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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모피를 입은 비너스 을유세계문학전집 146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저 | 김재혁 역 | 을유문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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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475875 / 248쪽 / 415g /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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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성에 대한 강박을 예술로 승화시킨
독일 사실주의 문학의 정수

“사랑을 탈성애화하는 동시에 인류 역사 전체를 성애화하는 특별한 방식”
질 들뢰즈

인간의 욕망과 권력 역학을 대담하게 탐구한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문제작 『모피를 입은 비너스』가 출간되었다. 187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당대의 금기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소재로 문학사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으며, 작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마조히즘’이라는 용어가 정신의학 어휘로 편입될 만큼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 제국의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인간 심리의 복잡한 층위와 사회적 권력 구조를 탐구하는 철학적 깊이를 지닌 문학적 성취다.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부터 질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의 이론적 논의를 촉발한 이 작품을 통해 욕망과 복종,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만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근대 성심리학의 출발점이 된 문학적 사건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정신의학과 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독특한 작품이다. 젊은 귀족 제베린은 우연히 만난 과부 반다에게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고백한다. 그는 모피를 두른 여신 같은 여인의 노예가 되어 채찍질당하고 굴욕당하기를 갈망한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반다는 점차 지배자의 역할에 빠져들고, 두 사람은 주인과 노예라는 관계를 명문화한 계약서까지 작성한다. 이들은 이탈리아로 떠나 환상을 현실로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며 역할극은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달아간다.
자허마조흐의 작품은 1886년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이 『성의 병리학』에서 여러 사례의 성도착증을 정리하며 ‘마조히즘’이라는 용어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세기 중반 질 들뢰즈는 『마조히즘』이라는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마조히즘이 사디즘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밝혔다. 들뢰즈는 마조히즘이 단순히 고통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계약과 규칙, 과정을 통해 고통을 통제하는 훨씬 미묘하고 복잡한 현상임을 논증했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채찍, 모피, 계약서 등의 상징들로 가득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은 궁극적으로 권력 관계의 전복과 재구성을 다루는 문학적 실험이다.
자허마조흐 자신의 삶 역시 작품 못지않게 극적이었다. 소설 속 반다는 작가의 연인이었던 파니 폰 피스토르를 모델로 한 인물이며, 자허마조흐는 실제로 작품 속 제베린처럼 그녀와 주종 관계를 명문화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에 그의 아내가 된 반다 폰 자허마조흐는 1907년 남편 사후 회고록을 출간해 그들의 기이한 결혼 생활을 폭로했다. 이처럼 작품과 현실이 뒤엉킨 자허마조흐의 삶은 문학과 인생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권력과 욕망에 대한 철학적 성찰

『모피를 입은 비너스』의 진정한 가치는 남녀 간 권력 역학에 대한 예리한 통찰에 있다. 소설은 꿈의 틀 구조로 시작되는데, 화자가 모피를 두른 비너스 여신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비너스 조각상에 대한 숭배는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모티프로, 남성이 여성의 신성한 아름다움 앞에서 스스로를 복속시키는 이교적 숭배 행위를 상징한다.
제베린의 욕망은 단순한 성적 일탈이 아니라 당대 사회 구조에 대한 도전으로 읽을 수 있다. 자허마조흐는 남성 특권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려는 혁명적 시도를 감행했다. 19세기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절대적 지배와 남성의 완전한 복종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전복적이었다. 흥미롭게도 반다 역시 제베린의 환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변화한다. 처음에는 제베린의 욕망에 당혹스러워하던 반다는 점차 지배자의 역할이 주는 쾌감에 눈을 뜨게 된다.
작품은 남녀 권력 역학뿐 아니라 마조히즘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반다는 19세기의 급속한 산업화가 성적 도착을 낳았을 수 있다고 추측하며, 마조히즘을 이교적 자연 상태로의 회귀 욕구로 해석한다. 이는 근대 문명이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왜곡한다는 낭만주의적 비판과 맞닿아 있다. 작품은 괴테, 슈토름, 호프만의 전통을 잇는 독일 노벨레의 정교한 액자 구조를 따르면서, 충격적인 내용을 고전적 형식 안에 담아냄으로써 당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 소개

  • 저자 :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1836년 오스트리아 제국의 먼 변방,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렘베르크(리비프)에서 경찰국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라츠대학교에서 법학, 역사, 수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고, 역사학 교수 자격 논문에 통과한 뒤 렘베르크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했다. 이후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작가 생활에 전념하면서 주로 갈리시아 지방을 무대로 하여 역사적 테마를 다루는 작품들을 썼다. 민속적 소재를 다루는 소설들은 이국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작품들로 평가받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허마조흐는 하나의 틀을 가지고 사랑, 재산, 국가, 전쟁, 죽음을 테마로 하여 여섯 권의 책을 쓰기로 하고, 거기에 ‘카인의 유산’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이 연작 중 첫 작품이 바로 ‘사랑’을 테마로 한 『모피를 입은 비너스』(1870)이다. 이 작품은 자허마조흐의 극단적인 감각주의를 그려 낸 일종의 자전적 소설로, 그의 삶과 문학 전반을 지배한 피학적인 성적 취향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이 작품으로 인해 그는 도덕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고, 경제난에 시달리며 사회적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1886년 프랑스에서는 훈장을 받고 『르 피가로』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기도 했다.
1891년 독일 헤센 지방에 칩거하기 시작해 1895년 린트하임 성에서 세상을 떠났다. 위고, 졸라, 입센 등의 대문호들이 경의를 표했을 정도로 19세기 독일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환상과 서스펜스의 면에서는 독일 낭만주의의 면모를 드러낸다. 대표작으로 『갈리시엔 이야기』, 『가짜 모피』, 『4세기 간의 사랑 이야기』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재혁
고려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쾰른대학교에서 수학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릴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튀빙겐 대학 방문 교수를 역임했다. 1994년 『현대시』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내 사는 아름다운 동굴에 달이 진다』, 『아버지의 도장』(세종도서 우수 교양 도서), 『딴생각』이 있다. 저서로 『릴케와 한국의 시인들』(세종도서 우수 학술 도서), 『릴케의 시적 방랑과 유럽 여행』(세종도서 우수 교양 도서), 『서정시의 미학』이 있고 『노래의 책』(대산문화재단 번역 지원), 『푸른 꽃』, 『넙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두이노의 비가』, Gedankenspiele(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지원) 외 다수의 번역서가 있다. 서정시학상을 수상했다. 고려대학교 독문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명예 교수로 재직하며 핵심 교양 ‘한국 시 속에 살아 있는 독일 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국제릴케학회 정회원이다.

목차

모피를 입은 비너스
부록 자허마조흐의 두 개의 계약서

주
해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 세계로의 안내
판본 소개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연보
역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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