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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70370772 / 192쪽 / 480g / 190 x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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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나의 외면과 내면을 탐색하는 여정
사진 한 장 앞에서 절로 감탄할 때가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나 포착하기 어려운 순간이 담긴 사진 앞에서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관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장면을 만날 때 더욱 그렇다. 가령, 나의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여러 다양한 변화와 노화 과정을 가감 없이 담는 셀프 포트레이트를 볼 때 그렇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증상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살피기 위해 과거의 시간과 가족사를 파헤치는 작업을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행위와 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창작이란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대면하는 ‘에고 트립(Ego-Trip)’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호에서는 집요하고 철저하게, 또 꼼꼼하고 면밀하게 나의 외면과 내면을 탐색하는 사진들을 만나본다. 그리고 김사월, 하미나, 정지음, 하은빈, 김신식 등의 필자가 쓴 에세이를 통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과정의 의미를 되새긴다.
출판사 리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공포탄을 소지한 채 부대 정문에서 경계 근무를 섰다. 솔직히 말하면, 경계도 근무도 아니었다. 그저 2시간 동안 서 있다가 들어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 야심한 시간에 외진 부대 앞을 지나가는 차도, 행인도 없었다. 북한군이 굳이 최전방도 아닌 우리 부대를 골라 침입할 리 만무했다. 사실상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그랬기에 그 2시간의 새벽 경계 근무는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길고 지루한 일이었다. 라디오를 숨겨 몰래 듣거나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사소한 맨손체조를 반복하거나, 달과 별을 멍하니 쳐다보거나…. 그 무엇을 해도 시간은 슬로 모션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그렇게까지 느리고 더딘 시간은 처음이었다.
그 새벽에는 시간만 평소대로 흘러간다면 영혼도 팔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많은 시도를 거쳐 가장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방법을 찾고야 말았다.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장면과 순간들이 앞다퉈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적 없는, 나만 알 수 있는 수치심과 죄책감, 자괴감과 좌절감, 어긋남과 후회, 미련과 체념…. 하나씩, 하나씩 주워서 살펴보기 시작하면 내 안의 기억과 이미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더 높이, 더 멀리, 더 오래 과거의 바다로 자맥질해 점점 더 어린 시절로 회귀하면, 결국 최초의 기억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내가 간직한 나의 이미지만 대면하는 새벽 2시부터 4시까지의 시공간에서는 나와 연결된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이외의 모든 현실은 멀끔하게 표백되었다.
가끔 그 새벽의 진공 상태에 가까웠던 시공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그렇게까지 세상만사를 뒤로 물리고, 나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만 쫓을 수는 없기에. 대신에 어떤 사진 작업들을 바라보면서 그 진공 상태에 간접적으로 접속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자신에게 향한 시선들, 카메라를 들고 날카롭게 나를 파고드는 사진들을?마주할 때 그런 순간이 다가온다. 가령, 나의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여러 다양한 변화와 노화 과정을 가감 없이 담는 셀프 포트레이트를 볼 때 그렇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증상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살피기 위해 과거의 시간과 가족사를 파헤치는 작업을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행위와 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창작이란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대면하는 진공 상태로 향하는 ‘에고 트립’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호에서는 집요하고 철저하게, 또 꼼꼼하고 면밀하게 나의 외면과 내면을 탐색하는 사진과 글을 만나본다.

2026년 여름호 | VOL. 54
특집 | 에고 트립 : 나에게 가까이
001 See-through, Transparence _ Sidonie Ronfard
022 무모연작 _ 이예은
036 Through Hardship to the Stars _ Ornella Mari
050 Two Ways to Carry a Cauliflower _ Emma Sarpaniemi
066 잠들어 있는 학생, 연도미상 _ 김사월
070 나는 지옥이다 _ 하미나
076 지워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_ 정지음
084 ‘너-나-들-이’ 여행자들에게 부치는 편지 _ 하은빈
090 포스기에서 _ 김신식
098 Weapon of Choice _ Minami Ivory
112 Self Reflection _ Kristina Varaksina
124 Villa Argentina _ Aruna Canevascini
136 Frida Forever _ Frida Lisa Carstensen Jersø
162 Invisible-You _ Eniko? Hodosy
164 Perceptual Isolation _ Kat Bawden
178 [연재_영화의 장소들] 정치적인 것의 장소, 다시 _ 유운성
185 [연재_일시 정지] 사진엽서와 역사의 비늘 _ 서동진
192 [에디터스 레터] 망한 전시 _ 박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