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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자연계약 루소의 『사회계약』, 그 이후

원제 : Le contrat naturel

미셸 세르 저 | 조현수 역 | 그린비 | 202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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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24949009 / 320쪽 / 416g / 152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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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자연에게도 권리가 있는가. 1990년, 미셸 세르는 당시로서는 터무니없게 들릴 만큼 급진적인 질문을 던졌다. 인간에게만 허락되어 온 법적 주체의 지위를 자연에게까지 확장하고, 인간들끼리 맺어 온 사회계약에 더해 세계와 새로운 계약을 맺자는 것이었다. 인간은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며 법과 정치 공동체를 만들었지만, 정작 그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는 계약 밖에 남겨 두었다. 『자연계약』은 이 오래된 질서를 뒤집어 묻는다. 사회계약 이후, 이제 계약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30여 년이 흐른 지금, 세르의 급진적 제안은 더 이상 낯선 상상이 아니다. 세계를 지배하고 소유할 만큼 강력해진 인간의 힘은 마침내 인간 자신을 위협하는 힘으로 되돌아왔다. 우리가 바꾼 기후와 바다, 땅과 대기가 다시 우리의 삶을 바꾸는 시대, 인간은 세계의 지배자에서 세계와 운명을 나누는 공생자로 자신의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자연계약』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오래된 생태철학의 고전을 되돌아보는 일이 아니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붕괴 앞에서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세우고, 그에 맞게 정치와 법, 과학과 철학의 토대까지 새롭게 사유하는 일이다. 세계와 함께, 세계 안에서, 세계에 의해, 세계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가. 오래전 도착한 세르의 경고에 이제는 답할 때이다.

출판사 리뷰

오늘의 생태 위기를 먼저 사유한 미셸 세르의 문제작
“세계와의 전쟁을 멈출 새로운 계약이 필요하다”

계약은 인간만의 것인가

근대 정치철학은 인간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물으며 ‘사회계약’을 발명했다. 인간은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고 법을 세우며 정치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러나 미셸 세르는 이 위대한 계약에 결정적인 누락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들끼리 계약을 맺는 동안 정작 그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는 계약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법적 주체가 되었지만 땅과 강, 바다와 대기, 동식물은 인간이 마음껏 소유하고 사용하고 지배할 수 있는 대상으로 남았다. 사회계약은 인간의 권리를 확장했지만, 그 문을 닫는 순간 거대한 세계를 바깥으로 밀어냈다.

1990년 처음 출간된 『자연계약』은 바로 이 오래된 계약을 다시 쓰자는 급진적인 제안이다. 한때 일부 인간에게만 허락되었던 법적 주체의 지위가 마침내 모든 인간에게 확대되어 왔다면, 이제 그 역사를 인간 너머로 밀고 나가야 한다. 세르는 자연을 인간과 대등한 계약의 상대이자 법적 주체의 지위로 끌어올리고, 인간과 세계 사이에 새로운 권리와 의무를 설정하자고 주장한다. 인간들끼리만 맺은 사회계약 이후, 이제 세계와 맺는 ‘자연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도덕적 호소보다 훨씬 근본적인 요구이다.

인간의 전쟁 뒤에서 시작된 세계의 반격

『자연계약』은 고야의 그림 〈모래 위의 결투〉에서 시작한다. 두 남자가 몽둥이를 휘두르며 서로를 쓰러뜨리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서 있는 땅은 진흙 펄이다. 싸움이 격렬해질수록 두 사람은 함께 더 깊이 가라앉는다. 당사자들은 오직 누가 이길 것인가에 몰두하지만, 그림 밖의 관람자는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둘 다 살아남을 수 있는가. 세르는 이 장면에서 인류의 역사를 읽는다. 전쟁과 경쟁, 지배와 소유에 몰두해 온 인간은 서로의 적만 바라보느라 자신들이 함께 빠져들고 있는 세계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에 행사하는 힘이 전 지구적 규모에 이르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우리가 대상으로 취급해 온 세계가 이제 인간의 행위에 전체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후와 바다, 땅과 대기는 더 이상 인간 역사의 고요한 배경이 아니다. 인간은 세계를 지배하는 주체인 동시에 자신이 변화시킨 세계에 의해 다시 변화되는 존재가 되었다. 세르에게 기후 위기는 그래서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세계와 벌여 온 오래된 전쟁이 마침내 인간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는 사건이다. 지배와 소유가 그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승리는 패배가 되고, 인간은 자신이 의존하는 세계와 함께 몰락한다. 역사는 뜨겁게 불타올랐지만, 그동안 우리는 그 아래 가라앉고 있는 땅을 보지 못했다.

지배와 소유에서 권리와 공생으로

세르가 요구하는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낭만적인 회귀가 아니다. 문제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어떤 새로운 법적 관계를 세울 것인가’이다. 근대의 사회계약은 인간들 사이의 평등을 인정했지만 자연을 권리 없는 대상으로 남겨 두었고, 근대 과학은 세계를 인식하고 지배할 대상으로 만들었다. 세르는 이 두 역사를 하나의 문제로 묶는다. 과학이 세계를 변화시킬 만큼 강력해졌는데도 법과 정치는 여전히 인간 사회 내부의 이해관계만을 조정하고 있다면, 인간의 힘과 세계의 힘 사이에는 어떤 질서가 세워져야 하는가. 그가 자연계약을 단순한 생태적 약속이 아니라 사회계약과 과학적 계약을 동시에 넘어서는 ‘형이상학적’ 계약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그 전환을 압축하는 말이 ‘기생’에서 ‘공생’으로의 이동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을 무한한 숙주처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숙주를 죽이는 기생자는 결국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의 지배가 전 지구적 규모로 확대된 오늘날, 지배는 도리어 인간을 위협하는 힘으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자연계약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선의를 요구하는 계약이 아니다. 인간과 세계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서로에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법과 정치가 인정하는 계약이다. 세르가 말하는 자연계약은 인간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가 성립할 수 있는 세계의 조건을 다시 법 안으로 불러들이는 일이다. 역사의 갈림길에는 이제 두 개의 길만 남는다. 죽음이냐 아니면 공생이냐.

세계와 함께, 세계 안에서, 세계에 의해, 세계를 위해

세르는 계약을 하나의 ‘끈’으로 사유한다. 끈은 인간과 인간을 묶지만 인간과 사물도 연결하며, 지식과 힘, 법과 세계를 함께 얽는다. 과학과 기술이 전 지구적 규모로 발전한 오늘날, 인류와 지구는 이미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국지적인 행동이 지구 전체를 변화시키고, 변화한 지구는 다시 인간의 삶을 바꾼다. 우리는 지구를 소유한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지구에 의해 규정되고 있으며, 세계를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세계가 인간의 정치와 법을 다시 쓰도록 요구한다. 『자연계약』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끈’은 그래서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인간과 세계 어느 쪽도 홀로 존재할 수 없게 된 시대의 존재 조건이다.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990년이었다. 당시에는 자연에게 법적 주체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르는 훗날 다시 쓴 서문에서 자신이 제안했던 법적 해결책이 여러 나라의 입법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음을 지적하며, 한 세대 전에는 불가능하게 보였던 생각이 이제 실천 가능한 것이 된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오늘날 『자연계약』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그래서 오래된 생태철학의 고전을 되돌아보는 일이 아니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붕괴 앞에서 인간의 정치와 법, 과학과 철학의 토대 자체를 다시 묻는 일이다. 세계를 인간의 ‘환경’으로 둘러 세웠던 오래된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과 세계가 서로에게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야 한다. 세계와 함께, 세계 안에서, 세계에 의해, 세계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가. 오래전 도착한 세르의 경고에 이제는 답할 때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미셸 세르
가스통 바슐라르의 뒤를 이어 프랑스 과학철학을 대표하는 학자이지만 전통적인 학문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사유로 주류 철학계에서는 이단아로 평가받는다. 그는 필요한 것은 보존이 아니라 오히려 창조이므로 교육의 최종적인 목표는 교육의 중단이어야 하고, 기존의 사유를 보존하도록 작용하는 토론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철학은 기존의 것을 평가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생산하기 위한 것 이므로 비판 역시 불필요하다고 보았다.
학문적 소양에 있어서 부르바키 대수학을 비롯한 수학의 변혁과 양자역학과 정보과학의 등장, 그리고 쟈크 모노의 생화학 등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히로시마 원폭과 같은 과학적 발전이 초래한 폭력에 주목하면서 철학으로 이행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문화를 도외시한 자연과학이나 과학적 기반이 없는 인문학이라는 반쪽짜리 학문이 아니라 과학, 수학, 예술,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간학문적 연구을 시도했고, 이런 다방면의 지식이 한데 버무려진 독창적인 글쓰기로 인해 난해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부르노 라투르가 주목받으면서 그의 사유에 밑거름이 된 세르의 사유가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1930년 아장에서 태어나서 1949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이후 중퇴하고, 1952년 고등사법 학교에 입학했다. 1954년 철학교수 자격시험을 통과했고, 그후 몇 년간 해군 장교로 복무한 뒤 1968년 「라이프니츠의 체계와 수학적 모델?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9년 클레르몽페랑 대학에 과학사 교수로 취임한 후, 파리 8대학 교수를 거쳐 파리 소르본느대학 역사학과에서 27년간 과학사를 가르쳤고, 1984년 스탠포드대학 프랑스어 및 이탈리아어과 정교수가 되어 거의 30여년간 가르쳤다. 프랑스 한림원 회원으로 프랑스 소장 지식인을 대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들뢰즈와 함께 선정될 만큼 프랑스 안에서도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았으며, 프랑스 케이블 TV ‘문화강좌’를 통해 대중과도 친숙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조현수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성공회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에서 철학 담당 교수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는 『성·생명·우주: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로부터 살펴본 〈자연과 영성(靈性)의 일치 가능성〉에 대하여』가 있으며, 그간 주로 베르그송과 들뢰즈, 스피노자 철학과 관련하여 많은 논문을 발표해 왔다. 번역한 책으로는 자크 모노의 책 『우연과 필연』을 포함하여 다수가 있다.

목차


서문
환경 11
추진 중인 이름 13
계약 15
국제적, 세계적 17
와펠과 새로운 법적 주체 18
두 번째 분열 19
누가 지휘하고 있는가? 20
철학자들의 책임 22
정치? 23
오늘날의 비극 24
경보 27

1부 전쟁, 평화
기후 36
내기 39
전쟁 43
대화 46
전쟁과 폭력 52
법과 역사 58
경쟁 62
우리 64
‘안다’는 것 74
아름다움 82
평화 84

2부 자연계약
두 가지 ‘시간/날씨’ 89
농사꾼과 뱃사람 90
긴 시간과 짧은 시간 93
과학철학자 98
다시, 전쟁에 대하여 99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100
역전 102
법률가: 세계 없이 있는 세 가지 법 103
인권선언 105
사용과 남용: 기생물 109
균형들 110
자연계약 112
정치 115
통치에 대하여 120
다시, 역사 125
종교적인 것 129
사랑 134

3부 과학, 법
기원들 139
우리의 뿌리 157
이 재판이 전개되어 온 일반적 역사 162
재판이 계속되다 165
소송 사안들의 분류 194
갈릴레이 205
과학과 법의 역사적 만남 217
이성 원리 224
이성과 판단 232
제3의 지식인 235
양육 237

4부 끈과 그 해체
브레스트 항구 243
쿠루 기지 245
발고데마르의 샤부르네우 251
밧줄과 연결 259
첫 출항인가, 마지막 출항인가? 273
팰로앨토, 1989년 10월 17일 17시 04분 이후 281
안나, 어머니 마리아 282
무덤 너머의 여정 288
지구여! 지구여! 293
방향을 잃고 302
평화 84

참고문헌 305
역자 후기 309
찾아보기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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