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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돌봄과 슬픔

손설안 저 | 책과이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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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365918 / 192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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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내일도 아니고 모레도 아니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이면 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를 돌보며 깨달은 평온한 절망의 이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를 돌보며 느끼는 억울함과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다루기 힘든 감정이 일상의 여러 사건을 통해 밀려오고 쓸려나가는 지난한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담담하게 담아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운명은 왜 지금 자신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에 관한 친절한 변명을 내놓지 않으며, 언제나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부정하고 싶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죽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모두 포기하고 여러 차례 죽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 깊은 좌절과 숱한 허무의 파도에도 작가는 끝내 휩쓸리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단지 오늘 하루를 안녕히 보내려 애쓰는 것으로 자신의 생존 방식을 다시 설정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의 앞에 예정된 내일은 무겁고 암울하다. 어느 날은 이유 없이 슬프기도, 어느 날은 그러모은 인내심이 바닥나기도, 어느 날은 한없이 지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날의 반복이 모여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솔직하고 담담한 고백은 우리에게 삶의 태도에 관한 중요한 물음을 환기해주기에 충분할 것 같다.

출판사 리뷰

운명이란 대비할 틈을 주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아이의 아픔이 작가를 삶의 구석으로 거세게 밀고 갔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미국 서부 대도시의 한적한 동네에서 살림을 차리고 가정을 꾸리는 이민자가 된 이후 아이가 태어났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아이에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왜 하필 내 아이일까? 혹시 아이가 이렇게 된 것이 나 때문일까? 강렬한 부정과 죄책감에 시달리기만 할 뿐,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운명에 대해 오래 고민할수록 답은 나오지 않았고, 작가는 꽤 오랜 기간 그 시간에 멈춰 있어야 했다.
아이의 증상이 악화하고 본격적인 병원 순례와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 가족의 일상은 마치 엎어진 가방 밖으로 떨어진 소지품처럼 땅바닥에 우르르 내팽개쳐졌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는 걸 부정해서는 안 되었다. 늘 잘 모르는 장소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잘 모르는 언어로 이해할 수 없는 말싸움을 실컷 하고 한껏 매질을 당한 기분으로 돌아와야 했다. “오늘 병원에 다녀왔어”라는 짧은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힘듦이 있는지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멈춰서 제자리에 묶여 있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조금씩 조금씩, 작가는 자기 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뜨개질을 하고 피아노를 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반복적인 뜨개질을 하며 그저 이 순간이 흘러가기만 바랐고,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어설픈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작은 만족감을 느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억울함과 죄책감을 시나브로 덜어냈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를 돌보며, 작가는 자기 안에 모인 힘을 조금씩 꺼내 쓸 수 있게 되었고, 그 안에 다시 자기만의 비밀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여전히 하루의 무게는 버겁게만 느껴지고 슬픔의 감정은 좀체 옅어지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작가는 번번이 아이를 바꿔보려는 노력도, 슬픔을 이겨내려는 시도도 더는 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잘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잘 견디고, 어떻게 하면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모순적이게도 작가에게 이 평온한 절망을 가르쳐준 것은 아이였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슬픔을 주었던 아이가,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데려갔다가 다시 삶의 한복판으로 돌려보냈다. 결단코 지워지기를 거부했던 그 무거운 짐이 작가를 다시 살게 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슬프고 지치는 날에도 그 하루하루의 반복이 모여 우리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주어진 시간 자체에 몰두하다 보면 흔들리는 삶에 점점 무심해지고 현실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슬픔을 곁에 두고 일상을 버티며, 그는 오늘도 자기 몫의 돌봄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저자 소개

  • 저자 : 손설안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 졸업 후 디자이너로 일하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살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를 돌보는 틈틈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온라인에 올려 사람들과 나눈다. 자질구레한 삶의 일상에서 파도처럼 부딪쳐 오는 절망과 희망의 이유를 찾아 헤매며, 오늘도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책 속에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아이는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배회하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지냈다. _p.16

힘이 들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슬플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 _p.35

대개 아이는 내가 하는 청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막상 장난감을 치우려고만 들면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며 떼를 썼고, 결과적으로 아이 방 청소는 늘 실패로 끝나곤 했다. _p.49

나에게 거창한 극복이란 애초에 없었다. 마음 한편에서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거의 없다는 것을. 그 무력함을 수용하기까지 나는 긴 시간을 보냈다. _p.111

이내 안도와 함께 씁쓸한 체념이 뒤따라왔다. 이번에는 비극이 나를 비껴갔지만, 그것이 언제든 다시 우리 집 현관문 안으로 불쑥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의 자폐가 그랬듯, 내 삶에 예고 없이 닥칠 불운들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_p.148

아픈 아이를 키우며 나의 부재를 상상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그런 상상은 딸꾹질처럼 예고 없이 툭 하고 튀어나오곤 했다. 맛있게 김치볶음밥을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조차 잘 먹어서 기쁘다는 마음보다 내가 죽은 뒤 누가 이 아이에게 김치볶음밥을 해줄까 하는 걱정이 앞서곤 했다. _p.161

슬픔은 이제 내 삶 어딘가에 늘 놓여 있는, 낡았지만 익숙한 가구 같은 것이었으니까. _p.176

주인 잃은 물건을 손으로 어루만지다 보면 나와 비슷한 존재들이 덧없는 세월 앞에서 어떻게 고통과 기쁨을 마주하며 살아왔는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는 나처럼 아픈 아이의 엄마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는 우리 아이 같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_p.183

목차

프롤로그|작업실에서
꿈속의 하얀 바다
몰락한 귀족의 하루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토이 스토리
불친절한 수선집
하트브레이크 호텔
나 내일 집에 가요
우리들의 동네잔치
여름 끝의 하굣길
어느 멋진 날
내게 필요한 꾀병
이상한 나라의 점심식사
두려워하는 것을
믿어버리지 마세요
우연한 오늘의 밤
의자 위에서
5번 프리웨이의 불꽃놀이
나만의 묘지 투어
에필로그|내 몫의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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