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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의 맛 두 딸을 키우며 생각한 것들

임지영 저 | 후마니타스 | 202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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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374726 / 352쪽 / 458g /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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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임지영 기자는 누굴 만나든 인터뷰 말미에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가능성을 구하는, 자기만의 의식이다. 16년째 <시사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그중 11년간 써온 일기를 기반으로 한 첫 에세이집.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암환자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로서 이 사회에서 부딪히며 경험해 온 것들을 솔직하고 담담한 문체 속에 담아냈다.

언뜻 보면 육아일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한국사회의 지난 10년을 평범한 워킹맘이 어떻게 통과해 왔는지에 대한 촘촘한 자전적 기록에 다름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아동학대 사건, 최근의 탄핵 집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들을 취재하며 엄마로서 갖게 되는 복잡한 심경과 내밀한 감정들을 솔직히 고백하는 한편, 오늘날 ‘일하는 여자’가 넘어야 할 갖가지 장애물들을 특유의 낙천적 시선으로 위트 있게 그려낸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을 두 아이와 함께 마주하며 때론 설명에 실패하고, 때론 아이를 통해 깨우치는 과정은 우리가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 어떤 동료 시민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무엇보다 1980년대생 ‘지영’과 2010년대생 두 아이의 10년에 걸친 성장사가 지독히 사랑스럽고 경이롭다.

 

 

출판사 리뷰

* 직장과 가정 사이를 총총거리며 11년간 써내려간 기자의 일기 속에 담긴
‘1980년대생’ 지영과 ‘2010년대생’ 두 아이의 사랑스러운 성장사
* 서로 다른 우리는 어떻게 가족이 되어 가는가
* 보통의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 내는 삶의 특별함에 대하여
* 지난 10년 한국 사회에서 여성과 아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 왔을까
*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해 가는 어떤 어른의 일기

“이 책은 육아일기이기 이전에 함께 사는 사람들이 사람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다. 가까운 사람을 잃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또 새로운 사람을 탄생시키고, 사람으로서 세상을 보며 사람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 그 담담함이 무척 매력적이다.” 정보라(『저주토끼』)

“딸, 여성, 부모,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저자가 느낀 모든 번민들에 수없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엄지혜(『태도의 말들』)

임지영 기자는 누굴 만나든 인터뷰 말미에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가능성을 구하는, 자기만의 의식이다. 16년째 <시사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그중 11년간 써온 일기를 기반으로 한 첫 에세이집.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암환자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로서 이 사회에서 부딪히며 경험해 온 것들을 솔직하고 담담한 문체 속에 담아냈다.
언뜻 보면 육아일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한국사회의 지난 10년을 평범한 워킹맘이 어떻게 통과해 왔는지에 대한 촘촘한 자전적 기록에 다름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아동학대 사건, 최근의 탄핵 집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들을 취재하며 엄마로서 갖게 되는 복잡한 심경과 내밀한 감정들을 솔직히 고백하는 한편, 오늘날 ‘일하는 여자’가 넘어야 할 갖가지 장애물들을 특유의 낙천적 시선으로 위트 있게 그려낸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을 두 아이와 함께 마주하며 때론 설명에 실패하고, 때론 아이를 통해 깨우치는 과정은 우리가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 어떤 동료 시민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무엇보다 1980년대생 ‘지영’과 2010년대생 두 아이의 10년에 걸친 성장사가 지독히 사랑스럽고 경이롭다.

* 여전히, 여자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살고 있는가
앵그리 워킹맘의 11년 육아일기가 보여주는 우리 사회 여성의 자리

“아들 낳는 법.” 딸을 낳은 지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시아버지는 이런 문건(?)을 건넨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결혼을 후회한다. 아이의 하원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자 ‘칼치기 환승’을 이어가며 퇴근하던 어느 날엔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가 말한다. “그러게 다른 엄마들이랑 좀 친해 놓지 그랬어.” 그 선배에겐 다른 엄마들과 ‘친해 놓는 일’을 해준 부인이 있었다. “그 기자 애 낳고 오더니 펜 끝이 무뎌졌어” 하는 수군거림이 전해지던 어느 날은 ‘나도 민폐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상념에 빠져 잔뜩 위축된 하루를 보낸다.
이는 모두 2010년대 저자가 평범한 직장 여성으로서 겪은 일들이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옷을 빼앗긴 선녀”처럼 “하늘로 훨훨 올라가는” 직장 동료들을 지켜보며 “의성어와 의태어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복귀 후에는 육아를 병행하며 “어쨌거나 일인분의 몫을 해내”기 위해 허덕이는 직장 여성의 삶은 이 시대에도 변함이 없다. 아이에게 ‘부족한 엄마’로서 느껴야 하는 죄책감도 여전하다. 생후 7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첫애는 하원 시간이 제일 늦는 탓에 몇 시간은 늘 혼자 노는 아이가 되어 안쓰럽고 미안하다. 아침마다 등원과 출근 사이 아이와 벌이는 실랑이 속에서 저자는 자주 생각한다. ‘집과 회사, 양쪽 모두에서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가.’
아이가 있거나 없거나 사회가 여성에게 바라는 생애 과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직장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기 시작한 선배는 이렇게 말한다. “난 애를 안 낳았잖아. 이거라도 해야지.” ‘저성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을 앞에 두고 또 다른 선배는 위로랍시고 이렇게 말한다. “넌 대신 애를 키우잖아.” 저자는 또 상념에 빠져든다. ‘난 역시 애를 낳은 것밖에 한 게 없는 건가?’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후배 앞에서 저자는 중얼거린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고...” 결혼 전 낙태가 불법이던 시절, 낙태가 가능한 병원들을 취재하며 가임기 여성들의 절박함에 공감했던 저자는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러 낙태죄 위헌 판결의 날, 이제는 후퇴 불가능한 육아라는 현실의 잔인함을 헤아리며 그 절박함을 이해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돼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저자는 자신과 다른 삶을 선택한 동료 여성들에게로 시선을 확장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고한 성차별과 편견들 속에서, 과연 나는 왜 아이를 낳기로 했는가 고민한다.

(106) 무채색 일상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뻘겋고 샛노란 비비드 컬러가 내 하루하루를 물들이고 있다. 평소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의 세계로 나를 몰아넣는 저 작은 것. 세상 끝까지 화가 치밀다가도 끝내 다정한 화해로 마무리하는 일을 기꺼이 반복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234) 나는 왜 아이를 가졌을까? … 어쩌면 살아 볼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제의 확신이 오늘은 명백하게 깨지고, 당장 죽을 것 같다가도 금세 살 만해지고, 며칠 새 달라진 나뭇잎의 색깔로 세월의 흐름을 감각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알을 삼키는 동안 틈틈이 스미는 고달픔을 수용하는 하루, 그걸 겪게 하는 게 미안한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 나는 세상을 비관하는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분열하며 나 자신을 붙들고자 했던 여성이 “수시로 선을 넘는 생명체와 지지고 볶으며” ‘타인의 악의 없는 침범’에 너그러워지고 엄마의 자리의 나를 긍정하게 되기까지의 촘촘한 고민과 사유가 눈물겹다. 이 책의 기반이 된 일기의 최초 의도는 아이들의 빛나는 순간들을 기록해 두려는 것이었으나, 어느덧 육퇴 후 “화를 삭이기 위해” 쓰는 고발장이자 치부책이 되었고,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11년이라는 세월을 담게 된 지금, 한 여자가 이 험난한 반여성적 사회를 헤쳐 나가며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회고록이 됐다. 저자는 “자격 미달” 엄마의 이 일기가 “어느 한 시절이 영원할 것 같아 허둥거리는 부모들에게”, “해질녘 아이를 옆에 두고 안도와 쓸쓸함을 동시에 느낄 한 여성”에게, 또 “다양한 형태의 가족 안팎에서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누군가의 아이였던 어른들”에게 가닿기를 상상한다.

* 기자의 11년 노동일지 속에 담긴 우리 사회 아이들의 자리

16년차 기자의 일기는 세월호에서부터 최근의 탄핵집회까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어온 한 여성의 노동일지이기도 하다. 현장 검증에서 “내 안에 괴물이 있다”고 중얼거리던 아동 성폭행범 김수철의 말을 떠올리며, 화재로 삼남매가 죽고 엄마만 살아남은 현장에서 까만 재를 뒤집어쓴 색색의 작은 신발들을 바라보며, 팽목항 귀퉁이에서 기사를 송고하며, 세월호 집회에서 마지막 승선의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 비쳤을 천진한 웃음을 생각하며, 그리고 부모가 아이를 학대해 죽인 사건들을 취재하며,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과 이 사회에서 아이들의 위치에 대해 생각한다. 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또 약자에게 한없이 가혹한 세상에서, 수많은 위험이 어디나 존재하는 세상에서 아이를 어엿한 성인으로 키워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기적’이다.

(199) 공포에 지지 말라고 해도 공포를 느끼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아이들이 태어나며 상실과 훼손의 가능성도 함께 오기 때문이다. 문밖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는 아주 짧은 시간, 나는 종종 두려움에 압도당한다.

‘노키즈존’과 ‘맘충’은 있어도 ‘파파충’이란 말은 없는 사회. 여자 화장실에만 기저귀 교환대를 갖춰 둔 공공장소들. 아이가 커갈수록 ‘엄마 커뮤니티’는 있어도 ‘아빠 커뮤니티’는 찾아볼 수 없는 동네. 학대나 범죄, 사회적 재난으로 죽어간 아이들의 목숨을 밑거름으로 각종 법안들이 생겨나고, 출산율을 높이고 엄마와 아이를 위하는 정책들이 마련되는 듯해도 이들의 자리는 여전히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 아이가 던지는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며 그려낸 사색의 경로

“엄마, 그럼 이거 배달해 준 사람은 죽은 거야?”
아침에 등교하다 현관의 배송박스를 본 아이가 물었다. 언젠가 배달 노동자의 현실을 설명해 준 적이 있는데 아이에겐 그다지 친절한 설명이 아니었던 것.
“너 공주가 배 나온 거 봤어?”
반에서 몸무게 1등을 찍은 일곱 살 아이에게 식탐을 자제시키며 할머니가 말했다. 저자는 다른 ‘구실’을 찾다가 실은 “자신의 몸을 긍정”해야 한다던 평소 자신의 신조조차 말뿐이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치마를 완강히 거부하던 둘째가 어느 날 갑자기 치마를 입겠다고 하자 안심하는 스스로의 모습에서도 모순 덩어리의 나를 만난다.
아이들은 “세 마디만 넘어가도 집중력을 잃고” 복잡한 사안들도 곧잘 선과 악으로 나눠 이해해 버리기 때문에 늘 애를 먹는다. 아이들의 천진함이 자아내는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 사이로 차별과 혐오, 폭력과 자본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또 다른 질문들이 펼쳐지며 엄마는 난관에 봉착한다. 어느 날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는 할머니들에게 꼬북칩을 덥썩 받아버린 아이에게 ‘동성애 혐오’를 설명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이후 공교육 멈춤의 날이 공지된 날엔,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사실에 그저 기뻐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난감하다. 장애를 가진 친구를 보고 “쟤는 공부 안 해도 되니” 부럽다고 말하는 아이 앞에서, 장애인과 함께 놀이터를 이용한다면 어떨까 라는 설문에 ‘이상하다’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아이 앞에서, 기초생활수급에 대해 설명해 줬는데 “그러니 돈이 없으면 피곤하다”는 명제를 들이대는 아이 앞에서, 엄마는 반성하고 깨우친다. 그리고 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어른들조차 믿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마주하며 ‘개엄’을 검색하는 아이 앞에서 저자는 또 다른 챌린지의 시작을 예감한다.
안기조차 두려울 만큼 작았던 생명체가 어른들의 말문을 막고 때론 과오를 깨우치게 하는 어엿한 한 ‘사람’으로 커가는 성장의 경이로움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어른, 어떤 동료 시민이 되어야 하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 질병도 일상이라는 깨달음에서 건져올린 생의 특별함

이대로 이어질 것만 같던 평범한 삶에도 불행은 닥쳐온다. 2023년 겨울, 저자는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두 종합병원의 진단과 처방이 모두 엇갈리며 불안과 혼돈의 하루하루를 통과하는 속에서도 아이들의 일상을 챙겨야 하는 나날들은 계속된다. 가슴의 절제 방식을 놓고 유방외과 의사와 성형외과 의사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갑자기 주어진 선택권(?)이라니. 하지만 저자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마침내 해답을 찾는다.
그 속에서도 저자는 유머와 긍정적 시선을 잃지 않는다. 딸의 암 판정 소식을 듣고 “레이저로 수술하면 안 되냐” 묻다가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 나타난 친정엄마, 엄마 가슴이 짝짝이가 되면 같이 목욕탕에 가겠느냐고 물으니 천진하게 깔깔거리던 아이들 덕분만은 아니다. 환자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의사들끼리는 나누는 일상적 대화 속에서, 백팩을 메고 퇴근하는 의사의 일상복 차림에서, 요양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매 시각 아이를 챙기는 또 다른 엄마의 통화에서, 저자는 타인의 일상을 느끼고 그 일상성에 대한 신뢰 속에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용기를 얻는다.

(319) 이동식 침대에서 수술대로 옮겨지는 동안 의료진끼리 주고받는 사담이 들려왔다.
“나 패드가 필요한데 사물함을 아무리 뒤져도 없더라고요.”
“그거 다른 방에서 본 것 같은데. 저쪽 방 캐비닛에서.”
“내가 헷갈렸나? 어느 방인데요?”
일상적인 대화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나에겐 생이 걸렸지만 이들에게는 흔한 일상이다. 오늘 아침 해낸 양치질처럼 익숙하게 마쳐 주겠지 하는 생각에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나에게는 생이 걸린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수술도 일상의 일부분일 뿐이니 잘 끝날 것이라고, 또 남들도 이 같은 불행과 고통을 잘 견뎌내고 있으니 나 역시 그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같은 저자의 시선은 삶이 어떤 거창한 과업이라기보다는 나와 타인의 매일매일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지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 너무나 다른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곁’이 되는가

(211) 나는 어떤 부모일까. 결핍 없는 내면을 선물해 줄 자신은 없지만 언제든 돌아올 구석이 있다는 믿음은 주고 싶다. 멀리 떠났다가도 언제고 돌아왔을 때 곁이 되어 주고 싶다.
(97)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존재와 함께 사는 이 경험에 대해 생각한다. 때때로 속박처럼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실이 아이와 나를 강력한 힘으로 묶어 둔 것 같다. 가끔씩 심술부리는 아이처럼 날 부르는 아이의 말을 못 들은 척하기도 한다. 그러다 또 어느 날은 나를 찾아 허공을 더듬는 아이를 품에 안고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안정감이다. 적어도 이 아이에게 나는 쓸모가 있다. 그렇게 아이가 나를 구원해 주는 것 같다. 품에 안긴 아이가 실은 나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181) 며칠 전 재연이가 이연이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며 말했다. “이제 이사 가면 우리 둘이 자야 되니까 언니가 재워 줄게.” 정말 잠이 들었다. … 재연이와 이연이가 손을 잡고 앞서가거나 나란히 서서 뭔가 하는 뒷모습을 지켜보다 울컥할 때가 있다. 내 손을 떠난 아이들을 두 눈에 담지 못할 때가 오겠지. 그 당연한 사실이 쓸쓸하면서도 감격스럽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두 아이는 밥과 빵, 공룡과 키티, 꿀떡과 술떡 등 정반대 취향을 가진 자매다. 사회가 구획해 놓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전형을 각기 따르고 있는 두 아이. 엄마가 30대를 통과해 40대의 문턱에 들어선 사이 아이들도 성장한다. 핑크만 밝히던 아이는 블랙 앤 화이트만 고집하는 사춘기 소녀가 되고, 동생을 질투하며 발길질도 서슴지 않던 “떼쟁이”는 자장가를 불러 주며 동생을 재우는 언니의 면모를 보여 주기도 한다. 둘째는 어느 날은 산타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풋살장을 누비는 발 빠른 소녀로 활약하며, 봉고차에서 고백을 받아 언니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기도 한다. 오류투성이의 맞춤법 속에서도 전해지는 진심 가득한 아이들의 일기와 편지들, 또 자신의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아이의 전면적인 태도 같은 것들에서 우리는 아이였던 나, 혹은 내가 숨기고 있던 그 무엇, 혹은 내가 잃어버린 과거와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나와 닮기도 했지만 또 전혀 다르기도 한 타자로서의 아이, 하지만 절대적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 그것이 주는 속박과 굴레 속에서도 저자는 한편으로 ‘구원’을 느낀다. “적어도 이 아이에게 나는 쓸모가 있다.” 품에 안은 아이가 실은 나를 품고 있음을 깨닫는, 그 순간들이 있기에 그래도 살아간다.
아이와 단 둘이 집에서 맞이하는 해질 무렵의 그 쓸쓸한 공기 속에서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훌쩍 커버리겠지만 나는 끝내 사라져 버리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또 “아이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겠다”고 “무심한 엄마”를 자처하며 “나 자신”을 지키고자 했던 워킹맘은 어느새 “수시로 선을 넘는 생명체와 지지고 볶으며” 낯선 이의 악의 없는 침범에 너그러워진 자신을 발견하며 깨닫는다. 그것이 바로 달콤 씁쓸한 멍게와도 같은 인생의 맛이라는 걸.
매일의 상실과 새로운 만남, 기억과 망각, 실수와 용서, 갈등과 화해 같은 것들이 차곡차곡 켜켜이 쌓여 부모와 자식, 언니와 동생이 되어 간다. 그 세 여자의 11년 세월을 이 한 권에 오롯이 담았다. 숱한 매일들이 모여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또 다른 어른이 된다.

저자 소개

  • 저자 : 임지영

2009년 『시사IN』에 입사해 사회팀과 문화팀에서 일했다. 분야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글로 푸는 데 관심이 많다. 사람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하지만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얻는 편이다. 언뜻 무용해 보이는 일에 천착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몸이 자주 앞으로 기운다.

말과 행동이 느린 편이라 느긋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두 아이를 낳은 뒤 실은 성미가 급하고 조바심 많다는 걸 깨달았다. 국내외 아동 학대 사건과 제도를 살핀 기획기사로 제21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목차

1 가족을 잃고 가족을 얻다
장례식과 결혼식 / 인생의 다음장 / 뱃속의 하리보 / 복선 / 출산 면허 / 임신 중 ○○○ / 딸이라서 / 중력의 힘 / 꿀렁 / 적신호 / 배려받는 기분 / 비 오는 날 / 길목 / 기대보다 두려움 / 그런 날들 / 돈 돈 돈 / 벌초 / 응시 / 누가 봐도 임부 / 청바지와 스웨터 / 첫 만남 / 산후조리원이라는 신세계 / 아마도 마지막 극장 / 보호자는 처음이라

2 초보 육아 우행록
엄마의 몫 / 아들 낳는 법 / 가슴의 무게 / 구수한 결혼기념일 / 사진발 / 의성어로 채운 하루 / 따뜻한 말 한마디 / 일인분의 몫 / 재연이의 하루 / 이사 / 외계어 / 진도에서 / 너란 아이 / 엄마니까? / 아장아장…… 쿵쿵 / 둘째 생각 / 아이의 감각 / 세 살 고집

3 이 더하기 일 더하기…… 일
복뎅이 / 핑크 월드 / 태몽 / 다정함에는 체력이 필요해 / 나의 지배자 / 골목길 / 추모제 / 술집 나들이 / 셋째 엄마 / 만삭 / 롤러코스터 / 멍게의 맛 / 복뎅이를 만난 날 / 신생아실 너머 / 삼춘기 / 그러할 연 / 여름날

4 비전지적 엄마 시점
제주도 우리 집 / 성산일볼충에서 / 제주의 기억 / 색칠 공부 / 대기조 / 흔한자매의 시작 / 모기의 취향 / 모방의 모범 / 치마와 바지 사이 / 네 살의 능력 / 제사의 정석 / “우리 공주” / 먼 미래 / 광주 삼남매 / 첫 치과 / 자매의 사회생활 / 뒤끝 대마왕 / 닫힌 방문 안을 상상하며 / 편애 / 다짐 / 최고는 베트맘 / 아홉 살 엘런의 원피스 /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 천재는 필요 없어 / 기차 구경 / 9년 만의 메일 / 아이 없는 삶 / 보통의 하루 / 머릿니 박멸 작전 / 꿀떡술떡 / 점점이와 쭈쭈 / 인정 투쟁 / 갑갑한 여름 / 씨름왕 / 명절의 시작 / 아이의 자장가 / 우주만큼 손바닥만큼 / 철봉 휘돌기 / 지영이들

5 절대 내향인 가족
키친 드링커 / 바통 터치 / 코로나 세대 / 초품아 / 사교육과 공포 마케팅 / 무심한 엄마 / 돌봄교실 선생님 / 우리에겐 직진뿐 / 잠금해재 / 내향인 1호 / 공정이란 무엇인가 / 아홉 살 인생 / 구례 / 노키즈존 / 피아골의 가을 / 첫 핸드폰 / 복화술의 달인 / 상실의 시대 / 유령 가면과 천사의 날개 / 수면 독립 / 영어 공부 / 두 갈래 길 / 낙관도 비관도 아닌 / 칼치기 환승 / 우리 집 금쪽이 / 체육 소녀 이연 / 어떤 학부모 / 엄마는 오늘도 통화 중

6 찰떡엔 귀가 없는데
남편의 눈물 / 아이들의 학교생활 / 찰떡은 귀가 없는데 / 치과라는 난제 / 불평등한 어린 시절 / 가사 일의 슬픔과 기쁨 / 고백 / 51년생 김○○ / 55년생 오○○ / 육아의 기쁨과 슬픔 / 꼬북칩과 혐오 사이 / 재난과 아이들 / 민원인과 학부모 / 타이밍 / 엄마와 우산 / 부자 엄마 가난한 엄마 / 행복은 유난스럽게 / 재연이의 학교생활 / 두 아저씨 / 밥과 빵 / 아이의 취향 / 이상한 나라의 허이연 / 소용돌이의 시간 / 몸 튼튼 마음 튼튼 / 절제의 방식 / 유전의 확률 / 암 수술 / 요양병원 / 배달의 맛 / 얼음판의 두 자매 / 재연이의 첫 전시회 / 결혼기념일 선물 / 빌런이 나타났다

에필로그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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