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일 오늘의 책
고제순 외 | 철수와영희 | 2012.12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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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에서 배우는 ‘집’ 이야기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형태와 구조,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 삶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집이 갖는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의미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흙처럼 아쉬람’ 흙집학교 교장 고제순, 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 건축가 노은주, 길담서원 학예실장 이재성, 철학자 조광제,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인 손낙구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
작년에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임대거지라는 소릴 듣거나 또래들로부터 따돌림당한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꽤 오래전부터 아이들이 자기 부모의 계급과 사는 곳을 비교하고 따진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곤 했지만 반신반의했었다. 이제는 그런 얘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뉴스로 보도되고 있고, 온라인에도 임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의 하소연 글이 많이 올라온다. 거주 형태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라니, 기가 막힌다.
올여름 남편과 나눈 대화 중 자주 나온 단어가 '중산층'이었다. 월 500만 원 소득 이상에 아파트에 살고, 자가용이 있으며, 예금 잔액도 두둑하고. 매년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를 지닌 계층. 대략 내가 생각하는 중산층은 그러하다. 남편이 살고 싶어하는 집은 경치가 잘 보이는 테라스에서 석양을 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집이다. 그는 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 같다. 나는 가지와 고추를 심을 수 있는 작은 텃밭과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 아마 우리가 꿈꾸는 집에는 중산층 가정이 살고 있겠지.
이번 독서교실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은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할까?』로, 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교실에서 집을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묶은 책이다. 마당과 텃밭이 있는 집과 베란다에서 석양을 볼 수 있는 아파트라…. 대다수 자신이 살고 싶어하는 집을 얘기할 때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로 갈릴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결혼 전까지 살았던 동네에서는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나 다가구 주택을 짓느라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친정집 뒤편엔 예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있었는데, 파릇파릇한 잔디가 보여 빨래 널 때마다 그 마당에 눈길이 갔다. 지금 그곳엔 회색 건물이 올라가는 중이다. 그 집 고유의 색과 느낌은 이렇게 사라지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치 세상 사람들 모두 같은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집은 서로 너무 비슷하고, 창의적이지 못한 것 같다. 똑같은 생각을 품고, 똑같은 집에 산다는 것. 너무 끔찍하다.
어떤 집이든지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하고 거창한 '타워팰리스'와 같은 고급 아파트뿐만 아니라, 그 근처 서초동 산청마을에 있는 비닐하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집에는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기초를 알 수 있는 흔적들이 잔뜩 배어 있습니다. 부유하면 부유한 대로, 궁핍하면 궁핍한 대로, 사회적인 권력이 강하면 강한 대로, 사회적으로 소외되면 소외된 대로, 평화로우면 평화로운 대로, 갈등이 깊으면 깊은 데로, 의식주에 급급하면 급급한 대로, 인문 예술적인 작업에 치중하면 치중하는 대로, 거기에 살았든 혹은 사는 사람들의 삶의 기초적인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삶의 내용 역시 간접적으로나마 상당 부분 배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삶의 내용을 빼 버리고 그저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구조물로서의 집만을 생각한다는 것은 집에 대한 불행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집은 그저 수단이 아닙니다. 어쩌면 삶의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을 어떤 삶의 흔적으로 배어들게 할 것인가가 워낙 근본적이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77쪽)
사실 한 번도 집을 역사, 사회적 배경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지 못했다. 단순히 부동산으로만 봐왔지, 집의 본래의 기능과 역할은 깡그리 잊고 살아왔다. 2년마다 재계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느긋한 사유를 허락하는 시대가 아니기도 하고.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우리의 생활과 생각, 가치가 달라지고 신자유주의로 자본의 논리는 더욱더 강해진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집은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렸고, 그 탓에 재개발이니 뉴타운 건설이니 살 곳 잃은 이들의 인권은 무참히 깨지고 있다.
잠시 우리에게 숨 고르기를 청하며 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정리한 이 책의 강의 몇 편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된 이유를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문학작품과 연계시켜가며 차근차근 짚어보는 강의는 무척 좋았다. 또한 보좌관으로 일하신 분의 부동산 정책에 관한 강의도 좋았다. 뻔하지 않은 이야기. 현실적인 이야기가 맘에 들었던 것 같다.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로부터 단절된 우리네 삶은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척박해집니다. 쓸쓸하고 외로워져요. 사회 전체가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게 되지요. 예전에 내가 살던 공간이 그대로 있고 거기에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면, 외로울 때 친구가 있어 주는 것처럼 사람들은 안정을 되찾고 마음이 따뜻해지겠지요. 대를 이어 한 마을에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중요해요. (154쪽)
나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글을 쓰면서 계속 생각해 보았다. 책 내용 중 4강 '집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공감, 친밀성을 마을로, 사회로 확대해 거대한 집을 짓자는 내용은 무척 이상적이면서도 대안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래전부터 마을 책방이자 쉼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아이들은 편하게 책도 읽고, 부모님이 부재한 집에 있기 싫으면 우리 집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 이렇게 타인에게 우리의 공간을 내주려면 함께 사는 사람들과도 신뢰와 공감이 두터워야 가능해야 하겠지만.
돌쟁이 아기 키우는 임시 전업주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