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일 오늘의 책
미야모토 테루 | 바다 | 2016.01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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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소설은 환상을 잃어 가고 그 자리에 현실이 들어오는 과정을 담았다. 그것은 바로 독자가 이 소설, 또는 아키와 아리마의 관계에 대한 환상을 잃어 가고 그들의 지리멸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키에게 아리마가 특별한 사람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어 가듯 독자에게도 이 소설은 특별한 느낌에서 평범한 느낌으로 변해 간다. 아쉽지만 그게 현실이고 사랑이다. 추억의 자리, 즉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리려는 안간힘을 담은 이 편...
『환상의 빛』을 읽고 반한 나는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았다. 『금수』는 미야모토 테루의 장편으로, 또 다른 서간체 소설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최고의 서간체 소설은 『키다리 아저씨』였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 역시 『환상의 빛』만큼이나 강렬하다.
『금수』란 '금수만도 못한 놈’에서의 금수가 아니라, 금으로 수를 놓은 듯한 아름다움을 뜻한다. 왜 이 이야기가 금수인지는 다 읽고 난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이야기는 누구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의 입장을 대변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시간이라는 불멸의 법칙을 통해, 그리고 화자의 입을 통해 누구도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일을 풀어낸다. 아마 ‘금수’란 그러한 이야기의 힘에서 비롯된 ‘연민’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헤어졌던 두 사람이 10여 년이 흘러 우연히 마주친다. 사건 당시 충격을 받은 여자는 사건을 세상이 만들어 낸 것으로 서둘러 수습해 버린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체념하고 받아들였던 그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는다. 10여 년이 흘러 그녀는 이제 사건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 편지를 쓰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가장 가까운 관계였던 그들이 10년이 흐른 후에는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었다. 그들 사이에는 지나온 과거의 시간이 침전물처럼 쌓여 있다. 사건의 진실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리고, 작가는 그 진실을 대면한 사람들을 향해 애정 어린 시선을 던진다.
『금수』는 상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결국에는 ‘나’로부터 대답을 듣게 되는 소설이다. 사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 시간 앞에서 허망해지지만, 분명히 그들 나름대로 시간을 메우며 살아왔다. 온몸으로 시간을 버티며 살아왔기에, 시간은 사람들에게 살아감으로써 버텨내는 법을 익히게 했다.
『환상의 빛』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 『금수』에도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자들이 있다. ‘뭔가로 인해 나쁘고 좋다’가 아닌, ‘뭔가가 있고 난 후 그들의 삶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금수』에서는 그들의 현재의 삶 이전에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에 깊이 파고든다. 『환상의 빛』에서는 '죽음'과 그 기억이 인물들의 삶에 스며들지 않은 채 그저 그 기억 자체를 관조했다면, 『금수』에서는 과거의 ‘사건’이 기억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인물들에 의해 꺼내지고 벗겨지며 마침내 공감에 이르는 과정을 밟는다.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 '이해'의 공간은 없다. 여전히 그것은 기억으로 존재하고 나와 당신이 있었다는 상황만 남긴 채, 그저 기억이자 삶의 한 부분이었음을 일깨워줄 뿐이다.
‘그때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어’, ‘이 아이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자기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라는 말들은 미야모토 테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혹은 작가는 ‘누구에게나 삶이란 으레 그러하다’고 끊임없이 말하는 듯 하다. 삶에는 항상 다른 길이 나 있다. 어느 한 곳도 특별한 점에 종속된 길은 없지만, 모든 길들은 각자 나름대로 곁길을 만들어 내고, 그 길들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하고,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또한 살아간다.
여전히 '그러므로 그러하다'는 없다. 오직 '그러나 우리는 다시 살아간다' 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눈’님은?
해외에 사는 두아이의 엄마이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예요... 제 스스로의 삶을 살고 싶어 책을 보고 글을 쓴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