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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2019년 7월 1일 오늘의 책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 은행나무 | 2019.04

분류 : 소설

정가
$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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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사회와 시스템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신열한 스케치 “손을 펼쳐보았다. 백화점이 무너졌다. 무너진 건물 아래 사람들이 있었다. 정말 막을 수 없었을까? 정말 구할 수 없었던 걸까? 누구도 구하지 못한 손이 거기 있었다. 침묵의 오랏줄에 묶인 채 쓰레기 산 아래서 영영 돌아오지 못할 이들을 함께 묻었던 공범의 손이 거기 있었다. 나는 흔들리는 승합차 창에 기대 눈을 감았다. (……)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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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다양성

 

이번 4월에 나온 신간. 표제작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9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아직 사지는 못했지만,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이유로 구매한 책이다. 이렇게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큰 기대도 없이 구매한 책이 예상외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신간 코너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때로 실패하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이 같은 발견이 있기에 계속 신간을 읽는다.

 

나는 임성순 작가의 소설을 이 단편소설집으로 처음 접했다. 이전까지는 장편소설을 위주로 쓴 듯한데 솔직히 말하면 한 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처음 만난 단편소설들은 나의 예상 이상으로 거칠었고, 노골적이었으며 때로 공격적이기까지 했다. 너무 많은 걸 다루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그게 또 어울린다.

 

“아마 모르셨겠지만 이 소설집의 콘셉트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닥치는 대로 준비했어’입니다.” (‘작가의 말’ 중)

 

띠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오컬트, 패러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 스타일’. 적힌 코멘트 그대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소설을 모은 책이다. 현실과 아주 가깝거나, 아예 멀어져 환상에 가까운 소재를 다루거나. 파격적이면서 그로테스크하다. 복잡하다 느껴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으레 첫 단편집이란 그런 게 아닐까? 마치 솔로로 마악 데뷔한 가수의 첫 앨범이 너무 다양한 장르라 오히려 색깔이 없다는 평을 듣곤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임성순 작가는 말미에 이런 변명 아닌 변명을 덧붙이고 있기는 하다.

 

“사실 소비자 맞춤으로 이렇게 구성했다기보다는 제가 써보고 싶은, 지금까지 안 써봤던 걸 쓰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 (‘작가의 말’ 중)

 

그러니 풋내 나는 첫 앨범과 다르다고 느낀 이유는, 아예 이런 다양성이 책 자체의 특징 즉 컨셉임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작가의 어느 단편소설집이든 다 읽고 나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다. ‘이 작가의 장편 소설이 읽고 싶다’, 혹은 ‘장편으로 만났다면 더 좋았을 소설이다’. 대체로 단편으로 처음 만난 작가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거침 없이 써내려간 듯한 전개에 놀란 것은 둘째치고, 읽고 나서의 아쉬움보다도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강렬하게 남아 그 단편 하나로 글이 확실히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수록된 모든 글이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책을 덮은 후의 감상은 이렇다.

 

단편으로 만나서 더 좋았다. 허용된 지면 자체가 적다는 사실에 긴박감을 갖추면서도 할 수 있는 말을 적절하면서도 시니컬하게, 그와 동시에 묵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운 불편함이다.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39쪽)

 

사실 몇 마디를 더 얹자면 그렇게 취향에 부합하는 문체는 아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은연중에 여성 작가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해서 (이름 때문이었을까?) 책장을 펼치자마자 느껴지는 남성 작가 특유의 느낌에 당황스러웠다. 나는 남작가의 소설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좋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부분까지도 소재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에 다시 이 작가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또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펜벗 9기 숨니'님은?
글쓰기가 일이 아닌 습관이 되고 싶은 사람. 책을 통해 일상의 영역을 넓히는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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