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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3093948 / 134쪽 / 174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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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상상인 시선 [63]
반디앤루니스 리뷰
이광소의 시집 『빙하역에서』는 시대와 인간에 대한 해부이며, 동시에 자신을 지우려는 혹은 다시 쓰려는 언어적 실천이다. 이 시편들에서 시인은 세속적 삶에 대한 피로,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아에 대한 거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순수’라는 신화적 공간으로의 회귀를 지향한다. ‘얼굴’이라는 반복되는 이미지는 이 모든 시적 궤도의 핵심에 있으며, 이는 곧 사회적 상징으로서의 ‘자기’를 버리고자 하는 존재론적 결단에 대한 은유이다.
시집의 여러 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얼굴’은 정체성과 관계의 고리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그 무게와 타인의 시선, 사회적 재단의 도구이기도 하다. 「얼굴을 지운다」에서 시인은 “돼지 입에다 지폐를 물리는 자들”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지우고자 한다. ‘모가지’만 소비되는 세계에서 ‘몸통’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되려는 몸부림, 그 결기는 탈사회적 선언에 가깝다. 이러한 얼굴의 해체는 「얼굴 없는 춤」에서도 이어진다. 하회탈춤의 탈은 계급과 억압, 위선을 풍자하는 도구이며, 동시에 ‘진실’에 가까이 가기 위한 위장이다.
시인은 이 탈의 무표정한 웃음 너머에서, ‘자기’란 이름의 사회적 덧칠을 의심하고, 그 해체의 필요를 역설한다. 여기서 얼굴은 정체성의 표지가 아니라 사회에 의해 강요된 ‘가면’이며, 이것의 ‘지움’이야말로 자유를 향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된다.
1부 생애 내내 출렁이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바이퍼피쉬처럼/ 봄의 알리바이/ 타란텔라 춤/ 버스킹busking/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얼굴을 지운다/ 빙하역에서/ 누가 훔쳐 갔을까/ 만리포 해수욕장/ 문어文魚에서 후설을 학습한다/ 술래놀이/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 나는 모른다 녹빛 외투 여자를
2부 태초부터 불던 바람이 온몸을 감고
담석증/ 바오바브나무 뿌리가 왜 공중으로 치솟았을까/ 바위꽃 증상/ 모래알에서 읽는 자전自傳
사무실/ 노루궁뎅이버섯/ 미완성교향곡/ 목련꽃이 필 무렵/ 궤도가 다른 행성들
바람이 부는 날엔 드라이브를 한다/ 해변의 얼굴/ 몽블랑으로 향하다/사이렌이 울리지 않은 도시
3부 바람이 부는데 어디로인가 흰 새들이 날아가네
엄마의 성막/ 폭설의 한때/ 온난화 현상/ 얼굴 없는 춤/ 돌을 깨는 아이/
엄마는 블랙홀/ 보이는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에스컬레이터/ 하늘에 눈알들만 초롱초롱 빛납니다/ 엄마의 분만대/
순장의 역사/ 하마터면 와인을 쏟을 뻔했네/ 빙하의 뿌리를 찾아서
4부 감각과 의식 사이에 묘지가 있을지라도
돌은 돌의 방식대로 호수는 호수의 방식대로/ 노마드 2/ 얼굴은 눈처럼 녹아서/ 오후 3시 30분/
불꽃 축제/ 짝꿍, 영철이가 죽었다/ 소 위장으로 들어간 날/ 책상이라는 객체론/
묘지에 움막을 치고/ 꽃의 설법/ 변신 이후/ 비가悲歌/ 해체론
해설 _ 반복되는 현재와의 결별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