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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5호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저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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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333843 / 292쪽 / 380g / 140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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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 15호(2024년 가을호)의 특집 주제는 ‘지방과 지역 사이’이다. 전국에 범람하는 ‘○리단길’과 출렁다리들, ‘노잼도시’로 대표되는 지역에 대한 각종 밈들과 그러한 타이틀이라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자체들, 전국 방방곡곡의 마을 만들기 사업과 로컬 브랜딩 사례들까지…… 이들이 남긴 유산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지방 소멸과 지역 양극화, 수도권 과밀이 긴박한 해결을 요하는 문제로 여겨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지역재생, 로컬 브랜딩, 마을 만들기, 메가시티와 압축도시까지 수많은 대안과 담론들이 논의·실행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불균형과 지역의 위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편, 오늘날 한국의 지역은 이주민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구와 자원은 도시로 보내고 각종 발전소, 산업 단지와 폐기물 등은 농촌이 떠안는 도시-농촌 간의 착취적 관계 역시 여전하다. 우리는 이처럼 첨예한 지역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대면하고, 응답할 것인가?

《서울리뷰오브북스》 15호는 이러한 질문을 붙들고 고민한 일곱 권의 책을 리뷰하며, 지역의 현실을 마주한다. 이를 위해 여러 지역에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일곱 명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지역의 목소리는 ‘북&메이커’와 ‘디자인 리뷰’에서도 이어진다. 북&메이커에서는 한국 북페어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출범한 군산북페어의 비전을 살펴본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군산북페어는 군산 지역 서점들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주도하는 방식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군산북페어를 조직·운영하는 데 힘쓴 김광철 군산책문화발전소 대표가 직접 군산북페어의 비전을 소개한다. 디자인 리뷰에서는 디자인 저술가 전가경이 대구의 도시공원과 팔현습지를 기록한 창작자들의 활동 및 출판물을 소개한다.

이 밖에도 ‘고전의 강’ 코너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은 밀턴·로즈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와 더불어 『자본주의와 자유』를 다룬다. 밀턴 프리드먼의 경제 이론 전반을 조망하는 가운데, 그가 말한 ‘자유’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리뷰 코너에서는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을 통해 되돌아보는 2014년 4월 16일의 진실부터, 밀리언셀러 『불편한 편의점』으로 보는 오늘날 소설의 지형 변화까지, 다채로운 서평들이 실렸다.

 

 

출판사 리뷰

특집 리뷰: 지방과 지역 사이

“한국 사회의 불균형과 지역의 미래에 대해서 속 시원한 해결책을 얻을 수는 없을지라도 이번 특집이 자신이 발을 딛고 선 땅에 대해서 희망과 대안을 생각하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정재완, 「편집실에서」 중에서

지방, 지역, 로컬…… 어떻게 호명해야 할까? 지방보다는 지역이 보다 중립적인 가치를 지닌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불균형이라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로컬은 어떤가? 어쩐지 지역은 정체되고 엉켜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고, 로컬은 좀 더 젊고 세련된 인상을 풍기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컬’이라는 단어 자체만 유행어가 된 것 같고, 그마저도 ‘로컬’에 대한 피로도가 적지 않게 쌓인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지방, 지역, 로컬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불균형에 대해 고심하며, 희망과 대안을 생각하는 특집 리뷰 일곱 편을 마련했다.

먼저, 앞의 세 서평은 각기 다른 현실을 마주한 지역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심채경 편집위원은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를 리뷰하며 ‘노잼도시’ 대전의 장소성을 사유한다. 5·18국제연구원의 박경섭 연구위원은 『전라디언의 굴레』를 통해 호남 지역에 대한 차별과 그 해결책을 고민한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읽으며 산업 수도 울산의 위기를 진단하고, 활로를 모색한다.

다음 두 서평은 농촌 지역의 현실을 마주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전기, 밀양-서울』에 대한 서평에서 행정대집행 10년을 맞은 밀양의 송전탑 반대 운동을 되돌아보며, 도시와 농촌 간의 수탈적 관계를 짚는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를 통해 차별에 맞서 싸우는 옥천 지역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들이 겪은 글로벌한 이주의 경험이 내부 이주의 양상에서도 재현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마지막 두 서평은 지역의 활로를 모색하는 담론들을 비평하며, 그 의의와 한계를 지적한다. 건축가 윤주선은 『마을 만들기 환상』을 소개하며, ‘마을 만들기’와 ‘지역재생’에서 빠지기 쉬운 환상을 짚으며, 지역의 건축가와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건설 엔지니어 양동신은 지방 소멸과 압축도시라는 화두 속에서 매력적인 지방도시를 창출하는 방안을 살펴본다.

“이것은 대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잼도시라는 타이틀이라도 노리고 있는 울산, 광주, 춘천, 청주…… 서울이 아닌 모든 지역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심채경 편집위원은 「당신의 블로그를 파헤쳐 납작한 대전을 만나다」에서 주혜진의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를 리뷰한다. 심채경 편집위원은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텍스트 분석을 통해 ‘노잼도시’ 대전의 장소성을 분석하는 저자의 논의를 따라, 오늘날 대전의 정체성이 무척 납작하게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이른다. 또한, ‘힙/핫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서울과의 유사성, 즉 서울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렇다면 지역의 정체성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심채경 편집위원은 저자가 제시하는 도시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탐구하는 개인의 활동뿐 아니라, 그러한 활동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구조를 형성할 방법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글쓴이는 내부자의 언어보다는 외부자와 관리자의 시점에서 경제 성장과 경쟁이라는 언어에 의존하고 있다.” 5·18국제연구원의 박경섭 연구위원은 「전라도와 함께 지역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하기」에서 조귀동 작가의 『전라디언의 굴레』를 다룬다. 박경섭 연구위원은 지역 경제의 저발전 구조와 특정 정당의 지배적 정치 체제라는 호남 문제에 대한 저자의 분석에 일견 동의를 표하면서도, 저자가 내부자의 언어보다는 외부자와 관리자의 시점, 경제 성장과 경쟁이라는 언어에 의존함을 지적하고, 전라도 내부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간과하고 있음을 짚는다.

“지역의 혁신에는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협의하며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산업 수도 울산의 위기와 활로」에서 산업 사회학자 양승훈의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소개한다. 김주훈 초빙연구위원은 산업 수도 울산이 쇠락하게 된 구조적 배경과 울산 청년들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를 살피며, 산업의 혁신에서 울산의 활로를 모색한다.

“곳곳에 분노와 한탄과 저항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밀양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지 밀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곳곳이 밀양,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에서 밀양 탈송전탑·탈핵 운동의 이야기를 담은 김영희의 『전기, 밀양-서울』을 리뷰했다. 올해로 밀양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하승수 대표는 주민들의 삶과 마을 공동체의 파괴라는 밀양의 경험이 전국 곳곳의 농촌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들과의 연대가 절실함을 강조한다.

“책에 담긴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는 ‘이주’가 차별의 조건이 되는 모든 이들의 현실과 요구를 담고 있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타인의 목소리가 나의 목소리가 될 때」에서 차별에 맞서 싸우는 옥천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를 다뤘다. 지방의 이주민 증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도 계속되고 있다. 채효정은 옥천의 이주여성들이 차별당한 피해 여성에서 차별에 맞서 싸우는 여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그린다. 더불어, 이주민들의 경험이 계급의 경험으로서 공통성을 갖는다는 점을 언급한다. 글로벌한 차원의 이주뿐 아니라, 내부 이주의 양상 역시 심각해지고 있으며, 국내 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화·내부 난민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처럼 전국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할 마법 같은 정책이나 방법론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건축가 윤주선 교수(충남대 건축학과)는 「알고도 못 막는 환상」에서 일본의 마을 만들기 전문가 기노시타 히토시의 『마을 만들기 환상』을 읽었다. 윤주선은 종래의 지역재생/마을 만들기 사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을 일별한다. 특히 저자는 대기업이나 유명 외지인이 지역을 구원하리라는 환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민관 협력의 기획자인 ‘슈퍼 공무원’, 지역 자본의 투자, 지역 인재 육성에서 활로를 모색한다. 이에 덧붙여, 윤주선은 지역재생에서 지방 대학을 주요 주체로 언급하며, 지역에 기반한 건축가의 역할을 고민한다.

“지방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고정관념을 버리고, 보다 폭넓게 사정을 헤아리고 사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건설 엔지니어 양동신은 「더 매력적인 지방도시들을 찾아서」에서 도시계획가 마강래의 『지방도시 살생부』를 다시 읽는다. 서평에서 양동신은 지방도시 정책을 고안할 때 다른 무엇보다 지방도시 수요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며, 서울 중심의 인구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일자리를 따라 인구가 이동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초의 정합적 서사를 제공한다.” 홍성욱 편집위원은 「조각조각 꿰매진 ‘그날’의 슬픈 진실」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을 리뷰한다. 홍성욱 편집위원은 2014년 4월 16일 이전 구조적인 취약성이 누적되는 세월호 참사의 전사(前史)에 주목한다. 또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원인과 더불어 가장 큰 의문 중 하나였던 구조 실패가 선원 및 해경의 무능·무책임에서 비롯된 과정을 추적한다.

“세상이 바뀔 리 없으니 작게나마 숨 쉴 공간을.” 권보드래 편집위원은 「‘K-힐링’과 소설의 노스탤지어」에서 김호연 작가의 밀리언셀러 『불편한 편의점』을 다루었다. 권보드래 편집위원은 이 책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표방하고, 최근에는 백화점·세탁소·서점·빨래방 등 힐링의 장소를 내건 ‘한국형 힐링 소설’의 풍조를 되짚어 본다. 나아가, 근대 소설을 자립하게 한 사회적 성찰과 실존의 실험의 부재를 지적하며, 오늘날 소설의 지형 변화를 관찰한다.

“20세기 한국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과학자란 누구이고, 그들이 행위 속에서 형성된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기술학자 유상운(국립한밭대 인문교양학부)은 「한국에서 과학자란 누구이고, 과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첫 번째 ‘한국 과학기술 인물열전’ 자연과학 편,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을 소개한다. 유상운은 근대 과학 분야에 종사한 30인의 삶을 담은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를 읽으며 지금껏 조명받지 못했던 과학자들의 존재를 확인한다. 또한, 한반도에서 어떤 대상이 과학으로 되어 가는 과정, 다시 말해 특정 전문가 집단이 과학자라 불리게 되고, 해당 분야가 과학이라 불리게 되는 과학화의 과정을 규명하는 작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한다.

“우리는 유전자가 아니라 인간이다.” 정우현 편집위원은 「인간은 유전자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에서 유전학자 최정균의 『유전자 지배 사회』를 리뷰했다. 유전자 결정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며 가정,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저자의 시도에 대해, 우리는 유전자가 아닌 인간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회 문제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설득할 것인지를 도모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고전의 강

밀턴 프리드먼에게 ‘자유’의 의미를 묻다

“그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자면, 사상 전체를 조망하고 내가 관심을 갖는 주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를 차분하게 따져 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갖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프리드먼과 같은 대가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지난 호로 첫발을 뗀 코너 고전의 강에서 다루는 두 번째 고전은 현대 경제학의 거두로 꼽히는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와 『선택할 자유』이다. 최근 밀턴 프리드먼의 책은 대통령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히며 다시금 많은 주목을 받으며 회자되었다. 김두얼 편집장은 밀턴 프리드먼의 특정한 주장에 주목하기에 앞서, 그의 경제 이론 전반을 파악하는 가운데, 그의 보수주의 사상이 어떻게 배태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코엔 형제에서 아키 카우리스마키까지, 영화 속 유머의 영성

“세상은 늘 지옥인데, 왜 지금까지도 악은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는가?
왜 선은 이토록 완강하게 잔존하는가? 왜 착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타나는가?
선은 왜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가?”

이마고 문디 코너에서 김홍중 편집위원은 「유머의 영성: 코엔 형제에서 아키 카우리스마키까지」에서 영화 속 유머에 관한 사유를 펼쳐 보인다. 코엔 형제의 〈시리어스 맨〉부터,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빈민 삼부작(〈어둠은 걷히고〉, 〈과거가 없는 남자〉, 〈황혼의 빛〉)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품들을 횡단하며 각 감독의 영화 속 유머의 철학을 설명한다. 김홍중 편집위원은 영화 속 인물들이 유머와 죽음이 교차하는 기묘한 세계에 머무른다는 데 주목한다. 김홍중 편집위원은 이를 통해 곤경과 위기 속에서 꺾이지 않는 이들의 불굴의 생명성,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선한 이들이 존재하는 ‘유머러스한 지옥’으로서 세상을 응시한다.

디자인 리뷰

대구를 기록하는 여성 창작자들의 생태문화운동

“도시화의 이면을 기록하고, 오늘의 도시 생태계와 개발을 되묻는
도시공원 기록 활동과 금호강 디디다의 여성주의적 연대는
중소 도시의 생태주의적 전환을 위한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 리뷰에서는 디자인 저술가 전가경이 「공원과 습지: 대구를 기록하는 여성 창작자들의 생태문화운동」이라는 제목의 디자인 비평을 썼다. 전가경은 대구를 기반으로 한 여성 창작자들의 활동과 출판물을 소개한다. 먼저, ‘도시공원 기록 활동’의 『또렷한 걸음으로, 헤매는』은 만화, 도예, 글, 회화, 사진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의 여성 창작자들이 공동 워크숍을 통해 도시공원에 대한 관찰과 기록을 수행한 결과물로, 동명의 전시를 단행본화한 것이다. 다음으로 소개하는 ‘금호강 디디다’의 『팔현 반상회』는 영화, 미술, 음악, 디자인, 연극 등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섯 명의 여성 창작자가 대구 팔현습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만든 대본집이다. 전가경은 이들 활동과 책에서 나타나는 여성 창작자들의 연대로부터 중소도시의 생태주의적 전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북&메이커: 출판의 낭만과 일상

김광철 군산책문화발전소 대표, ‘군산북페어 2024’를 말하다

“여정의 고비를 하나하나 넘기면서 우리는 점점 확신했던 것 같다.
또 다른 북페어는 가능하다고.”

북&메이커에는 군산에서 프로파간다 출판사와 ‘그래픽숍’이라는 서점 겸 프로젝트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철 대표의 「또 다른 북페어는 가능할까?: 군산북페어가 출범한다」라는 글이 실렸다. 김광철 대표는 군산 소재 13개 서점의 연합체인 군산책문화발전소의 대표로서, 지난 8월 31일부터 이틀간 개최되어 성황리에 막을 내린 군산북페어의 조직·운영에 힘썼다. 지역의 서점과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주도하는 방식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군산북페어의 비전을 김광철 대표가 직접 설명한다. 군산북페어의 토대가 된 ‘전국적인 로컬’, ‘커뮤니티로서의 북페어’, ‘아카이빙 기관으로서의 북페어’, ‘군산 책방들의 북페어’라는 논점들을 통해, 한국 북페어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출범한 군산북페어의 지향을 공유한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김연경 작가와 하재연 시인의 에세이가 실렸다.

김연경 작가는 「아카키의 음산함과 바틀비의 창백함, 그리고 잠자의 오묘함」에서 니콜라이 고골 「외투」의 아카키와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의 바틀비,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 「변신」의 잠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카키와 바틀비는 세계 문학사 최초의 사무직 임금 생활자라 할 인물들로, 정서만 하는 중년 필경사 아카키와 정서는 하기 싫은 청년 필경사 바틀비는 신기한 짝패처럼 보인다. 이들에 비하면 잠자는 너무나 평범한 인물로 보이는데, 「외투」와 「필경사 바틀비」가 주인-사회와의 충돌에서 도드라지는 노예-인물의 개성적 성격에 주목한다면, 「변신」은 평범과 정상과 상식과 중치의 육화인 인물을 덮친 비극의 보편적 부조리를 강조한다. 김연경 작가는, 잠자의 오묘함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한다.

하재연 시인의 「여름, 금사빠의 책장을 대하는 자세」의 이야기는 정리를 기다리고 있는 책 더미에서 출발한다. 카오스와 아노미를 교차하는 무법 지대 같은 책 더미들은, 어떤 것이든 금세 사랑에 빠져 그에 관한 물건들과 책들을 사 모으곤 하는 ‘금사빠’의 산물이다. 한번은 가드닝에 빠져 온갖 가드닝 도구들과 책들을 모으고, 결국 대정리를 하고 말았는데, 그럼에도 책만큼은 미련 없이 정리하기 어려웠던 일을 반추하며 책을 대하는 마음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된다. 쉽게 사들일 수 있으므로 쉽게 소유하는 마음, 읽지 않아도 소유하고 있음으로써 안다고 여길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관심이 있으니 곁에 들였지만 금방 또 다른 세계를 기웃거리는 금사빠의 마음은, 뭇 금사빠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

‘어떤’ 책을 ‘왜’, 어떻게 읽을 것인가? 2020년 12월 0호로 출발하여 2024년 봄, 창간 3주년에 이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7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를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물리학, 생물학, 법조, 북디자인, 미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7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저자 소개

  • 저자 :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저자 : 심채경

본지 편집위원. 태양계 천체를 연구하는 행성과학자.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에 재직하며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옮긴 책으로 『우아한 우주』 등이 있다.

 

저자 : 박경섭

5·18기념재단 518·국제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의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의 공공 정책 개발을 위해 설립한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의 비상근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월 일기』를 펴냈고 『근현대광주 사람들』, 『포스트 5·18』, 『5·18민주화운동의 기억과 재현』 등의 공저가 있다.

 

저자 :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 전 부원장. 저서로 『사업서비스의 글로벌화 전략과 규제장애의 실태』(편저), 『동아시아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와 한국의 혁신정책 방향』, 『중소기업의 구조조정과 지식집약화』 등이 있다.

 

저자 : 하승수

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쓴 책으로 『지역, 지방자치, 그리고 민주주의』,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배를 돌려라: 대한민국 대전환』 등이 있다.

 

저자 : 채효정

정치학자, 여성 농민, 기후정의동맹 활동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강사. 《경향신문》에 ‘정동칼럼’, 월간 《워커스》에 ‘워커스 사전’을 연재했고 쓴 책으로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먼지의 말』 등이 있다. 강원도 인제에서 살고 있다.

 

저자 : 윤주선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 팀 우당탕탕 파트너, 전 건축공간연구원(auri) 마을재생 센터장. 슬램덩크의 선‘수 겸’ 코치인 ‘김수겸’처럼 연구자(Researcher) 겸 활동가(Doer)의 삶을 추구한다. 매력 있는 현장 플레이어들을 ‘주선’하는 역할도 즐겨 하고 있다. 연구 테마는 DIT(Do It Together) 리노베이션, 민관 협력 공공 건축 재생,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 지역 관리 회사(Area Management)이다.

 

저자 : 양동신

『아파트가 어때서』, 『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저자. 국내외 대기업에서 18년째 교량, 발전소, 지하철, 신재생 에너지 등 인프라 사업 개발을 맡고 있다. 덴마크, 중동,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입체적인 시각에서 도시를 바라본다.

 

저자 : 김홍중

본지 편집위원. 사회학자. 사회 이론과 문화사회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가르친다. 최근 관심은 물성(物性), 인성(人性), 생명, 영성(靈性)의 얽힘과 배치이다. 지은 책으로 『은둔기계』, 『마음의 사회학』과 『사회학적 파상력』이 있다.

 

저자 : 전가경

디자인 저술가이자 사진책 출판사 사월의눈 대표. 서울에서 태어나 올해로 11년째 대구에 살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 글을 쓰고, 강의하며, 사진책을 기획/편집한다.

 

저자 : 김광철

프로파간다 출판사 에디터 겸 대표. 2007년 이래 시각 문화 저널 《GRAPHIC》과 대중문화 단행본을 발행한다. 2021년 근거지를 군산으로 옮겨 ‘그래픽숍’이란 서점 겸 프로젝트 공간을 오픈했다. 군산 소재 13개 서점의 연합체인 군산책문화발전소 대표를 맡아 군산북페어 조직·운영에 힘쓰고 있다.

 

저자 : 홍성욱

본지 편집위원.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 2024년 가을에 ‘기술 재난(technological disaster)’에 대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최근에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에 대해 그동안의 여러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자 : 권보드래

본지 편집위원. 한국 근현대문학 전공자. 현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 『연애의 시대』, 『1960년을 묻다』(공저), 『3월 1일의 밤』 등이 있다.

 

저자 : 유상운

국립한밭대학교 인문교양학부 조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과학학과에서 한국 반도체 기술 개발의 역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부 기관의 관료, 연구실의 과학자, 생산 공장의 여공과 정비사, 전자 상가의 기술자와 상인에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과학기술 활동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최근의 연구로 「무전기에서 라디오로: 전자 기술 문화와 반도체 산업 발단의 착종사」(조동원 공저), 「반도체 역공학의 기술사: TV 음향 집적회로의 개발, 1977-1978」 등이 있다.

 

저자 : 정우현

본지 편집위원. 덕성여자대학교 약학과 교수이자 분자생물학자. 유전체 손상과 불안정성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과 스트레스에 대한 생명의 다양한 대응 기전을 연구한다. 생물학에는 다른 학문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저서로는 『생명을 묻다』가 있다.

 

저자 : 김두얼

본지 편집장. 현재 명지대학교에서 경제사, 제도경제학, 법경제학 등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지은 책으로 『경제성장과 사법정책』, 『한국경제사의 재해석』,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살면서 한번은 경제학 공부』가 있다.

 

저자 : 김연경

1975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고 1996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다시, 스침들』, 『우주보다 낯설고 먼』 등을 펴냈다.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닥터 지바고』 등을 번역했다. 독서 에세이 『살다, 읽다, 쓰다』, 러시아 문학 연구서 『19세기 러시아 문학 산책』 등을 썼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자 : 하재연

시인. 시집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 산문집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 시론집 『무한한 역설의 사랑』, 연구서로 『근대시의 모험과 움직이는 조선어』, 『문학의 상상과 시의 실천』 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목차

편집실에서 정재완

특집 리뷰: 지방과 지역 사이
당신의 블로그를 파헤쳐 납작한 대전을 만나다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심채경
전라도와 함께 지역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하기 · 『전라디언의 굴레』 박경섭
산업 수도 울산의 위기와 활로 ·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김주훈
곳곳이 밀양,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 『전기, 밀양-서울』 하승수
타인의 목소리가 나의 목소리가 될 때 ·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채효정
알고도 못 막는 환상 · 『마을 만들기 환상』 윤주선
더 매력적인 지방도시들을 찾아서 · 『지방도시 살생부』 양동신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유머의 영성: 코엔 형제에서 아키 카우리스마키까지 김홍중

디자인 리뷰
공원과 습지: 대구를 기록하는 여성 창작자들의 생태문화운동 전가경

북&메이커
또 다른 북페어는 가능할까?: 군산북페어가 출범한다 김광철

리뷰
조각조각 꿰매진 ‘그날’의 슬픈 진실 ·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홍성욱
‘K-힐링’과 소설의 노스탤지어 · 『불편한 편의점』 권보드래
한국에서 과학자란 누구이고, 과학이란 무엇인가? ·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유상운
인간은 유전자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 『유전자 지배 사회』 정우현

고전의 강
경제학이 끌어낸 보수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 『선택할 자유』 김두얼

문학
아카키의 음산함과 바틀비의 창백함, 그리고 잠자의 오묘함 김연경
여름, 금사빠의 책장을 대하는 자세 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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