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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인테로간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질문들

임성철 저 | 한양대학교출판부 | 202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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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188704 / 916쪽 / 1,740g / 170 x 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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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인간은 답을 찾기 이전에 물음을 던지는 존재이다. 2,500년 전 밀레토스의 해변에서, 아테네의 광장에서,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시작된 물음들이 오늘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죽음 앞에서 지혜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인가? 나에게 달려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다움의 본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이 던진 근원적 물음들을 따라가는 열다섯 편의 사유 여정(旅程)이다. 소크라테스의 백조의 노래에서 출발하여, 관조적 삶의 이상과 헬레니즘 현자들의 자기 수양 기술을 거쳐, 플라톤의 이상국가(理想國家)가 우리 시대에도 유의미한지를 묻는 자리에까지 이른다. 저자는 문헌학적 엄밀성과 해석학적 깊이를 견지하면서도, 고대의 지혜가 현대인의 삶에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를 탐색한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이 불멸의 명제는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존재론적 선언이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기에, 오류를 범하기에, 그리고 각 생애 단계마다 고유한 한계와 씨름하기에, 바로 그러하기에 인간이다. 이 책은 그 불완전함을 부정하지 않고 응시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를 향해 나아가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삶을 묻는 철학의 길잡이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질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유효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언제까지나 호모 인테로간스, 질문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경이로움에서 싹튼 의문을 일깨운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견딘다는 것, 그것이 철학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의 심원한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낸다. 축적된 학문적 성찰의 물줄기를 한데 모아 사유의 깊이와 외연을 확장하는 열다섯 편의 에세이는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고 인간다움의 고양이라는 근원적 과업에 응답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삶의 의미를 묻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판사 리뷰

인공지능(人工知能)이 인간의 사유를 모방하고, 알고리즘이 우리의 선택을 예측하며, 기계학습이 창조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 침묵하고 있다. 무엇이 진정으로 인간적인 삶인가? 지혜란 정보의 축적인가, 아니면 존재의 통찰인가? 기술적 전능(omnipotence)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필연성에 포획되어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새롭지 않다. 2,500년 전(前)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소요(逍遙)하던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밀레토스의 번화한 항구에서, 아카데메이아의 숲속 작은 정원에서 이미 제기되었던 물음들이다. 그러나 바로 그 오래됨이야말로 이 질문들의 영속적 힘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시대의 변천(變遷) 속에서 소멸하지 않고 매 세대마다 새롭게 제기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물음들이 인간 조건(conditio humana)의 구조적 본질에 닿아 있음을 방증한다.
현대 기술문명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능력을 부여했지만, 동시에 실존적 방향감각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더 많이 알지만 덜 이해하며, 더 많이 연결되어 있지만 더 깊이 고립되어 있고, 더 효율적으로 살지만 덜 의미 있게 산다. 이러한 현대성의 아포리아(ἀπορία) 앞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던진 질문들은 단순한 역사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위기를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철학적 파르마콘(φάρμακον)으로 기능할 것이다. 그들의 질문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도달하며, 우리로 하여금 기술적 진보의 현혹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도록 촉구한다.
이 책의 제목인 ‘호모 인테로간스’(Homo Interrogans)는 철학적 인간학의 오랜 전통이 형성해 온 개념적 지형 위에 고유한 의미론적 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서양 사상사에서 인간 본질에 대한 규정은 다양한 개념적 표지들을 통해 시도되어 왔다.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가 인간 종(種)에 부여한 분류학적 명칭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라틴어로 ‘이해하고 분별할 줄 아는 인간’, 곧 ‘지혜로운 인간’을 뜻하는바—인간을 인식과 자기반성의 능력을 지닌 존재로 특징짓는다. 그러나 이 명명을 엄밀한 의미에서 이성적 인식 능력을 인간의 종차(differentia specifica)로 규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반해,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인간 지성을 도구 제작과 사용에 특화된 기능으로 규정함으로써 인간의 기술적 성격을 강조했으며, 이후 막스 셸러(Max Scheler)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고전적 개념을 각기 비판적·분석적으로 정교화하였다. 이 개념은 인간을 도구의 창안과 사용을 통해 세계를 형성·변형하는 존재로 이해하게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이해의 한계 또한 드러낸다. 나아가,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곧 ‘유희하는 인간’은 놀이를 문화 창조의 원천으로 파악함으로써 인간학적 지평을 확장했다.
그러나 발터 부르케르트(Walter Burkert)가 그의 기념비적 저작 『호모 네칸스』(Homo Necans, 1972)에서 제시한 규정은 이러한 전통적 인간학의 낙관적 전제들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함축한다. 부르케르트에 따르면, 인간 존재는,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네칸스인 동시에 호모 세펠리엔스이다”(Der homo sapiens ist ebenso homo necans wie homo sepeliens)라는 이중적 규정으로 파악될 수 있다. 여기서 ‘호모 네칸스’(homo necans), 곧 ‘죽이는(살해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은 희생제의(犧牲祭儀)를 통해 공동체를 구성하고 문화를 창출하는 인간의 원초적 폭력성을 지시하며, ‘호모 세펠리엔스’(homo sepeliens), 곧 ‘매장하는 인간’이라는 규정은 죽음을 의식하고 그에 의례적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가리킨다. 부르케르트 자신도 후기 논문에서 이러한 인간학적 규정의 방법론적 토대를 재검토하면서, 종교 연구가 아리스토텔레스적 의미의 “경이”(θαυμάζειν)에서 출발해야 하며, 플라톤이 『제7서간』 344b에서 제시한 “상호 비판을 수반하는 논변의 제시와 수용”(λόγον δοῦναί τε καὶ λαβεῖν ἐν εὐμενέσιν ἐλέγχοις)이 학문적 탐구의 본령(本領)임을 역설한 바 있다.
그에 반해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이중적 규정이 제3의 본질적 계기를 전제하고 있다고 본다. 인간이 죽이고 매장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먼저 ‘물음’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의식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희생제의를 통해 신성(神聖)과 교섭하려는 시도, 이 모든 것은 존재의 근거와 의미에 대한 근원적 물음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호모 인테로간스’(homo interrogans), 즉 ‘물음을 던지는 인간’이라는 규정은 인간 존재의 다른 모든 규정들을 가능케 하는 선험적 조건으로 기능한다. 우리는 묻기 때문에 죽임의 의미를 알고, 묻기 때문에 매장의 의례를 수행하며, 묻기 때문에 앎을 추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물음은 인간 존재의 존재론적 근본 구조이며, 철학은 바로 이 물음의 체계적 전개에 다름 아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경이’로부터 철학이 시작된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이미 인간을 호모 인테로간스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물음의 계보학적 탐구이자, 물음을 던지는 존재로서의 인간 본질에 대한 해석학적 성찰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임성철
한양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튀빙엔(Tubingen) 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플라톤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Der εἰκὼς λόγος in Platons Timaios, Die Struktur des idealen Staates in Platons Politeia, 『감각하는 인간』(공저)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플라톤 읽기』, 『플라톤의 철학 개념』, 『플라톤 철학을 위한 첫걸음』, 『호모 네칸스』(2027년 출간 예정) 등이 있다. 연구논문으로는 「고대 희랍 철학에 나타난 관조적 생활 이상의 기원과 의미에 관한 연구」, 「플라톤 <동굴의 비유>의 기원에 관하여」, 「에피쿠로스의 신관(神觀)」, 「이암블로스의 <태양의 섬>에 나타난 유토피아 사상의 철학적 진실성과 그 현대적 의미」 등 고대 그리스 철학과 헬레니즘 철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학술 서평으로는 슬레작, 크래머, 부르케르트, 거슨, 비스 등 서양 고전철학 주요 연구자들의 저작에 대한 해석학적 고찰이 다수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고대 그리스 철학(플라톤), 형이상학, 윤리학, 정치철학, 종교학, 신화학, 해석학이며, 최근에는 뇌과학·진화생물학 등과의 학제적 작업을 통해 고대 철학의 근본 물음들을 경험적 차원에서 재해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목차

일러두기
저자 서문 - 물음의 불멸: 인공지능 시대, 고대 그리스 철학이 다시 묻다

제1부 철학적 삶의 형식과 관조의 이상
 - 죽음과 삶, 지혜와 역사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유
1. 소크라테스가 부른 백조의 노래는 죽음 앞에서 어떠한 지혜를 드러내는가?
2. 관조적 생활 이상은 어디에서 기원하며, 그것은 어떤 철학적 의미를 지니는가?
3. 헤라클레이토스에게서 수학과 로고스는 어떤 관계를 맺는가?
4. 고대 그리스인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했는가?
5. 플라톤은 역사를 어떻게 이해했으며, 그의 사상은 역사철학에 어떤 의의를 지니는가?
6. 플라톤에게 우연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그의 철학 체계에서 어떤 위상을 점하는가?
7. 고대 그리스 여성철학자들은 어떤 철학적 목소리를 냈는가?

제2부 헬레니즘 사상의 실천적 지혜와 내면성
 - 나를 다스리는 삶의 기술과 관계의 거리
1. 고대인에게 자기 자신 안으로 물러남은 무엇을 말하며, 그것은 헬레니즘 정신사에서 어떤 철학적·종교적 지평을 여는가?
2. 노예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폭정의 시대에 어떻게 내적 자유를 쟁취했는가?
3.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관계적 딜레마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헬레니즘적 기원을 지니는가?

제3부 고대 그리스 사상의 현대적 적용과 재해석
 - 이상 국가에서 인공지능 시대까지
1. 플라톤과 제퍼슨은 정치철학에서 어떻게 조우하는가?
2. 플라톤의 이상 국가는 어떠한 철학적 전제 위에 성립하며, 그것은 오늘날에도 유의미한가?
3. 고대 그리스인과 현대인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4. 부르케르트는 고대 희생 제의에서 종교의 생물학적 기원을 어떻게 설명하며, 그것은 희생 제의 현상의 해석학적 이해에 어떤 통찰을 제공하는가?
5. 인공지능 시대에 자동화된 낙원은 어떤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가?

<맺는 말>에 앞서
맺는 말: 인간이라는 이름의 여정에 부쳐
저자 후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연대표
고대 그리스어 알파벳 읽기표
고대 그리스어 알파벳 읽기 유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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