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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2017년 12월 1일 오늘의 책

블랙코미디

유병재 | 비채 | 2017.10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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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있는 농담들이 선사하는 유쾌한 반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세상이 바로 ‘블랙코미디’ 으레 ‘농담’이라고 하면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에서는 유머러스한 문장과 유쾌한 에피소드가 반복하여 등장하고, 무방비한 상태에서 실소와 폭소를 터뜨린다. 무엇보다 유병재식의 ‘블랙코미디’에서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차마 말로 내뱉지 못했던 일상 속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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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자신만의 위트와 재치, 색깔을 가지고 시대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개그맨 유병재. 그 위트의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종종 그의 언변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케이블 방송에서 각 분야에서 인지도 있는 인물이 나와 삶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블랙코미디를 접하고 더욱 푹 빠져버렸다.
그런 그가 비채에서 『블랙코미디』라는 농담집을 냈다. 이 책을 통해 유병재가 명언을 쏟아내는 입담꾼 김제동에 결코 뒤지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유쾌하면서도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돈을 잃으면
대개 명예와 건강도 잃는다.
(본문 중에서)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현대사회는 많은 것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큰 요인 중 으뜸은 돈이다. 어느 시대나 돈이 가진 위력은 대단하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많이 가져야만 다른 사람들보다 앞설 수 있고, 많이 가진 자는 대를 이어 더 많은 진출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하루하루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소시민은 몸이 재산이고 머리가 그나마 받쳐주어야 보편적인 삶이 가능하다. 돈이 없어서 몸이 고달프면 건강한 몸도 아플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시간과 기회 역시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서인지 돈을 잃으면 명예와 건강을 잃는다는 글에 씁쓸함을 넘어 답답함을 느꼈다.

사람들은 걱정 안 해줘도 되는 연예인은 걱정해주고 걱정이 필요한 연예인에겐 악플을 달아 더 걱정스럽게 만드는 게 아닐까.
(본문 중에서) '연예인 걱정'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인구가 밀집한 우리나라는 유달리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 악의적인 악플에 인기를 먹고 산다는 연예인은 물론이고 평범한 사람들 역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들려온다. 부와 명예를 가진 연예인들이라지만 그들 역시 개인적인 입장과 생활이 있는데 일일이 파헤쳐 걱정하고 참견하고 도를 넘어 사돈도 아닌데 배가 아파 악의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심리가 간혹 궁금하다. 잘 살고 있는 연예인은 걱정보다는 격려를, 힘들고 고통스런 연예인이게는 진심을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선 무심한 편인 나부터 그런 여유를 갖도록 노력해야겠다.

삼십 년을 같이 산 가족들도 쟤 속을 모르겠다 하고 이따금씩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데, 입사하고 한 달 지낸 네가 어떻게 날 그렇게 잘 아냐.
(본문 중에서) '내가 쟤 아는데'

나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을 종종 하는 친구를 보며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물론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 나의 성향이나 성격, 소소한 습관 등을 알 수는 있다. 많이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좀 더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을 가졌기에 저자 유병재가 했던 말이나 그에 대해 떠도는 소문 등은 대중으로 하여금 그를 섣불리 판단하게 하고, 쉽게 구설수에 오르게 한다. 저자는 그때마다 어떤 심정이었을까.

어느 책에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함께한 시간이 길다고 그 사람이 나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어제 만났다고 그 사람이 나를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제대로 모를 때가 있는데 하물며 타인을 어떻게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할 때 좀 더 신중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느 날 운명이 말했다. 작작 맡기라고.  (19쪽) '운명'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하지만 어떤 똥들은 무서울 정도로 더럽다. (91쪽) '똥'

"할 말은 있는데 하지 않을게요." .......... 를 입에 달고 사는 이에게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응대하자.
비겁한 관종의 최대 천적은 노발대발보다 무관심이라니. (93쪽) '리빙포인트'

나는 굽실대지 않는 사람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갑질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151쪽) '갑질'

상처는 어째서 준 놈들이 받는 척할까. (178쪽) '상처'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도 하고 공감도 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글 한 편, 한 편마다 농담처럼 쉽게 넘길 수 없는 유머가 도사리고 있다. 블랙코미디란 장르에 대한 인식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블랙코미디가 가진 재미 역시 온전히 담고 있기에 반복해서 읽게 된다.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거침없이 하는 그의 뚝심과 용기에 감탄했다. 이 시대의 자화상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꼬집은 불편한 모습이 내게도 녹아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그의 블랙코미디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응원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라떼'님은?
중년에 있는 저에게 책은 커다란 위안을 안겨주는 저의 가장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책 읽는 것에 할애하고 책에서 힐링을 얻는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책을 읽고 책에 좋은 점을 많이 기재하던 흡관에서 조금은 탈피해서 주로 책을 읽는 것으로 만족하는 부분이 많아졌지만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마냥 행복하며 앞으로도 책은 저의 곁을 지켜줄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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