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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가족

2014년 9월 1일 오늘의 책

최후의 가족

무라카미 류 | 이상북스 | 2013.06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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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족의 최후냐,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냐! 가족 해체의 시대, 가족을 묻는다 네이버 지식사전은 가족 해체를 이렇게 정의한다. “가족집단이 이혼, 가출, 유기 등에 의해 가족구성원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가족구조가 붕괴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가족해체는 결속감, 소속감, 충성심, 합의, 가족단위의 정상적 기능 등의 파괴를 의미한다.” 《최후의 가족》에서 아버지는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고, 어머니는 열세 살 연하와 바람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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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헤어집시다, 잘



스물한 살 아들은 방안에서 1년 넘게 나오지 않는다. 문 밑 틈으로 건네지는 메모로 대화한다. 열여덟 살 딸 도모미는 집에서 나가는 게 꿈이다. 열 살 연상의 보석 디자이너 곤도를 만난다. 마흔아홉 아버지는 기계부품회사의 영업사원이다. 26년 근속했지만,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버지는 곧 정리 해고될 것이다. 가정주부인 어머니는 열세 살 연하의 목수 노부에와 데이트를 한다. 이 가족 각자에게 저마다의 삶의 모습이 있지만, 공통으로 보이는 문제는 이거다. 주택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히키코모리 아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매달 일정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딸 도모미의 대학 등록금도 마련해야 한다. 정신적·경제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처한 이 가족은 보고만 있어도 위태롭다. 곧 누군가 호각을 불고 "해체!" 하고 외치면, 곧 그렇게 해체될 것만 같다. 이들 가족에게 다른 미래는 그려지지 않는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최후의 가족》 속 가족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떤 표본을 한 장소에 옮겨 놓은 듯하다. 어느 집 히키코모리 아들, 그런 집이 지겨워 탈출을 꿈꾸는 딸, 정리 해고 대상자에 올랐음에도 가족에게 말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가장,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대상 한 명 만난 것을 유일한 숨구멍으로 여기는 주부.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암담하다. 해결은커녕 지금 숨 쉬고 있는 것도 용하다. 그런데 이런 가족의 모습을 거부할 수 없는 게 바로 현실인 듯하다. 비단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다큐 프로그램에서 너무 흔하게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없어야 행복한 삶일 텐데, 이런 장면이 낯설어야 하는데, 익숙하다. 현 사회에서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자주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동안 보아왔던 이런 주제의 소설에서 제대로 된 맺음을 보지 못했다. 화해한 듯하면서 아닌 것 같고, 잘 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려 애쓰지만 공감하기 어려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구나 바로 등 돌려 버리고 끝날 것만 같았다. 오히려 《최후의 가족》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그려진 정답과 가까웠다.

 

일 년이 넘게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히데키는 창에 빛이 들어오지 않게 검은 종이를 바르고 그 가운데 동그란 구멍을 하나 뚫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우연처럼 옆집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옆집의 젊은 아내 유키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유키를 구해줘야겠다고 마음먹은 히데키의 행동이 해체 직전이었던 이 가족 문제를 해결해줄 발화점이 된다. 히데키는 유키를 구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방법을 연구한다. 유키의 상황을 알리고 유키가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에 전화한다. 하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하나같이 똑같다. 피해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 그건 곧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삶을 사는 히데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가 방 안에서 생활하게 된 이유는 너무 사소한 것 같지만, 그에 비해 너무 큰 상처이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저마다 살아가야 할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적인 문제였는데, 그걸 감당하기 어려웠던 마음 한 자락이 너무 큰 상처와 고통을 남겼다.

 

좀 의외다. 히키코모리의 설정이 주가 될 것 같았는데, 이 가족 모두의 모습이 어느 한 사람도 내 시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가슴에 상처를 품고 방안에 틀어박힌 히데키. 이런 집이 지긋지긋해서 어서 빨리 탈출하고 싶다고 외치는 도모미. '가족이란 이래야 한다.'라며 자기가 정한 가족의 매뉴얼을 읊어대는 아버지. 주부인 자기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데 왜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털어놓고 얘기할 상대 한 명 없었던 어머니. 각자 자기만의 이유가 있다. 사정이 있다. 그런데 억지스러운 고리로 자꾸 묶어대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강요하게 되는 태도와 감정들이 이들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 가족이니까 말해도 되는 일이, 가족이니까 말하기 어려운 일로 되어버린 거다. '함께' 해야만 가족인 게 아니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게 가족인 거, 아닐까.

 

결국, 이들 가족은 해체된다. 좀 더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이들 가족의 구성원 각자는 독립한다. 가족이라고 함께 한 시간에 닥쳐온 위기는 이들 각자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게 하면서 더는 암울하지 않은 미래를 그리게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가족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부여했던 것들이 와해하는 순간이다.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가족이란 것이 같은 피를 나누고 같은 성을 사용하면서 묶여 있지만, 각자가 하나의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음을 망각했기에 일어나는 일들이 아닐까 한다. 각자 생각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게 있다. 유전적으로 같은 피를 물려받았어도 입맛 하나도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을 때 오는 위기가 어떤 모습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내가 이 소설의 결말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시 하나로 뭉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가족이고 최선이라는 결말이 아닌, 각자가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평온이었다. 본문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자기 자식이라 더 모른다.’ 다 안다고, 가족이니까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그게 아님을 드러내고 있는 증거 아닐까. 자기 자식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거다. 그건 자식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관계에서 빈번하게 스며드는 착각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함을 이유로 묶어두거나 다 안다고 오판하지 말기를. 해체된 순간 완성되는 것도 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봐야만 더 잘 보이는 게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봐야 할 대상이 바로 가족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캔맥주’님은?

부지런한 독자는 아닙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책 앞에서 부지런해지길, 책을 폭식할 수 있는 시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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