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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104433 / 304쪽 / 395g / 13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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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중국의 ‘내권’과 ‘탕핑’을 한국의 ‘N포’와 ‘쉬었음’, 일본의 ‘사토리 세대’, 미국과 유럽의 ‘조용한 퇴사’와 연결해 살펴본다. 학위가 계층 상승과 안정된 삶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깨진 현실에서 ‘대졸자도 노동계급인가’, 청년에게 제공되는 일자리가 인간다운 삶에 맞는가를 묻는다. 영어판 서문을 쓴 코넬대학교 노동사회학자 일라이 프리드먼은 탕핑을 세계적인 징후로 설명한다.
중국 대륙과 대만·홍콩 등에서 활동하는 노동운동가들이 만든 공라오 컬렉티브의 첫 책으로, 2024년 말 자비 출판됐다. 당사자들이 어떤 일을 했고 얼마를 받았으며, 왜 일을 그만두고 탕핑을 선택했는지 직접 말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청년 실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신, 경쟁과 불안정 노동을 만들어 낸 사회 구조와 세대 간 연결의 필요성을 짚는다.
출판사 리뷰
더 달려 봐야 제자리…경쟁 대신 ‘드러누운’ 청년들 이야기
이것은 세계적인 징후이자 조용한 ‘저항’의 시작!
열심히 공부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약속이 깨졌다. 대학을 나오고, 어떤 이는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기다리는 것은 도돌이표 인턴, 저임금 서비스직,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뿐이다. 노력할수록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에서 더 빠르게 달려야 하는 사회. 중국 청년들은 발전 없이 경쟁만 심해지는 이 상태를 ‘내권內卷’, 즉 ‘인볼루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가 정해 놓은 경주를 멈추고 ‘드러눕기’, 즉 ‘탕핑躺平’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탕핑은 중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국의 ‘N포’와 ‘쉬었음’ 현상, 일본의 ‘사토리 세대’, 미국과 유럽의 ‘조용한 퇴사’는 각기 다른 사회 맥락에서 생겨난 말들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과 끝없는 경쟁에 대한 청년 세대의 피로의 발로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영어판 서문을 쓴 미국 노동사회학자 일라이 프리드먼 교수(코넬대)가 탕핑을 ‘세계적인 징후’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자본주의 성장 모델이 더는 다음 세대에게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졸자도 노동 계급인가
《인볼루션》에는 전공과 경력이 서로 다른 여덟 명의 중국 청년이 등장한다. 금융학을 전공한 대학생은 채권 추심 업체에서 하루 700통의 전화를 걸며 실적 압박과 벌금에 시달린다. 소도시 학원 강사에서 제약회사 인턴으로 옮긴 청년은 낮은 임금과 벌금 제도, 성희롱과 유해 물질에 노출된 일터를 경험한다. 언론인을 꿈꾼 청년은 스트리밍 플랫폼과 지역 방송국, 인터넷 기업, 신문사를 돌며 무급 인턴 생활과 성차별적 채용을 견딘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한 청년은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뒤 미취업 상태로 돌아가 ‘탕핑’을 선택한다.
국영 출판사 인턴을 거쳐 사립대 강사가 된 청년은 대학원 학위를 갖고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 다른 청년은 직업학교와 스타트업 인턴, 유치원 강사, 마사지사를 거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기까지 생계를 따라 직업을 거듭 바꾼다. 상장 자동차 회사에서 ‘996 근무제’(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6일간 근무하는 형태)를 견디다 외국계 기업 대리점으로 옮긴 청년은 돈과 삶의 여유 사이에서 갈등한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청년은 테슬라 인턴과 국내 자동차 회사 사원을 거친 뒤 다시 미취업자가 되어, 필요할 때 충전해 쓰고 수명이 다하면 버려지는 청년 노동자를 ‘일회용 배터리’에 빗댄다.
이들은 전공도, 학력도, 거쳐 온 직장도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공부를 하지 않은 것도, 취업 준비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 사회가 요구한 경로를 충실히 밟았고, 자격증과 인턴 경력을 쌓았으며, 때로는 눈높이를 낮추라는 요구에도 응했다. 그러나 그 끝에 마주한 것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무급 인턴십,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물리는 직장, 성차별과 유해한 노동 환경, 손쉬운 해고와 반복되는 실업이었다.
고학력 청년들이 기대했던 사무직 중산층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이들은 저임금·고강도·불안정 노동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육체노동이나 서비스노동의 가치가 낮다는 데 있지 않다. 학위가 계층 상승과 안정된 삶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깨지고, 고학력 화이트칼라 역시 해고와 과로, 저임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데 있다. 이 책이 ‘대졸자도 노동계급인가’라고 묻는 이유다.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고, 해고와 과로 앞에서 아무런 통제권도 갖지 못한다면 화이트칼라를 노동자와 노동운동의 바깥에 둘 수 있는가. 《인볼루션》은 쉽게 결론을 내리는 대신 이 질문을 독자 앞에 남겨 둔다.
게을러서 눕는 것일까
청년 실업 담론에선 흔히 청년과 일자리 사이의 ‘불일치’를 부각한다.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고, 유망 산업을 선택하며,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분석은 결국 실패의 책임을 청년 개인에게 돌리기 쉽다.
《인볼루션》은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청년이 일자리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청년에게 제공되는 일자리가 인간다운 삶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냐고. 대학 진학자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그만큼 생기지 않았다. 기업은 혁신과 성장을 외치면서도 청년에게 장시간 저임금 노동과 손쉬운 해고를 요구했다. 교육은 계속 경쟁하라고 가르쳤지만, 경쟁을 통과한 뒤의 삶은 책임지지 않았다.
물론 탕핑은 아직 조직된 사회운동이 아니다. 책 속 청년들이 찾는 출구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일을 그만두고 부모 집으로 돌아가고, 누군가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며, 또 다른 누군가는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이주에서 탈출구를 찾는다. 탕핑 역시 이들이 선택한 개인 생존법 가운데 하나에 가깝다. 그러나 “더 열심히 하지 않은 네 탓”이라는 사회의 말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탕핑은 분명히 정치적이다. 청년은 게을러서 눕는 것이 아니다. 계속 달려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눕는다.
혐오 말고 ‘연결’
노동사회학자 일라이 프리드먼은 《인볼루션》을 중국이라는 한 나라의 보고서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고학력 청년이 불안정 노동과 계층 하락을 경험하는 현상은 한국과 대만,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 불안정한 고용, 결혼과 출산의 유예나 포기, 우울과 미래에 대한 공포 역시 국경을 넘는다.
인볼루션과 탕핑은 중국 특유의 기이한 풍경이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가 낳은 공통의 증상 아닐까. 따라서 필요한 것은 어느 나라 청년이 더 불행한지를 따지는 경쟁이나 이웃 나라 청년을 향한 혐오가 아니다. 비슷한 조건에 놓인 청년 노동자들이 서로의 고통을 알아보고 연결되는 일이다.
어떤 출판사도 내려고 하지 않은
문제작!
공라오 컬렉티브는 중국 대륙과 대만·홍콩 등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동운동가들이 2022년 만든 단체다. 중국 정부의 검열과 통제에도, 좀체 드러나지 않는 중국 노동자의 현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공라오 컬렉티브의 첫 책인 《인볼루션》은 2024년 말 자비로 출판됐다. 중국 어느 출판사도 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서점에서는 판매도 되지 못했다. 해외에서도 제한된 경로로만 유통됐다.
공라오 컬렉티브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통과 분노를 직접 말할 자리를 마련했고, 그 결과물이 《인볼루션》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가공하지 않고 생생하게 전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 책은 거창한 이론으로 청년을 대신해 설명하거나 미리 준비된 결론에 청년들 삶을 끼워 맞추지 않는다. 청년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얼마나 일하고 얼마를 받았는지, 어떤 것을 부당하다고 여겼는지, 왜 일을 그만두었는지, 왜 탕핑을 선택했는지를 끝까지 듣는다. 전문가가 해답을 대신 제시하게 하기보다, 아직 명료한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청년들의 망설임과 모순까지 그대로 남겨 둔다. 그 불완전한 목소리들이 청년들이 마주한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말 일어나야 할 쪽은
누구인가
이 책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자녀에게 공부만 잘하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해 온 부모 세대, 청년에게 취업과 성과를 강요하는 대학 관계자, 사람을 비용과 생산성으로만 계산하는 기업 경영자, 청년 실업을 개인의 눈높이 문제로 치부해 온 정책 담당자가 먼저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은 낯선 중국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청년들의 현실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묻는다. 청년들이 차례로 드러눕는 사회에서, 정말 일어나야 할 쪽은 누구냐고.

영어판 서문: 이것은 세계적인 징후이다
저자 서문
1장. 700통의 비명: 채권 추심 업체 인턴
아 정말, 개똥 같다!
이상한 ‘초과근무’ 정의
솔직히 막막해요
나는 좌파… 노동자들과 연결되고 싶다
2장. 희망이라는 독배: 소도시 학원 강사 → 제약회사 인턴
왜 일과 수입은 정비례가 아닐까
동료? 경쟁자!!!
소도시의 명문대생
그래도 야근 눈치는 안 줘요
벌금 제도에 폭발한 사람들
성희롱 문제가 생겼을 때
발암 물질 만지는 일터
오빠의 고단한 직장 생활
공부만이 유일한 사다리
어긋난 수요와 공급 법칙
6개월간 캠퍼스에 갇혔을 때
과연 선택지가 많을까
취업률을 조작하는 학교
3장. 무급의 굴레: 스트리밍 플랫폼 인턴
→ 지역 방송국 인턴 → 인터넷 기업 사원 → 신문사 인턴
무급에 종일 ‘복-붙’
인턴, 인턴, 인턴
일도 하고, 내 생활도 즐기고
통제할 수 있는 건 나의 ‘능력’뿐
남들처럼 살아야 할까
어떻게든 남자를 뽑으려는 고용주들
빨리 독립해 나답게 살고 싶다
4장. 인맥의 감옥: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인턴 → 미취업 상태
열정 따위 필요 없는 일
‘정규직’ 되기는 왜 이토록 힘든가
외국에 나가면 괜찮을까
지금, 탕핑 중
5장. 학위의 배신: 국영 출판사 인턴 → 사립대 강사
어쩔 수 없는 월급
적어도 나를 증오하게 만들지는 말자
일자리를 가리는 우리 탓?
어디든 들어가라고 독촉하는 교수
왜 타인은 적이 되어야 할까
6장. 희망의 덫: 직업학교 인턴 → 스타트업 인턴 → 유치원 강사 → 마사지사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나만의 길을 찾는 중
프로그래머에서 유치원 교사, 마사지사까지
사장님 기분에 좌우되는 회사
졸업장 ≠ 취업 보증서
명백한 정부의 잘못
7장. 996의 수렁: 상장 자동차 회사 구매직 → 외국계 기업 대리점 구매직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채용한다면서요?
돈이냐, 마음의 여유냐
무엇으로든 저항을 시작해야 할 때
외국 기업은 낫지 않을까?
정말이지, 일하러 가고 싶지 않다
8장. 일회용 배터리: 테슬라 인턴 → 국내 자동차 회사 사원 → 미취업 상태
학벌 높이려고 선택한 대학원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친구들
워라밸은 사치일까?
사회복지는 맨 뒷전에
정부의 수수방관
끝없이 배출되는 ‘일회용 배터리’
바라건대, 성취감 주는 일
래서 ‘탕핑’ 해요
편집 후기
옮긴이 후기: 억압된 분노는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