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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다리의 기적 인종, 인체, 그리고 법 정신에 관한 노트

퍼트리샤 J. 윌리엄스 저 | 박광호 역 | 징검돌 | 202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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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323779 / 336쪽 / 437g /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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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미국의 법학자이자 문화비평가 퍼트리샤 J. 윌리엄스의 신작 『검은 다리의 기적』이 번역· 출간됐다. 비판법학의 토대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을 정립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저자는 법적 객관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인종적, 젠더적, 계급적 편견을 폭로해 온 인물이다.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 소위 CRT는 트럼프와 마가MAGA 진영이 격렬히 반대하며 악마화하는 이론이다.

『인종과 권리의 연금술』를 대표로 한 저작들, <더 네이션≫에 ‘미친 법학 교수의 일기’란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들에서 정치, 사회적 문제들을 추상적인 법률 용어가 아니라 베네통 매장에서 출입을 금지당한 경험 같은 개인적 서사를 가져와 풀어내 온 윌리엄스는 『검은 다리의 기적』에서도 흑인의 다리를 이식받은 백인 남성과 다리를 내주고 숨진 흑인에 관한 수백 년 전 그림 이야기로 독자의 관심을 끌며 미국 사회 내 다양한 갈등과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성화 속 다리가 절단된 인물처럼 신체가 소모품과 상품으로 간주되는 이들, 온전한 인간 혹은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이를테면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을 옭아매는 그물망을 법, 인종, 젠더, 계급의 렌즈에 교차적으로 투과시켜 그 얽히고설킨 층위들을 드러낸다. 먼저 인간의 몸을 동산으로 규정한 노예제의 유산이 현대 계약법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창고 경매로 얻은 타인의 다리에 대한 소유권을 두고 벌어진 존 우드의 다리 소송 같은 인상적인 예를 들며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예제의 법리는 법전을 넘어 사회의 전 영역에 스며들었고, 과거 인간 전체를 소유물로 삼았던 논리를 넘어 이제 유전자 정보와 생체 데이터를 파편화해 거래하는 방식으로도 진화했다. 법은 더는 인간을 대놓고 물건이라 부르지 않지만 알고리즘 분류 시스템으로 특정 집단의 신체를 여전히 결함 있는 상품이나 관리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예컨대 지역의 계급적, 인종적 특성을 반영하는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 사례에서 드러나듯 현대의 데이터 기술은 과거의 인종적 편견을 객관적인 수치로 둔갑시켜 노예제의 논리를 재생산한다.

이처럼 진화하는 신체의 사물화와 차별 메커니즘은 공적 가치가 사적인 이윤 논리에 잠식되는 공공성의 사유화와 궤를 같이한다. 흑인 아기를 “잘못된 출생”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환산하고, 부유한 여성들이 아이비리그 여학생의 난자를 5만 달러짜리 상품으로 ‘기증’받으며, 요금 납부를 깜박하면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차가 와서 구경만 하는 일련의 사태는 모두 인간의 존엄을 보호해야 할 공적 영역이 시장의 논리에 항복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퍼트리샤 윌리엄스는 존 우드의 다리가 매매할 수 있는 사물이 아니라 그 존재에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일부이듯이 우리 인간도 서로에게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간과 시민으로서 온전성의 회복, 사회 공동체의 복원을 위해 저자는 돌봄의 윤리를 강조하고, 의료, 교육, 복지를 포함한 사회 전 영역에서 공공성을 회복하며, 마지막으로 인종, 젠더, 계급이 교차하는 차별의 역사를 지우고 심지어 논의 자체를 막는 시도에 맞서 그 고통스러운 기억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 사회에서 ‘검은 다리’는 어디에 있을까? 배달하다 교통사고로 다쳐도 “다친 데 없으세요?”가 아니라 “배달 가능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 플랫폼 노동자,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단순한 이동 자체가 권리가 아니라 투쟁인 이동장애인, 공기업에서조차 비수도권 대졸자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킨 사건, 최근 대구 성서공단에서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다 추락사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이자 이주노동자 25세 뚜안 씨의 죽음까지, 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퍼트리샤 윌리엄스의 『검은 다리의 기적』은 이처럼 한국 사회도 폭주하는 트럼프의 미국과 다를 바 없이 경제 성장과 소비자 편의라는 기적을 위해 검은 다리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는다.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7-8쪽
나는 이 책을, 수년간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끔찍한 수술에 관한 심상을 이야기하며 시작하려 한다. 그 심상은 한 학생이 가져온 위 그림 이미지에서 비롯됐다. 학생은 그 이미지의 출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인종적 재현을 연구하는 내가 큰 흥미를 보이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림은 후광을 지닌 두 남자가 - 성인? 성직자? 사제? - 절단 및 접합 수술을 관장하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죽은 듯 보이는 흑인 남성에게서 다리를 떼어온 것 같다. 다리는 추측건대 아직 살아 있는 백인 남성의 몸에 이어 붙인 상태고, 사제 중 한 명은 그의 맥을 짚고 있다. 그림은 일종의 종교적 묘사로 분명 기독교적이다. 그런 전통의 느슨한 틀 안에서 자란 나는 고통을 하느님의 징벌로, 고난을 속죄로, 고뇌를 하느님의 구원으로 해석하는 신학으로 그 의미를 읽었다.

67-8쪽
이런 통제 정책들의 한 가지 생생한 흔적은 테네시주 오비온 카운티에 거주하는, 휠체어에 의지하는 고령의 백인 진 크래닉의 운명에서 볼 수 있다. 2010년 10월, 뒷마당 쓰레기통의 불이 집으로 번지자 그는 소방서에 전화했다. 소방관들이 도착해 집 앞에 주차했지만 그들은 차에 기대어 크래닉의 집이 - 농가 내 동물들도 - 전소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양옆 이웃집들에는 호스로 물을 뿌렸다.
왜 그랬을까? 진 크래닉의 집은 시외, 그러니까 카운티에 편입되지 않은 지역으로, 거기서는 이른바 ‘유료 살포’ 제도가 시행 중이었다. … 크래닉의 이웃들은 75달러를 냈다. 그러나 크래닉은 그해 납부를 깜박했다. 소방서는 대금을 납부한 이웃들만 살폈고, 대금을 납부하지 않은 또 다른 이웃의 땅으로 불이 번지자 그 땅이 불타는 것도 지켜만 보았다.

119-20쪽
주 의원들조차 대중과의 만남에서 공격적으로 호전적인 본보기를 보일 땐 위와 같은 사례에 대한 분별 있는 해결책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켄터키주 하원의원 토머스 매시Thomas Massie의 [가족과 함께 M60 기관총, AR-15 반자동 소총 등을 휴대한 사진을 실은] 크리스마스카드, 로런 보버트Lauren Boebert 하워의원의 2021년 연하장 등은 좋은 예다. 보버트 의원의 연하장에는 8세에서 15세까지 네 아들이 각각 자신의 거대한 돌격용 소총을 들고 환화게 웃는모습이 담겼다.

180쪽
최근 한 사건에서 네브래스카주 경찰은 어머니와 10대 딸 사이의 페이스북 대화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딸이 우편으로 주문한 낙태약을 복용한 뒤 22주에 유산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의료 면허 없는 낙태 시행”, 20주가 넘은 태아에 대한 낙태 시도혐의로 어머니를 기소했다. 성인으로 기소된 열일곱 살 딸은 시신을 잘못 취급하고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284쪽
버스 기사는 그날 밤 대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든 방향으로, 또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통탄스러운 디아스포라같았다고, 어디로 보내졌는지 아직도 알 수 없는 이들도 있다고했다. 그녀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막 숨을 거둔, 아직 씻기지도 못한 신생아를 안고 버스에 타려는 여성을 태울 수 있게 해달라고 주방위군 병사와 실랑이를 벌였을 때였다. 그 병사는 아이의 시신을 계속 생물학적 위험물이라 부르며, 여인이 아기를 버리지않는 한, 말 그대로 아기의 시신을 내다 버리지 않는 한 버스에 태울 수 없다고 끝까지 거부했다. 버스 기사는 여인이 아이의 시신을 비닐 쓰레기봉투로 싸서 버스 아래 짐칸에 실을 수 있도록 병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288쪽
갑자기 그 여인은 의례처럼 반복하던 그 끔찍한 이야기를 멈추더니 예기치 않게 이야기의 방향을 틀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이듯 말했다. “지진 전날 밤,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의 장례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예배 도중에 그 아이가 관 속에서 일어나 ‘너무 더워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교회를 세 바퀴 돌고는 밤 속으로 사라졌어요.”

 

저자 소개

  • 저자 : 퍼트리샤 J. 윌리엄스

법과 사회의 관계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법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퍼트리샤 윌리엄스는 미국 법학계에서 독보적이고 독특한 위상을 지닌 학자다. 그녀는 1970년대 로베르토 웅거를 위시한 남성 법학자들이 세운, 법은 중립적 규범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라고 주장하는 비판법학의 토대에서 성장하면서도 거기서 간과된 인종, 젠더 문제를 중심 의제로 끌어내 비판적 인종 이론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법전 속 추상적인 언어와 형식적 논리 대신, 미국 사회에서 흑인은 물건을 구매하는 중산층 고객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는 현실에서 베네통 매장에서 출입을 거부당한 경험 같은 개인적 이야기를 논문과 저서에 비중 있게 다루며 기존 법학 서술 방식에도 도전했다.
윌리엄스는 주류 비판법학자들이 권리를 환상이라고 공격할 때, 흑인처럼 온전한 권리를 가져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권리가 사물의 지위에서 인간의 지위로 옮겨가는 승차권이 된다고 역설했다. 단순히 법을 해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수자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확장하는 실천적 무기로 삼은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차별이 인종(흑인)이나 젠더(여성)라는 개별적 요소들의 단순 합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 얽혀 판이한 유형의 억압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적 담론에 교차성과 위치성 개념을 적극 끌어들였다.

컬럼비아 법학대학원의 제임스 L. 도어 명예교수이자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법학 및 인문학 석좌교수다. 『더 네이션』에 오랫동안 ‘미친 법학 교수의 일기’란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다. 윈덤 캠벨상 수상자이자 맥아더 펠로이며, 주요 저서로는 『인종과 권리의 연금술』The Alchemy of Race and Rights, 『오픈 하우스』Open House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박광호
대학에서 정치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반지성주의 시대』,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 『노동계급은 없다』,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 『섹스 앤 더 처치』 등이 있다.

목차

1 분리 2 절단 3 론 레인저 4 예방 5 유토피아
6 착하게 7 소거 8 삭제 과정 9 뿌리 10 대리전
11 개 같은 몸뚱이 12 빼앗긴 사람들 13 날것과 반쯤 익은 것
14 영혼들을 모으다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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