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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41602574 / 372쪽 / 589g /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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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뜨거운 선과 악의 추격전
정의와 질서가 붕괴된 시대를 가르는 음울한 총성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원작 소설
서부의 셰익스피어, 코맥 매카시의 대표작
국경 3부작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의 장편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코언 형제가 제작해 개봉 당시 이미 획기적인 팬덤을 형성했으며 어느덧 고전의 반열에 오른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꼭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아이코닉한 단발머리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앤턴 시거’가 상점 주인 앞에서 그의 목숨을 두고 동전 던지기를 하는 장면은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토미 리 존스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한 이 영화는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4관왕, 골든글로브 2관왕에 오르며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운명의 잔혹함, 도덕적 정의의 붕괴와 노화의 무력감이라는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넘치는 속도감과 절제된 문장으로 정교하게 구현한 매카시의 대표작이다. “괴물 같은 책” “매카시의 모든 작품 중 오락적 재미로는 단연 최고”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문인 ‘No Country for Old Men’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 항행Sailing to Byzantium」의 첫 연에서 따온 것이다. 시의 맥락 속에서 이 문장은 정확히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라는 의미라기보다, 지금의 이 타락한 세상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에 가깝다. 시에서 노인의 이미지는 결코 부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며, 어딘가 도달해야 할 곳(어쩌면 죽음, 혹은 예술의 이상향)에 그저 한발 앞서가고 있는 존재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미지는 작품의 에필로그 격인 13장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여기서 작중 화자인 늙은 보안관 벨은 죽은 아버지가 등불을 들고 자신의 앞을 묵묵히 지나가며 길을 안내해주는 듯한 꿈을 꾼다. 대표작 『로드』에서 가장 끔찍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통해 삶과 사랑을 역설한 매카시는 어쩌면 끝없는 사막의 풍경 속에 보이지 않는 길로 우리를 이끄는 작은 등불을 숨겨둔 것은 아닐까? 이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속도감 있게 일직선으로 달리는 이야기 속에 무궁무진한 해석의 가능성을 품은 작품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때로는 기대를 배반하는 장르의 상쾌한 변주가 모두 담긴 매카시의 이 서부 누아르는 영화와는 또다른 즐거움의 세계를 활짝 열어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백 달러짜리 지폐가 고르게 가득 담겨 있었다. 각각 액면가 만 달러를 표시하는 도장이 찍힌 은행용 띠지로 고정된 돈다발이었다. 정확히 얼마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액수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거기 앉아서 그것을 쳐다보다가 덮개를 닫고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그의 삶 전체가 지금 바로 눈앞에 놓여 있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죽을 때까지 이어질 삶이. 그 모든 게 작은 가방 안에 사십 파운드짜리 종이로 압축된 채 들어 있었다. 24쪽
요점은 누군가의 차를 세울 때 그 안에 타고 있는 게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속도로로 나간다. 우리가 세운 차로 걸어가지만 거기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는 알지 못한다. 44쪽
그는 거기 선 채로 사막을 내다보았다. 아주 고요했다. 바람에 전깃줄이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 도로를 따라 높이 자라난 단풍잎돼지풀. 왕바랭이와 사커위스타. 그 너머 돌투성이 소협곡에 새겨진 용의 발자국. 거친 바위산들이 석양 아래 그림자를 드리웠고, 동쪽으로는 그을음처럼 어두운 비의 장막이 사분면 전체에 드리워진 하늘 아래, 가로좌표처럼 뻗은 사막 평원이 어른어른 일렁였다. 소금과 재로 이 땅을 만들어낸 그 신은 침묵 속에 거하고 있었다. 그는 순찰차로 되돌아가 차에 올라타고 출발했다. 51쪽~52쪽
무엇이든 수단이 될 수 있소, 시거가 말했다. 작은 것들도. 심지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한 것들도. 그것들은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지. 사람들은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소. 그러다 어느 날 결산이 이루어지지. 그러고 나면 모든 게 달라지는 거요. 뭐, 당신은 말하겠지. 그건 그저 동전일 뿐이라고.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그건 전혀 특별할 게 없잖아. 그게 과연 무엇의 수단이 될 수 있겠어? 바로 그게 문제요. 행위를 사물로부터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마치 역사 속 어떤 순간의 일부를 다른 어떤 순간의 일부와 맞바꿀 수 있다는 듯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소? 뭐, 그건 그저 동전일 뿐이오. 맞소. 그건 사실이지. 그런데 과연 그럴까? 65쪽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권력을 남용할 기회가 거의 모든 경우에 존재한다. 텍사스주 헌법은 보안관의 자격 요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단 하나도 말이다. 카운티 법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의 신과 같은 권한을 부여받는 직업이 있는데 아무 자격 요건이 없고 게다가 존재하지 않는 법을 수호하는 책임까지 맡게 된다니 참으로 기이하지 않은가.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그래서 잘 돌아가냐고? 그렇다. 열에 아홉은. 선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데는 힘이 거의 들지 않는다. 정말로 거의. 그리고 나쁜 사람들은 다스리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혹여 가능하다고 해도 그랬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73쪽
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때로는 운이 좋으면 원하는 걸 거저 얻기도 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늘 운이 좋았다. 내 인생 전체가.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 있지 못했을 것이다. 궁지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커 머컨타일에서 나와 길을 건너며 내 앞을 지나가는 그녀를 보고 내가 모자를 기울여 인사하자 그녀가 미소에 가까운 얼굴로 화답한 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운좋은 날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나쁜 일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불평하지만 좋은 일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떼는 법이 없다. 자신이 그런 좋은 일을 겪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하느님이 내게 미소를 지어주실 만한 일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렇게 해주셨다. 102~103쪽
이야기는 전해지고 진실은 무시된다. 속담에도 이르듯이. 누군가는 이 말을 진실이 무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나는 거짓말이 모두 말해지고 잊힌 후에도 진실은 그 자리에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실은 이리저리 장소를 옮기지도 않고 때에 따라 변하지도 않는다. 소금에 소금을 칠 수 없듯이 진실을 더럽힐 수는 없다. 진실을 더럽힐 수 없는 것은 진실이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136쪽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좀더 희망찬 날에는 내가 잘 모르거나 빼먹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때는 드물다. 가끔 한밤중에 깨어날 때면 예수의 재림이 아니고는 이 폭주 기관차의 속도를 늦출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눈을 뜨고 누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그러곤 한다. 178쪽
그가 시거를 쳐다보았다. 나는 자네 의견 따위에는 관심 없어, 그가 말했다. 어서 죽여. 이 빌어먹을 사이코야. 어서 죽이고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며 한 손을 들어 막을 수 없는 것을 막으려 했다. 시거가 그의 얼굴을 쏘았다. 웰스가 알았거나 생각했거나 사랑했던 모든 것이 등뒤의 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어머니의 얼굴, 첫영성체, 알았던 여자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죽은 남자들의 얼굴. 다른 나라의 도로변 협곡에 죽어 있던 아이의 시체. 웰스는 머리가 반쯤 날아간 채 침대에 누워 양팔을 활짝 펼치고 있었는데, 오른손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없었다. 시거는 일어나서 깔개에 떨어진 탄피를 집어들어 후 불고 주머니에 넣은 다음 시계를 쳐다봤다. 새날까지는 아직 일 분이 더 남아 있었다.
197~198쪽
저는 그렇게 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마음 한구석에는 끊임없이 그날로 돌아가고픈 소망이 들끓어요. 하지만 그럴 수가 없죠. 저는 우리가 자기 삶을 훔칠 수도 있다는 걸 몰랐어요. 그리고 훔친 삶은 우리가 훔칠 수 있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몰랐죠. 저는 훔친 삶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제 삶이 아니었어요.
306쪽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7
해설 | 어둡고 추운 세상에 피워낸 불꽃 한 점 345
코맥 매카시 연보 3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