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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991849 / 208쪽 / 208g /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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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나는 왜 이다지도 슬플까?》
그건 아빠와 엄마가 자기들끼리만 따로 놀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관계가 1분 후에 끝날 거라는 느낌을 견딜 수가 없어.
그럼, 우리 관계가 1초 후에 끝날 거라는 느낌을 지어내자.
그러면 훨씬 나을 거야.
요람에서 울어 대는 자신을 아빠가 타이르자 울음을 뚝 그치고, 두 살이 채 되기 전에 머릿속으로 단어를 가지고 노는 천재 트리스탄. 하지만 아이는 이른 시기부터 천재성을 감추기로 결심한다. 부모가 서로를 사랑하느라 일말의 관심도 내어 주지 않을뿐더러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닥치면 불안을 확연히 내비치기 때문이다. 이 상처는 이후 트리스탄을 저주처럼 따라 다니는 족쇄가 된다. 『자매의 책』은 극단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예외적으로 영특한 인물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가로지르며 〈애착〉과 〈성격〉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어떤 선택들을 만들고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이는 〈(발달기 애착이 형성하는)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라는 라캉의 말과, 〈성격이 곧 운명〉이라는 셰익스피어의 창작론을 모두 떠올리게 하며 하나의 삶에 아이러니와 입체성을 불어넣는다.
트리스탄을 너무 예뻐하고 대견해해서 자기 딸의 대모로 삼기까지 하는 보베트 이모, 트리스탄의 대녀이자 사촌인 코제트, 트리스탄보다 다섯 살 어린 동생 레티시아는 그녀가 황량한 유년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하는 〈부모 이상의 존재〉들이다. 하지만 트리스탄의 이모 보베트는 아직 어른으로서 책임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그러면서도 아이는 넷이나 낳은) 일가족의 철부지다. 매일 술을 마시고 자살 소동을 일으키는 등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좋은 부모는 고사하고 좋은 이모에 머무르기도 벅차다. 그런 환경 속에 자란 코제트는 그토록 사랑하는 대모 트리스탄을 향한 질투에 사로잡히고, 거식증에 걸려 스스로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한편 레티시아는 언니와 록 밴드를 결성해 록으로 세계를 점령하고자 하는 꿈을 꾸지만, 트리스탄의 대학 진학으로 꿈이 좌절되려 하자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려는 트리스탄을 막아 세운다. 이 〈구제 불능인 사람들〉 앞에서 사랑의 결핍을 흉터처럼 떠안은 트리스탄은 어떻게 저주를 풀고 새로운 사랑을 발명할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삶이 어떻게 구원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하는지 보여 주는
〈인간 탐구의 걸작〉
가족이라는 기묘하고도 복잡한 굴레를 지적이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파헤친다.
단연 올해 최고의 걸작.―「르 파리지앵」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새로운 작품으로 자기 문학 세계를 새롭게 경신하며, 어느덧 〈노통브 신드롬〉의 아이콘에서 프랑스 4대 문학상 〈르노도상〉 수상 작가가 된 아멜리 노통브의 「자매의 책」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아멜리 노통브는 잔인함과 유머를 탁월하게 다루며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문화 충돌, 신체 담론, 지적 오만, 권력 관계, 신화의 재해석 등 심도 깊은 주제들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서사화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녀는 이번 책에서 모두에게 친숙한 〈가족〉을 탐구한다. 안식처이자 따뜻한 품이 되어야 할 가족을 노통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
소설은 1970년대에 열병 같은 사랑에 빠진 남녀를 비추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딸 트리스탄이 태어난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게 사랑을 쏟느라 바빠 트리스탄을 방임한다. 말도 떼지 못한 시절부터 부모의 사랑 없이 자라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 트리스탄은 스스로를 돌보며 성장한다. 이를 대리 보상하려는 듯, 트리스탄은 5년 뒤 태어난 동생 레티시아에게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노통브는 유년의 부조리가 만든 이 배타적이고 애절하면서도 기묘한 자매 관계를, 본질을 직시하는 도발적인 문체로 아름답게 그려 낸다.
30년에 걸친 〈문학적 투쟁〉이 무엇으로 향하는지 보여 주는
아멜리 노통브 문학의 현주소!
아멜리 노통브는 눈물을 자아내지는 않지만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슬픈 이야기를 만드는 수수께끼 같은 능력을 가졌다. ―「텔레라마」
아멜리 노통브는 한 사건에 대한 상이한 반응과 인식으로 말미암아 서로 다른 인생의 결과를 만들어 가는 인물들 속에서, 레티시아의 입을 빌어 〈단어에는 우리가 그것에 부여하는 만큼만 권능이 있다〉(138면)는 전언을 제시한다. 이는 생애가 관계, 운명, 기질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복잡하고 부조리한 요소로 가득한 가운데 우리가 〈나〉로 충만한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그 〈관계, 운명, 기질〉등을 자기 욕망을 마주하는 언어로 치열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통브는 이를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강하게 역설하는 대신 서늘할 정도로 경쾌하고 직관적인 장면, 대화를 통해 서사의 깊은 바닥에서부터 의미가 명징하게 떠오르게 한다.
「자매의 책」은 〈절대적인 열정, 죽은 자와의 대화, 소외된 유년, 거식증〉 등 아멜리 노통브가 천착해 온 문학적 모티프를 탁월하게 변주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통브 문학의 핵심은 가장 비참한 상황조차 유머러스하게 뒤틀어 〈희망〉을 발견하는 화자와 인물 들의 태도일 것이다. 특히 작가 개인의 역사를 재구성하여 자신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이야기가 그런 특색을 긴장감 있게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노통브만이 가진 〈자기 객관화〉 능력의 특권을 보여 준다. 이 책의 역자 이상해 번역가는 「옮긴이의 글」에서 〈세상 모든 이야기가 가족사라 해도,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 한 권씩을 바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나〉를 이루는 토양이자 상처의 근원인 가족을 소설적 객체로 치환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증에 함몰되기 쉬운 가족의 얼굴을 끝내 보편적인 문학의 언어로 직시하는, 이 지독한 〈문학적 투쟁〉이 펼쳐지는 「자매의 책」은 삶의 부조리를 예술로 연성하는 가장 품격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가족사라는 말이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우주가 저토록 광활한데도 우리가 티끌만 한 지구에 모여 살듯이, 세상이 이토록 드넓은데도 우리 삶은 가족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족은 우리 삶의 뿌리다. 그런데 가족사는 대개 비극적이다. 이 또한 그럴 만하다. 눈과 귀만 열어도 지구촌에서 비극은 일상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꾸역꾸역(꿋꿋하게) 살아가고, 그 삶의 의미를 더듬는다.(중략)
아멜리 노통브는 전작 『첫 번째 피』를 아버지에게 바쳤고, 이 작품을 트리스탄처럼 자신을 돌봐준 언니 쥘리에트에게 바친다. 그리고 앞으로 출간될(프랑스 현지에서는 2025년에 출간되었다) 후속작 『잘됐네Tant mieux』는 어머니에게 바칠 것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가 가족사라 해도,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 한 권씩을 바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자매의 책』
옮긴이의 글 〈자매의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